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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7년 12월 7일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송년 모임에서 발표했던 이야기입니다. 디나는 베들레헴 베이트 사후르(Beit Sahour) 출신으로 현재 서울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가 한국 문화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베들레헴에 오신 한국인 선교사님과 그 가족들 덕분에 한국 문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선교사님의 큰 아들 시몬이 제 한국인 친구가 되었습니다. 제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시몬에게 ‘가나다라’를 종이에 적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언젠가 한국어를 배울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 종이를 붙들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베들레헴 대학교 2학년 학생이었던 2011년에 드디어 교환학생 자격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안녕하세요’와 ‘고맙습니다’ 밖에 할 줄 몰랐습니다. 제가 다녀야 할 학교는 인천에서 5시간이나 떨어진 시내에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반쯤 가다가 휴게소에서 잠시 쉬게 되었습니다.  화장실을 가고 간식을 사먹고 싶은데 휴게소에서 얼마나 쉬는지 알 수 없었던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낯선 사람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친절한 아저씨 한 분이 15분을 쉰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한 후, 목적지에 내렸는데 그 아저씨께서 다가와서는 기숙사까지 가는 데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아저씨는 제 가방도 대신 끌어주시고 택시를 잡는 것을 도와주셨습니다. 알고보니 그 분은 제가 다닐 대학교의 강사셨고, 아랍어를 할 줄 아셨을 뿐더러, 팔레스타인에서 알고 지내던 한국인 선교사님을 알고 계셨습니다. 세상이 정말 작다는 것과 한국인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조금이나마 느꼈던 날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지냈던 짧은 4개월은 언어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그것보다도 한국 문화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 문화를 좀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베들레헴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한 달 뒤인 2015년에 한국에 와서 대학원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사람이라고 저를 소개하면 가장 흔히 보이는 반응은 “파키스탄?”하고 의아해 하는 것입니다. 제가 “팔레스타인은 중동에 있는 요르단과 레바논, 시리아와 가까운 나라에요”라고 설명하려고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였습니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어떤 행사를 신청하거나 양식을 작성할 때도 국가명에서 팔레스타인을 찾기는 참 어렵습니다. 공식 문서에도 제 국적은 보통 ‘기타(other)’로 분류됩니다.

팔레스타인에 있을 때도 한국 문화원 행사에 참여하면서 팔레스타인 한국 공동체를 알고 지내고자 했습니다. 저는 주로 케이팝 댄스를 가르쳤고, 저희 팀은 지역 관광객과 한국 관광객들 앞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문화원에 한국인 관광객이 올 때마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와 그 문화를 알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을 배우고자 하면 할수록, 관광객들에게 팔레스타인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들떴습니다. 그러나 노력을 할수록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한국인 고등학생과 제 또래의 대학생 그룹이 문화원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문화원 댄스팀과 저는 방문한 그룹과 함께 댄스 공연을 올리려고 한 주 동안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습 후에는 한국 음식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정말 친구가 되었습니다. 몇 주 뒤, 방문했던 그룹이 돌아가서 SNS에 7개의 사진 앨범을 올리고는  “이스라엘”이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침술 봉사를 하러 온 자원활동가들과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 자원활동가들은 나이가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매일 일과가 끝나면 함께 저녁을 먹고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호감을 보이는 한 여성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제 손을 잡고 기도하시고는 연락처를 물어보셨습니다.  이번에도 자원활동가 그룹이 한국으로 돌아 갔고, 그 여성분은 이스라엘을 위해 어떤 기도를 하면 좋을 지 물어보는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대부분의 한국 방문객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난 뒤, 이스라엘에서의 경험이 얼마나 귀중했는지 소셜 미디어에 올립니다.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에 있었던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제가 실망하는 이유는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감내하고 있는 고통과 그 상황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도 그 노력이 모두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팔레스타인 사람으로서 제가 할 일은 세상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을 알리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한국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 곳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에서 보냈던 두 번의 기간동안 한국어를 배우기는 했지만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한 해 동안 집중해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한국어 공부를 통해 올해 말 즈음에는 한국에 있는 첫 팔레스타인 대사로서 첫걸음을 땔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디나
번역: 김가연

Who's 팔레스타인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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