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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08년 12월27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시작하였습니다. 22일간 계속된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1,300여명이 사망하고 5천명 넘는 사람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학교․병원․이슬람사원․정부건물․도로 등 이스라엘의 공격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여 1만8천명에 가까운 레바논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한 이후 최대의 사건이었습니다.

가자학살이 시작되자 세계 곳곳에서 항의 시위와 집회가 벌어졌고 한국에서도 12월28일을 시작으로 연일 집회와 촛불문화제, 1인시위와 토론회 등이 계속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한국지부도 성명을 발표하고 캠페인을 벌이며 가자학살에 대한 대응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앰네스티의 이야기 가운데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사과해야할 내용까지 안고 있습니다. 앰네스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와치의 사례를 먼저 말씀 드리겠습니다.

2006년 11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조직인 '민중저항위원회' 소속 한 활동가의 집을 폭격하겠다고 경고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폭격하기 전에 미리 집을 비우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은 이스라엘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스라엘의 경고가 있고 나서 그 활동가는 집을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고, 수 백 명의 이웃 주민들은 집의 옥상과 마당 등을 둘러싼 채 온몸으로 폭격에 맞섰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스라엘은 폭격을 포기하였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기뻐했고, 민중저항위원회․하마스 등은 이 일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용기를 보여준 일이라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휴먼 라이츠 와치는 2006년 11월22일 ‘군사공격으로부터 주택을 방어하기 위해 민간인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라는 성명을 발표 하고, 이번 사건을 ‘전쟁범죄’로 규정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전쟁 시기 군사 조직들은 민간인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사용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두 어 해가 흐른 뒤 2009년 1월8일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양측의 군사전술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위험에 몰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글에서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이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등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고 밝혔다’라며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 모두 민간인 주택 인근 지역에서 교전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 지역 거주자들은 위험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휴먼 라이츠 와치와 앰네스티의 사례는 인권과 저항을 둘러싼 시각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는 여러 가지 군사 조직이 있습니다. 이들은 외부에서 흘러 들어온 사람들도 아니고 두 인권 단체가 말하는 민간인들의 이웃이고 가족들입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면 이들이 총을 들고 나서서 싸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두 인권단체는 이들이 마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과 구별되는 별개의 사람들이고, 이들이 민간인을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최근에 용산 지역 철거민들이 국가 폭력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 과정에서 철거민들은 건물을 점거 한 채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습니다. 앰네스티의 시각에서 이 사건을 팔레스타인의 경우에 비교해 보면 화염병을 던진 철거민들은 무장대원이고, 나머지 철거민들은 민간인입니다. 자, 여기서 과연 철거민들을 무장대원과 민간인 식으로 구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입니까? 아니면 그들 모두는 철거민들일 뿐이고 철거민 가운데 일부가 자본과 국가의 폭력에 맞서 싸웠을 뿐입니까?

팔레스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레스타인인 가운데 일부가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자신의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싸운 겁니다. 그런데도 휴먼 라이츠 와치와 앰네스티가 총을 든 팔레스타인인들이 지역 주민들의 생명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자신의 정치적 목적만을 위해 싸운 것처럼 말하는 것은 상황에 대한 무지이거나 의도적 왜곡입니다.

앰네스티가 무장대원들이 민간인 주택 인근 지역에서 교전을 벌였다고 했는데 이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가자지구와 같이 좁은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공격을 퍼붓고 있을 때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나서서 싸우는 것은, 쉽게 말해서 자기 동네에서 자기가 싸우는 겁니다. 자기 동네에서, 자기 가족과 이웃을 지키겠다고 싸우는 것이 과연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이용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앰네스티는 ‘양측 모두 민간인 주거 지역에서 공격을 감행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는데 그러면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족과 이웃이야 어찌 되든 그들을 남겨 둔 채 어디 허허벌판에서 이스라엘과 싸우기라도 해야 된다는 말입니까? 하마스가 황산벌의 계백이라도 되기를 원하시나요?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자학살이 진행되던 1월9일, 앰네스티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가자 지구 : 행동하세요!’라는 글을 발표하고 이스라엘에게 즉각적인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것과 함께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게는 ‘가자 지구 내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 휴전에 나서라’라고 하였습니다. 먼저 말씀드릴 것은 08년 12월말부터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된 것은 하마스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 때문입니다. 또 가자학살이 있기 전부터 계속되었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서는 앰네스티도 ‘지난 2008년 11월 이후, 가자 지구에 대한 봉쇄 조치가 강화되면서 식량, 전기, 의약품 등 필수품 부족이 이미 심화되었던 상황’이라고 하였고, 이 봉쇄의 책임은 이스라엘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하마스를 비롯해 팔레스타인 조직들이 휴전 협상 과정에서 군사공격의 중단뿐만 아니라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라고 요구했었습니다. 그런데 앰네스티는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계속되는 책임이 마치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조직들에게도 있는 양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인도주의적 위기의 직접적인 피해자이자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던 사람들이 어느새 가해자의 위치에 서게 된 것입니다.

앰네스티는 지금 공정하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하고 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구별도, 사건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도 없이 피해자들의 저항권마저 빼앗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총을 든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아니라 앰네스티에서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런 글을 발표했는지를 조사하고 앰네스티가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것입니다. 앰네스티가 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반박글도 좋고 저와 공개 토론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 뎡야핑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7-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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