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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스라엘 유대인이며 하이파대의 정치학 교수였던 일란 파페의 『팔레스타인 현대사: 하나의 땅, 두 민족』(이하, 『현대사』)과 팔레스타인 평화 운동을 주도하는 한국 시민 단체인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라피끄: 팔레스타인과 나』가 출간됐다. 팔레스타인 현대사에 대한 연구가 매우 빈약한 한국 학계 현실을 감안하면 두 책의 출간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인 전문가와 한국인 평화운동가라는 서로 다른 입장의 두 저자들은 인권의 중요성을 똑같이 강조하면서, 팔레스타인 땅의 평화를 소망하고 있다.

이 두 책은 19세기 후반을 서술의 출발점으로 잡는다. 『현대사』는 오스만 제국, 영국 제국, 팔레스타인인, 시온주의자 사이의 상호 관계들을 두텁고 자세하게 서술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스라엘로 수렴되는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의 유대인들 사이에 분열과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라피끄』는 영국과 미국의 후원으로 시오니즘이 활성화되는 과정과 이스라엘 국가가 창설되는 과정을 시오니즘 내부 동력과 강대국이라는 외부 세력과의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분명한 선을 가지고 서술하고 있다.  『라피끄』는 평화운동가의 저술답게 독자들에게 주는 단순하고 분명한 메시지가 돋보이는 반면 『현대사』는 전문연구자의 저술답게 문제의 본질을 차분히 숙고하고 있다.
    
『현대사』, 시온주의와 팔레스타인 민족주의를 모두 부정하는 양비론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 건국 이후 현재까지 이스라엘 국가 이념 역할을 하고 있는 시온주의나 시온주의 대응 정치 이념으로 등장한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의 관점을 넘어서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새롭게 쓴다”고 이 책의 서술 방향을 밝혔다. 파페는 현재 이스라엘인에게는 반(反)시온주의자로, 팔레스타인인에게는 의식 있는 인도주의자로 알려졌다. 특히 파페가 2006년에 『팔레스타인 땅의 인종 청소』를 출판한 이후 팔레스타인인 사이에서 그의 인기는 급증했다. 아쉬케나지 유대인(Ashkenazi, 현재 세계 권력의 주류에 위치해 있는, 유럽 출신의 유대인), 이스라엘 시민, 하이파대의 정치학 교수가 ‘이스라엘 국가는 토착 팔레스타인인의 추방과 땅에 대한 소유권의 강탈에 토대를 두고 창설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것만으로도 팔레스타인인에게는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서두에서 파페는 “팔레스타인 땅에 거주하는 두 민족에 관한 이야기를 서발턴(Subaltern, 민중)의 관점에서 재구성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나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현대사는 대부분 민족주의적인 정치사 관점에서 단순하고 일사분란하게 쓰였기 때문에 서발턴 중심의 탈민족주의적인 관점을 취한 『현대사』의 주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책의 제목이 말 그대로 의미하는 바도 ‘현대 팔레스타인의 역사는 팔레스타인 토착민과 유대 이주민이 하나의 팔레스타인 땅에 대해 현실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족주의적인 관점을 배제하고 팔레스타인의 현대사 구성이 가능할까? 실제로 팔레스타인 땅의 일상화된 분쟁 속에서 이스라엘 국가와 팔레스타인인은 각각 대립되는 분명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때문에 서발턴적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팔레스타인 역사에서 서발턴은 누구인가 등은 의문점으로 남는다.


  
자신을 포스트 시온주의자로 명명한 파페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팔레스타인 땅에 사는 여성, 아동, 농민, 노동자, 평범한 도시거주자, 평화 운동가, 인권활동가, 즉 보통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의 서사로 제시하겠다고 밝힌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지배 민족과 피지배 민족 간의 분쟁이라는 특수한 관점을 해체하면서, 일반적인 서발턴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을 따른다는 의미다. 그러나 파페 자신이 밝혔듯이 지역 분쟁의 본질은 다른 문제가 아니라 ‘땅과 주민’의 문제다. 때문에 팔레스타인 땅을 현실적으로 통제하는 주체인 이스라엘 국가와 이스라엘 군사 점령지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인, 팔레스타인 땅에서 추방된 난민이라는 대립구도를 피해가면서 팔레스타인 현대사를 쓴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할 수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 땅에서 가장 중요한 서발턴은 점령지에 살지만 이스라엘 시민권이 없는 팔레스타인인과 주변 아랍 국가들에 거주하는 난민이어야 할 것이다. 사실 파페가 주장한, 서발턴을 중심으로 한 역사 서술 시도는 이스라엘 시온주의와 팔레스타인 민족주의 양자를 모두 부정하는 양비론의 입장을 취하면서, 다양한 분쟁의 주체들을 매우 복잡하게 연결시켜 결국 지배자 이스라엘 국가와 피지배자 팔레스타인인이라는 대결 구도를 약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이 지역 분쟁의 핵심을 모호하고 흐릿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이 있고, 결국 누구에게 유리한 상황을 창출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도록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르는 고립장벽, 팔레스타인 쪽 장벽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렸다(우측 하단).  
  
『라피끄』, 시온주의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민족주의

이 책은 현재 분쟁이 발생하게 된 원인, 계속되는 전쟁 상태, 점령당한 지역 주민들의 고달픈 일상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런 서술 방식은 현재 분쟁의 주체는 지배국가 이스라엘과 피지배 민중 팔레스타인인이라는 확실한 구도를 전제로 한다. 이 책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유럽의 시온주의자들을 앞세워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국가를 건설함으로써 분쟁의 씨앗을 뿌렸다고 분명한 어조로 밝히고 있다. 또 이스라엘 국가 건설 이후에도 서구 열강들과 주변 아랍 국가들이 계속해서 개입함으로써 끊임없는 전쟁 상태를 유발하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이 책이 중요하게 다루는 검문소, 고립 장벽, 점령촌과 점령민, 인티파다 수감자, 경제 붕괴, 물, 난민 등의 주제들은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성 요소들이다. 특히 이 부분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생동감 있게 기술함으로써, 이스라엘의 가혹한 군사 점령 하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는 허구적인 선전을 불식시키는 길로 안내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 책은 미국이 중재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에서 무엇을, 어떻게 협상할 지를 이스라엘과 미국이 전적으로 결정하므로 협상을 통해서는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앞으로의 평화 협상에서는 장벽, 점령촌, 난민, 예루살렘, 수감자, 물 등 현재 쟁점이 되는 문제들에 대한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책은 마지막 장에서 팔레스타인에 들어가는 방법, 팔레스타인 내에서 여행하는 방법, 물가, 인터넷 이용방법, 아랍 문화, 평화 운동 단체 활동 등을 소개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해준다. 전반적으로 분쟁 지도, 사진, 통계 자료 등을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상식이 없는 독자들이라도 이 지역 분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글 : 홍미정 건국대 중동연구소
- 출처 : 대학신문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807
* 뎡야핑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7-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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