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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를 이해하는데 여러 가지 중요한 시기나 사건이 있는데, 저는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은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의 건국은 그 사건만으로도 큰 일이었고, 건국 과정에서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죽임당하고 쫓겨났지요. 그리고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은 한 판 전쟁을 치렀습니다.

 

현재를 이해하는데 과거의 사건(이스라엘 건국)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 때 벌어졌던 일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영토를 팽창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 있고, 여전히 검문소를 세워 이동을 제한하고 있고, 여전히 사람을 죽이고 잡아 가두고 있으니까요. 현재 벌어지는 일들의 역사적 뿌리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과거를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종청소

 

시오니스트들의 팔레스타인 지배(팔레스타인이라는 지역과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사람에 대한 지배 모두) 문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열쇠말은 ‘인종청소’입니다. 그러면 인종청소의 정의가 무엇이냐가 문제일텐데요, 여기서는 하나의 집단이 정치, 종교, 인종, 민족 등의 이유로 특정한 지역에서 다른 집단을 강제로 몰아내는 것이라는 정도로 하지요. 대표적인 사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유대인·집시 등을 인종청소 했던 것과 1947년~1949년 사이 시오니스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했던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인종청소에 대해서 시오니스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자발적으로 떠났다’라고 하고 있는데 여기서 얘기해 볼 수 있는 것은 인종청소 그리고 공포와 자발성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시오니스트들이 □□마을 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 놓고 총살 시켰다는 소식을 들은 옆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바로 짐을 싸들고 마을을 떠났다면 이것은 ‘자발적’인 것이 될까요?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인종청소에 대한 인종주의적 사고의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랍인이나 흑인들이 어린이들을 때려 죽이고, 여성들을 강간했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또 그랬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백인이나 미국인, 이스라엘인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정말? 어떤 사례가 있는지 말해봐’라며 증거를 찾으려고 합니다.

 

아직도 ‘세계평화’를 원하는 많은 분들이 전 이스라엘 총리 이츠하크 라빈을 살인자가 아니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기억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랍인과 흑인의 악행은 그들의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악의 근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백인의 악행은 우발적인 사고 수준으로 생각하기 쉽지요.

 

기억되지 않는 기억

 

이번에 읽은 것은 [팔레스타인 현대사]라는 책을 쓴 일란 파페의 [팔레스타인의 인종청소 The Ethnic Cleansing of Palestine]입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1947년~1949년 사이 시오니스트들이 저지른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에 관한 기록입니다. 시오니즘의 ‘순수한 유대인의 국가’라는 사고에서부터 1947년 유엔 분할안 이후 시작된 본격적인 추방과 전쟁, 각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강간·몰수·파괴 등 각종 범죄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언제·어디서·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적혀 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알 나끄바(대재앙)’이라고 부르는 사건이 왜 재앙일 수 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살인과 추방 등의 사건이 벌어진 것은 맞는데 그것은 전쟁이 나는 바람에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1948년 3월에 시작된 ‘D 계획(Plan Dalet)'에서는 언제·어디서·누구를 내쫓을지가 나와 있었고, 시오니스트들은 그 계획에 따라 조직적으로 인종청소를 진행합니다.

 

아랍-이스라엘 전쟁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해서 이스라엘이 대응했다’라고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얘기해 볼 것이 여러 가지입니다. 먼저 아랍 민중들과 아랍국가들이 왜 이스라엘과 싸우려고 했느냐는 문제입니다.

 

1948년 5월14일에 시오니스트들이 건국을 선포하고, 5월15일부터 전쟁이 시작되는데 이 당시 아랍권에서 큰 문제였던 것은 1947년부터 진행된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였습니다. 데이르 야신 학살을 비롯해 인종청소 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거지요.

 

굳이 따지자면 유대인들이 나라를 세웠기 때문에 아랍 국가들이 파병을 해서 전쟁을 벌인 것이 아니라 인종청소가 벌어졌기 때문에 파병을 해서 전쟁이 벌어진 거지요. ‘나치의 학살을 피해 유럽에서 쫓겨온 가난하고 힘없는 유대인들이 자신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아랍 침략자들에 맞서 용감히 싸웠다’라고 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건국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미지일 뿐입니다.

 

하지만 당시 전쟁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은 전쟁에 큰 뜻이 없거나 능력이 없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흔히 말하는 1차 중동전쟁 또는 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아랍 국가들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그 핵심은 인종청소와 난민 문제입니다. 이스라엘이 협상 과정에서 난민 문제를 논의 대상에서 빼려고 노력하는 것도 난민 문제가 이스라엘의 존재 기반을 흔드는 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오니스트들이 끊임없이 집착하는 것이 ‘인구 문제’입니다. 팔레스타인 땅에 아랍인의 수보다 유대인의 수가 많아야 한다는 거지요. 나치의 학살과 소련의 몰락은 그들이 말하는 유대인 인구수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인위적인 유대인 인구 증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고립과 추방입니다.

 

예를 들어 흔히 말하는 이스라엘 지역(48년 점령지)과 서안+가자 지구(67년 점령지)에 살고 있는 유대인과 아랍인 인구를 합쳤을 때 그 비율은 1:1에 가깝지만, 아랍인들을 서안+가자 지구로 몰아넣고 나면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유대인과 아랍인의 비율은 4:1 정도로 됩니다. 그래도 아랍인 인구의 자연 증가율이 높자 48년 점령지에 살고 있던 아랍인들을 강제로 서안+가자 지구로 내쫓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약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면 그야말로 시오니즘 운동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밖에 없게 되겠지요.

 

인종청소와 난민 문제는 이데올로기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이스라엘이 자기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수단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국가라는 것입니다. ‘억압 받았던 민족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거지요. 하지만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의 시작과 현재까지의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른 일들을 인정하게 되면 그들의 ‘희생자’ 이미지는 한 번에 무너지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난민들은 자발적으로 떠났다’ ‘일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으나 그것은 우연히 벌어진 것이다’라고 주장을 하는 거지요.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낸 마을을 공원으로 만들고 마을 이름을 아예 바꿔버림으로써 과거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살았었다는 흔적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것을 보면 난민 문제가 시오니즘 운동의 큰 짐이기도 하고 두려운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무쪼록 누군가 이 책을 번역·출판하고, 또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 ?
    시온의 마지막 나팔소리 2010.03.16 18:21 (*.10.49.186)
    수고하십니다.
    알란 파페가 강연한 동영상도 You Tube에 어느정도 많이 나와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면에서 균형있는 시각의 책이었습니다.
    벌써 일년 가까이 된것 같군요 책을 읽은지가..
    그리고 중요한 원서 두권 소개합니다

    Shlomo Sand - The Invention of the Jewish People.

    Zionism : The Real Enemy of th Jews(The False Messiah)

    항상 하는 권고이지만

    성경의 내용중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정확히 모르고

    이런 운동을 계속해서 하시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습니다.

    성경을 믿지 않고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가 어떤 유익이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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