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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0 11:52

가시 선인장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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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하르 칼리파 /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제가 얼마 전에 팔레스타인 관련해서 A4 용지로 치자면 70쪽에 가까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주로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글을 쓰면서 들었던 생각이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몇 년 해 왔지만 내가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참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느낀 것이 다른 일들도 그렇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정말 복잡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역사적인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스라엘 민족과 팔레스타인 민족간의 관계문제만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건 단지 이스라엘 사람이다 아랍인이다 하는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와 사업주 간의 문제에요. - 166쪽

이스라엘 지역 공장으로 가서 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매일 매일 검문소를 지나야 하는 일과 함께 아랍인 노동자들은 일하다 손가락이 잘려도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도 못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해도 자본가들이 외면하는 일이 숱하게 벌어집니다. 민족의 차이에 힘없는 노동자로써의 설움까지 함께 겪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 팔레스타인인들이 해방된다는 것은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에서 벗어난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자본가들이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까지 포함하게 됩니다.

이 소설 속에서 아딜은 공장에서 아랍인 노동자들과 유대인 노동자들이 싸울 때도, 길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군인을 살해할 때도 민족의 차이를 떠난 평화의 꿈을 버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개인이 무슨 꿈을 꾸건 역사와 사회는 그들 가만 두지 않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잊었다. 공통의 억압. 약속된 평화. 형제애의 꿈. 노동자들의 권리.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미친 듯이 주먹질을 해 댔다. 지금 당장 이 머리에 필요한 건 주먹질이지, 평화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헛소리가 아니다. 머릿속에 든 것을 보호해 줄 것은 망치 말고는 없는 것이다. - 121쪽



폭격이나 총격 말고도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답답하고 속 터지는 일은 수두룩 빽빽하지요.

통행금지 때문에 아이들이 집안에만 갇혀 지내다 보니 엄마들은 골머리가 아파 오고 미칠 지경이다. 이놈은 침대 밑에, 저놈은 탁자 위에. 젖먹이 아이는 발악을 하며 울어댄다. 남편은 애꿎은 마누라에게 성질을 부려댄다 - 108쪽

그래도 먹고 살아야겠기에 이스라엘 지역으로 가서 돈을 벌라치면 주변 사람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구요.

자네 지금 어디서 일하냐고 묻더군요. 저는 서쪽을 향해 눈을 찡긋하며, 저기 가서요 했지요. 그 자는 얼굴이 노래져서는,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하더군요. - 49쪽

이 소설은 이스라엘의 점령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직접적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인이 다른 팔레스타인인을 괴롭히는 문제,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어떻게 싸울지를 놓고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은 온갖 일들이 벌어지는 팔레스타인에서 ‘그래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빵과 채소와 과일을 산다. - 231쪽

* 뎡야핑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7-1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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