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너머에 있는 우리 땅은 빼앗길 염려가 없어"

by 반다 posted Jan 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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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uMahmud.jpg


장벽 너머 땅문서를 보여주는 아부 마흐무드

 

 

장벽 건설에 맞서 싸우는 빌레인 마을의 집회를 다녀 왔던 날.

빌레인에서 촬영했던 영상과 사진들을 구경하던 아부 마흐무드가 갑자기 안방으로 갔다.

아부는 옷장 위 선반에서 상자를 꺼내고 그 안의 비닐 봉투에 쌓인 무언가를 꺼내오며 말했다.

아부 마흐무드는 각 잡고 앉더니 내게 옆에 앉으란다.

카메라를 켜라는 의미이다.

아부 마흐무드는 뭔가 카메라 앞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저렇게 다소 흥분된 표정으로 각을 잡는다.

분리 장벽 너머에 있는 아부 마흐무드의 땅 문서다.

 

아부는 내게 문서의 한 줄 한 줄을 짚어가며 오랫동안 설명해 주었다.

“이 문서는 1944년에 발행된 것이고, 여기에 내 할아버지 이름이 있어.

이건 할아버지의 아들들 이름이야, 나의 아버지와 삼촌들 인거지.

여기가 나의 아버지. 그의 아들 이름과 그의 아내, 두 명의 아내 이름이야“

조금만 힘주어 만지면 곧 찢어 질 것 같은 빛바랜 낡은 문서에는 아랍어 문자가 빼곡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 발행 된 땅 문서 였다. 또 다른 종이를 보여주며 아부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이후에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서 발행 된 것이야. 여기에도 그 이름들이 있고, 그 아들들의 이름이 있지. 이게 내 이름이야. 여기 나의 어머니 이름도 있어. 아버지가 어머니랑 결혼 할 때 금을 줄 수 있는 형편이 안 되서 그 대신 땅을 주는 걸로 했거든.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50%씩 소유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 그리고 이건 여기가 얼만큼의 도넘(땅의 단위)인지 써 있는 거고, 이건 지역의 번호고”

문서엔 그 땅이 어떻게 가족들에게 내려오고 있는지에 대한 역사가 적혀 있었다.

 

“이걸 보고 그들이 허가증을 주는 거야. 이 문서를 보면 거기가 내 땅이라는 걸 알 수 있거든. 이건 법원에서 받은 서류야. 거기(내 땅)에 들어 갈 수 있는.”

“반다야, 이거 보이니. 이게 첫 번째 허가증이야. 이 첫 번째 허가가 2004년 9월 24년이지. 이게 없인 내 땅에 들어 갈 수 없다는 거야.”

가족 당 한 개 씩 발행된다는 허가증. 올리브 수확 철이면 온 가족이 다 같이 몇 주씩 올리브를 따러 가지만, 장벽 넘어 땅은 오로지 아부 마흐무드만 갈 수 있다. 가지가 휘어지도록 매달린 올리브를 혼자 다 딸 수가 없어서 큰 아들 마흐무드 이름으로 허가증을 몇 번이나 신청해 보았지만 돌아 온 건 기다려 보라는 말과 긴 침묵이었다. 올해도 아부 마흐무드는 아들 마흐무드 이름으로 허가증을 신청했지만 한 달 째 답이 없다고 했다.

 

 

장벽땅11.jpg

 

장벽 너머 땅으로 올리브 수확을 가기 위해 검문을 기다리는 아부 마흐무드와 농민들

 

 

 

“이 문서는 영국 정부에게서 받은 거잖아. 오로지 델룩손 마을 사람들만 영국 정부로부터 나온 증명서를 가지고 있어. 영국 정부에 있는 사람이 예전에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뭘 원하냐고 물었어. 돈을 원하는지 다른 무엇을 원하는지. 그런데 우리는 돈이 아니라 문서를 요구했지. 우리 땅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달라고. 그래서 그들이 우리에게 이 문서를 만들어 준거야. 아띨이나 다른 마을에는 없어, 오로지 델룩손에만 있거든. 그래서 장벽 너머의 우리 땅은 빼앗길 염려가 없어.”

아부의 말처럼 영국 정부에서 발행한 땅 문서가 오로지 델룩손 마을에만 있는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굳이 확인해 보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아부의 믿음이었다, 땅을 빼앗기는 다른 마을의 소식을 듣지만 자신 마을의 땅은 정말로 안전할 것이라는.

 

얼마 전 부린 마을에 갔을 때 보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스라엘 군인이 와서 뿌리 뽑은 올리브 나무들이 땅 한 켠에 모아 두었던 모습.

나는 이스라엘이 부린에서 처럼 그리고 다른 수 많은 마을에서 처럼 땅을 빼앗가 가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아부는 반복해서 영국 정부에서 발행한 땅 문서가 오로지 델룩손 마을에만 있다는 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이 땅을 빼앗아 간데도)팔레스타인 정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들은 이스라엘 정부나 돕겠지.

그럼 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나는 총도 없고, 나는 나의 땅에 가서 머물 수 밖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 나는 누구를 죽일 수도 없고, 이스라엘 군인들, 흠... 하지만 이건 합법적인 증명서야. 나와 모든 농민들에게, 만약 그들이 훔친다고 해도 영원히 훔칠 수는 없어. 10년, 15년, 아무튼 몇 년 이후엔 모든 땅을 그의 주인에게 돌려 줘야해. 이것 과 동일한 문서가 영국에 보관되어 있거든“

난 읽을 수도 없는 문자들을 열심히 봤다. 자기 땅에 대한 확실한 문서가 있으니 땅은 안전하다고 믿고 싶은 아부의 마음에 열심히 부응해야 할 것만 같았다.

델룩손은 초기에 분리 장벽 건설이 이루어진 마을이다. 마을에서 장벽 건설이 될 때 싸움이 있긴 했지만, 결국 우린 모두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전에 아부가 말해 준적 있었다.

그 때는 단지 장벽이 생기는 것일 뿐, 이렇게 허가증이 있어야만 들어 갈 수 있는 상황이 될 줄 잘 몰랐다고 했었다. 아부는 분리장벽이 건설되던 당시를 이야기 하며, ‘그땐 그것이 현실이었다’는 말을 여러 번 했었는데.

아마 빌레인처럼 끈질기게 싸우지 못해 본 것에 대한 아쉬움과 델룩손에 장벽이 건설될 당시는 장벽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 인 줄 잘 몰랐다는 무지에 대한 후회가 담겨 있는 말 일지도 모르겠다.

 

아부 마흐무드의 아스라한 꿈과 믿음.

그도 나도,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이스라엘 불도저가 와서 올리브 나무를 밀어 버릴 때, 땅 문서는 물에 젖으면 녹아 버리고 마는 종이에 불과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장벽앞사람들2.jpg

    

장벽 너머로 올리브 수확을 간 가족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0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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