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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이 가자를 침공중이던 11월 16일, 가자 지구 거주민 라라 아부라마단(LARA ABURAMADAN)이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 Trapped in Gaza를 번역한 글입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친구들과 둘러 앉아 가자에서는 최초였을 "북유렵 영화제"에서 첫번째로 상영되는 영화를 보던 조용한 날에,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보다 5살 어린 스웨덴 소년 세베가 주인공이었지요. 세베의 이야기가 막 무르익을 무렵 영사기가 멈췄습니다. 저를 둘러싼 세계가 변한 것과 꼭 마찬가지로요.

영화제 주최자가 영화를 멈추고 이스라엘이 누군가를 암살했다는 속보를 전해왔습니다. 이미 가자에서 보복성 로켓(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져갔고 우리는 안전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집이라고 안전하진 않았습니다. 지난 48시간 어머니와 저는 동생들(내 쌍둥이 동생과 사춘기 남동생, 학교를 막 끝마쳐가는 여동생) 옆을 지키며 불침번을 서야했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창문이 없는 방안에 같이 앉아 남동생의 찌푸린 이마와 두 여동생이 잠에 들려 애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순간에도 폭탄소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가을의 향기와 겨울의 한기를  품은 폭탄들말입니다. 난타하는 폭탄, 죽음을 부르는 폭탄들 말입니다. 저는 아직도 4년 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학교친구 마하의 엄마를 앗아간 폭탄이 하늘을 찢는 악몽에 잠을 깹니다. 소꿉 친구 하난은 엄마의 다리가 폭탄 파편에 찢어져 나가는 것을 보아야 했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지친 눈을 생각하며 저는 스스로 질문합니다. 자식을 잃은 이들에게는 무슨일이 일어난 것인지? 내게도 자식을 가질 기회가 올 것인지? 수요일에 시작된 전쟁으로 아직은 몇 안 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숨졌습니다. 19살 히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구에 11개월 남짓밖에 머물 수 없었던 오마. 저는 페이스북에서 공유되었던 오마의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하얀천으로 감싸진 오마의 사체를 안고 울부짖는 오마의 아버지 외에 오마의 얼굴은 볼 수 없었습니다. 라나나는 하늘에서 청천벽력같은 그무언가가 떨어져 생을 마감할때 막 5살이 되는 참이었습니다. 저는 그여자 아이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또 알 수밖에 없지요.

가자는 아주 작은 도시입니다. 25마일 해변을 둘러싸고 어떤 곳을 가도 7마일 남짓을 넘지 않는 곳입니다. 그 반대편에는 저희 조부모님이 태어난 마을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되어 버리면서 저는 더이상 갈 수가 없는 곳입니다. 여러분이 이스라엘이라고 부르는 곳을, 저는 폭탄이 오는 곳이라고 부릅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폭탄 천둥이 내리칩니다.

그곳(이스라엘)에도 아이들이 있습니다. 히바, 오마, 라나나와 같은 아이들 말입니다. 폭탄으로 고함치는 하늘이 아닌 평화로운 하늘아래서 단란한 하루를 즐기며 뛰어놀고 싶어할 아이들 말입니다. 궁금증이 듭니다. 과연 이스라엘 아이들이 나 대신 폭탄이 떨어지고 있는 가자에 와서 살기를 원할까? 아니, 저는 그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다같이 폭탄이라곤 단 하나의 흔적도 없는 어딘가의 해변으로 떠나는 것을 상상해봅니다.

하지만 그것은 영화 속의 이야기겠지요. 영화제에서 주인공 15살 세베가 "무너저가는 콘크리트 지역"에 사는 것을 보았습니다. 영화 끝에 세베가 어떻게 될지 제가 알게 될 일은 없겠죠.

하나 알려드릴까요? 가자에는 그 무너져 부서진 콘크리트들이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있는곳은 예외입니다. 이곳은 콘크리트 뿐 아니라 콘크리트 지지 철봉들마저 골절된 대퇴골마냥 불쑥 튀어나와 있습니다. 

하루같이 전쟁의 참상을 여실히 드러내는 이곳에서 저와 제 동생들, 우리들의 영화는 항상 같은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가자 지구에 갇혀 있는 장면.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 라라 아부라마단은 프리랜서 사진가이자 통번역학 학생입니다. 
* 번역: 감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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