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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스라엘 문화 보이콧을 해야할 때

 

제 11회 EBS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가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컬렉션’ 섹션과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컨퍼런스’를 어제(13일) 취소한다는 결정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안에서 자연스레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후원도 취소된 것이라고 합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우선EIDF의 용기 있는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문화학술 보이콧 캠페인 팔레스타인 본부(Palestinian Campaign for the Academic and Cultural Boycott of Israel, 이하 PACBI) 에서 밝혔듯 EIDF가 이스라엘 후원으로 관련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이스라엘의 만행을 승인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며, 이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육공영방송사 EBS에서 주관하기에 더욱 신중을 기했으리라 사료됩니다. 우리는 EIDF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부끄러운 현실에 동참하는 걸 막아 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EIDF가 좁은 의미의 교육뿐 아니라 광의의 교육과 문화를 고민하는 공영방송으로서 10여 년의 EIDF의 역사를 만들어 온 것에 대해 반가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EIDF의 이번 선택이 다큐멘터리 영화제로서 다큐멘터리 정신을 훼손시키지 않는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EIDF가 허구적 자유주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담지한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만 EIDF가 철회를 발표한 내용에 있어 아쉬움이 있음을 전합니다. ‘중동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이에 따른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피하고자’ 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는 바 입니다. ‘중동 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여 민간인이 학살당하는 상황이 수십 년째 반복되어 발생 중이고.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피하고자’에 대해서는, 한국 시민사회는 ‘필요한 이해의 소지를 직면했고’ 이에 따라 함께 정의로운 직접 행동에 나섰던 것입니다.

 

우리가 다시금 발표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EIDF를 앞으로도 함께 나아갈 구성원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EIDF가 특별히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서 올해 이스라엘 후원으로 관련 행사를 준비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EIDF가 섰던 자리에 저희를 포함한 그 누구들이나 다른 영화제가 설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가 가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선명하거나 풍부하지 못하고, ‘그들’을 나와 상관없는 타자로 인식하는 것에 익숙한 사회 안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최소한 그 지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번 보이콧은 EIDF를 이스라엘의 수호자인 악으로 대상화시켜 EIDF의 가치를 훼손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님을 밝힙니다.

 

다큐멘터리는 여러 개의 사실 중 어떤 사실을 드러내 보여줄 것인가를 선택하며, 관객은 그 다큐멘터리가 선택한 사실을 구성된 순서에 따라보게 됩니다. EIDF가 보여줄 뻔 했던 ‘사실’은 국제다큐영화제를 후원하는 이스라엘, 민주주의 사회로서 다양한 이슈를 안고 있는 이스라엘, 다큐 최전선에 있는 이스라엘이었고, 이는 이스라엘 정부가 오랫동안 그런 ‘사실’을 보여주고자 노력해온 정책의 일환 속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보이콧에 동참한 영화인들은 그런 ‘사실’에 의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며 개인의 일상을 말살시키고,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는 ‘사실’이 가려질 수 있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영화인들이 이미지가 어떻게 조합되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 참된 진실을 판단하는 예리한 시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영화제가 한국사회에서 이스라엘이 추구해 온 이미지 세탁의 유통 틀이 되는 것을 함께 막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사회운동 단체로서 영화인들의 이런 모습에 깊은 신뢰를 느꼈음을 밝히고 싶습니다. 금번 EIDF에서 상영을 앞둔 다큐 <아무도 모른다>제작팀은 영화제와의 관계에서 사전제작지원작으로 가장 취약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공개적으로 일종의 보이콧 선언을 함으로써 본인들에게 구체적으로 다가올 어려운 현실을 감수했습니다. 범 영화인들은 <eidf보이콧성명>에 공동제안자 31명을 포함한172명이 연명했고, 이뿐 아니라 앞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이스라엘 문화 보이콧에 전면 동참하겠다는 <한국영화인의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에도 단 이틀만에 공동제안자 12명을 포함한 79명이 연명했습니다. 이는 ‘영화인은 영화로써만 말한다’가 아니라, ‘문화는 정치와 상관 없다’가 아니라, ‘그 먼’ 팔레스타인 시민 사회의 요청을 받아 안고, 영화인으로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자 한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제의 주인인 관객들이 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진한 용기를 얻었습니다. 관객이 감독이 보여주는 현실과 영화제가 보여주는 영화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의 결정에 개입하고, 관객으로서 동의할 수 없는 지점들을 명확하게 그들 스스로의 언어로 전달한 행동은 이번 연대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모습일 것입니다. 세계 주류 언론이나 정부들은 우리를 국경, 국적에 묶습니다. 또한 그들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에 테러리스트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해 노력하고, 이스라엘에게는 선한 민주주의 국가 이미지를 선사합니다. 그러나 이제 시민들도 더 이상 이런 눈속임에 속지 않습니다. 관객들은 세계시민으로서 국경이나 국적을 넘어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청원서에 서명을 하고, SNS로 여론을 조직하는 힘은 정치라는 것이 테이블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있으며 그 힘이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인지를, 우리의 작은 실천과 연대가 얼마나 정치적이며 힘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연대행동을 함께 꾸려가면서 한국 사회가 어떻게 ‘먼 곳’이라고 주입 받는 현실에 속지 않고 어떻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 가는지 느꼈습니다. 우리가 한국 사회에서 이스라엘 보이콧을 실천하는 과정은 우리가 학살자에게 동조 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는 일이며, 우리의 인간됨을 지키는 것이며, 지구촌이 학살자들이 맘 놓고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님을 선언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침묵하지 않도록,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도록,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상하게 해준, 우리에게 이스라엘 보이콧을 요청한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에 또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가 지난 일주일간 함께한 보이콧 행동은 비폭력직접행동으로 이스라엘에 의해 죽어간 수천 명 팔레스타인 시민들에 대한 집단적 애도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직접 행동은 세계 BDS운동사에 중요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행동을 통해 문화가 탈정치적인 영역일 수 없음을, 절대적 객관을 담지 할 수 없음을 서로를 통해 다시한번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막 한국 사회에서 이스라엘 문화 보이콧의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가는 첫 발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이 길을 천천히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이스라엘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팔레스타인 젊은이도 이스라엘 젊은이만큼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그래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라는 단어를 나란히 두고, 공존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 행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2014.8.14

팔레스타인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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