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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만에 이르는 유대인 정착민들은 중동평화협상의 걸림돌이다.예루살렘-헤브론 간선도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한 유대인정착촌 ⓒ김재명

- 한 소년의 죽음과 유대인 정착촌

인터넷으로 중동 팔레스타인 관련 외신기사들을 검색하다가 한 곳에 눈길이 딱 꽂혔다. 이스라엘 일간지인 <예루살렘 포스트>에 실린 기사였다. 화염병을 들고 유대인 정착촌에 침입하려던 14살 난 팔레스타인 소년을 이스라엘 경비병이 총으로 쏴 죽였다는 내용이었다. 중동 땅에선 걸핏하면 일어나는 유혈충돌 사건 가운데 하나여서일까, 그 기사의 길이도 짧았다. 죽은 소년의 이름은 '수하예브 살레'. 소년이 살던 마을에서 가까운 유대인 정착촌 '이츠하르'로 몰래 다가가선, 화염병에 불을 붙이려다 발각돼 현장에서 사살됐다.

14살이라면 이제 겨우 중학생 또래의 미성년이다. 그런 어린 팔레스타인 소년 살레는 왜 화염병을 들고 유대인 정착촌을 공격하려 했을까. 그 같은 위험스런 행동에 나서도록 만든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사정을 더 알아보니 이러했다. 정착촌 '이츠하르'의 유대인들은 가까이 사는 팔레스타인 원주민들과 그동안 크고 작은 유혈충돌을 벌여왔다. 살레의 형도 지난 2002년 정착촌 근처에서 이스라엘 순찰대와 총격전 끝에 피살됐다. 살레가 사살되기 며칠 전에는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마을을 습격, 총기를 마구 쏘아대는 난동을 부려 주민 8명을 다치게 했다.

그 며칠 뒤에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농민이 애써 가꾸는 올리브 나무 2백 그루에 불을 질렀다. 그제야 아, 그러면 그렇지...살레 소년의 행동이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치의식을 설명할 때는 '분노와 좌절'을 빼놓을 수 없다. 1948년 이스라엘 국가가 중동 땅에 들어선 이래 지난 60년 동안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대대로 살던 집과 땅을 빼앗겼고 박해를 받아왔다. 60년, 2세대를 넘기며 쌓이고 쌓인 그들의 분노와 좌절은 소년 살레의 어린 마음에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37만 정착민들, 중동평화의 암초

유대인 정착촌은 이스라엘이 1967년 터졌던 제3차 중동전쟁(6일 만에 끝났다고 해서 '6일전쟁')에서 이긴 뒤 차지한 팔레스타인 땅에 자국민을 이주시켜 건설한 일종의 식민마을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한반도로 옮겨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논밭을 빼앗았던 일본 이주민들과 마찬가지다. 지도를 펴보면, 유대인 정착촌은 무수한 점처럼 팔레스타인 곳곳에 터를 잡은 모습이다.

유대인 정착민 숫자는 거의 40만 명에 이른다(서안지구 19만명, 동예루살렘 18만명). 정착민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 요인 중 하나이며 중동평화를 가로막은 암초와 같은 존재로 꼽힌다. 언젠가 세워질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수도로 꼽히는 동예루살렘 외곽엔 대규모 유대인 정착촌들이 삥 둘러서듯 건설돼 중동평화협상의 암초로 작용한다.

'하느님이 유대인에게 약속한 땅'을 되찾는다는 구실로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한 유대인들은 정착촌 주변의 팔레스타인 원주민들과 끝없는 갈등의 씨앗을 뿌려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유대인 정착민들에게 밀려나 비옥한 농토를 내주고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일부 정착민들은 시골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주거밀집 지역에도 파고들어 걸핏하면 피 흘리는 싸움을 벌이곤 한다. 서안지구 중남부 도시 헤브론도 그 가운데 하나다. 무스타파 나체 헤브론 시장은 "불과 4백명의 유대인 정착민 때문에 10만 우리 시민들이 정상적인 생업활동을 못하고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탄했다.

유대인 정착민들은 대부분 종교적으로 극단적 성향을 지녔고 그들 가운데 일부는 매우 폭력적이다. 서안지구의 정치 중심지 라말라의 병원에서 만난 12살의 어린이 피해자. 팔에 심한 상처를 입고 붕대를 두르고 있었다. 이 소년은 시골 할아버지 집에 놀러갔다가 변을 당했다. 4륜구동 승용차에 탄 유대인 젊은이들 두세명이 소년에게 돌을 던졌다. 그들은 어린 소년에게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소년을 치료하던 팔레스타인 의사는 "이렇게 험한 일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유대인 정착촌 주변마을에서 살지 말고 멀리 떠나라는 뜻이 담긴 테러행위"라고 풀이했다.


▲ 유대인 정착민 가족. 외출할 때도 총기를 들고 다니곤 한다. ⓒ김재명

국가로부터 받은 폭력 허가증

1948년 독립을 선포하고 이 지역 원주민들인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면서, 특히 1967년 6일전쟁 뒤 이스라엘은 전세계 유대인들의 이민을 적극 받아들여 왔다. 이 가운데 많은 이들이 가난한 동구 공산권과 러시아 이민자들이다. 사실상 이스라엘 식민지인 팔레스타인 전역으로 퍼져 나간 정착민들은 주변 팔레스타인 농민들의 농작물들을 불태우거나 올리브 나무뿌리를 뽑는 등 농사를 망가뜨리면서 정착촌을 넓혀 나갔다.

유대인정착민들은 저마다 합법적으로 총을 지니고 있다. "팔레스타인 테러분자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킨다"를 명분을 내세워서다. 그들은 이스라엘 군에 사실상 편입돼 있다. 우리 한국으로 치면 '향토예비군'이다. 1981년 '이스라엘 군령 898'에 따라 유대인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들은 주변 팔레스타인 마을 중심지를 순찰하면서, 지나는 행인들을 불러 세워 몸을 뒤지거나 구타를 일삼아왔다.

2000년9월말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티파다'(intifada, 봉기)가 일어나자, 유대인 정착민들의 권한은 더욱 커졌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쏠 수 있게 됐다. '급박한 위험에 처했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손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 규정이다. 정착민 A가 평소 미워하던 팔레스타인 청년 B와 길에서 마주쳤을 때 트집을 잡아 쏘아 죽여도 처벌 받을 확률은 아주 낮다.

이렇듯 살벌한 상황을 60년 넘게 일상적으로 겪어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노와 좌절감은 엄청나다. 친형이 총에 맞아 죽고 마을의 올리브 나무들이 불탔을 때 14살 소년 살레의 어린 마음에 쌓였을 분노와 좌절감의 깊이도 헤아리기 어렵다. 지난날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시절 칼을 차고 거들먹거리던 일본인 깡패들의 횡포에 피눈물을 흘리던 우리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떠올려볼 뿐이다.

- 글 : 김재명 국제분쟁전문기자,김재명 성공회대 겸임교수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81118122030§ion=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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