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기) 팔레스타인 성지순례①-현황과 문제점

by 현미씨 posted Apr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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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낱말만으로는 성스럽고 신비하고 고요하고 사색적이고 영성이 느껴지는....

그러나 초기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어느 곳에서나 사람이 모이면 교환과 소비가 발생하고 이는 이윤의 창출이 주목적이 되는 산업화로 구조화되며, 때로는 국가나 정부, 또다른 지배집단에 의해 정치적․사회적으로 교묘하게 이용되기도 한다.

현재 세계 각지의 성지를 찾는 순례객을 포함한 국제 관광객의 수는 약 10억 명, 2020년에는 16억 명에 달할 것이라 한다.(World Tourism Organization) 관광산업의 외형이 커지고 인권, 환경 문제가 불거지면서 80년대부터 책임여행, 공정여행, 생태여행, 윤리적 여행 등의 대안적인 여행, 대안적인 관광의 흐름이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지금까지의 많은 여행이 소비와 환경파괴, 원주민들에 대한 몰이해ㆍ무례로 인한 문화파괴, 제3세계에 대한 선진국의 일방적인 경제 착취를 합법화 시키는 역할 등을 해왔다는 자성에 바탕한다.

 

 DSC02751-1.JPG 사진/알리아.2009 팔레스타인


현지인들의 인권 보장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 뿐만 아니라 갈등해결, 분쟁종식, 평화정착이라는 면에서 성지순례자들을 포함한 여행자들이 진지하게 돌아봐야 하는 곳이 바로 팔레스타인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 25억을 차지하는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들의 성지순례 패키지 여행의 최대 시장이며 최대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관광부에 따르면 2008년 이스라엘을 찾은 관광객은 280만 명이다. 이는 2007년보다 40%나 성장한 수치다. 이스라엘 통계청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인구는 2008년 기준으로 733만7천 명이며 그 중 유대인이 554만2천명(전체 인구의 75.5%), 아랍인이 147만7천 명(전체 인구의 20.1%)이다. 즉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관광객이 매년 그 나라를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산업은 이스라엘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며 200여 개가 되는 키부츠들은 호텔과 각종 레저 프로그램을 개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있는 성지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팔레스타인 점령사실을 은폐하고 자신들의 군사적ㆍ정치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직ㆍ간접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성지순례의 여정에 빠질 수 없는 예루살렘성과 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 등 주요 성지가 위치한 곳은 이스라엘 유대인 지구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속해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상반기 서안지구를 찾은 관광객은 76만9천 명이며 이중 베들레헴 방문율이 66%이다. 그럼에도 이들로 인한 주요 수입은 모두 이스라엘에게 돌아간다. 성지순례 여행자들이 머무는 곳은 대부분 예루살렘의 오성급 호텔이나 키부츠의 리조트 같은 이스라엘의 숙소들이며 이스라엘 관광회사의 전용버스를 타고 이스라엘만의 전용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서안지구 방문은 대부분 이스라엘 여행사의 패키지 프로그램의 일부로 이스라엘 버스는 팔레스타인을 자유롭게 오갈수 있지만 팔레스타인 여행사들의 버스는 예루살렘이나 이스라엘 지역으로 들어가 관광객을 픽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오슬로 협정이 진행되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팔레스타인의 상업과 관광업은 경제활동 인구의 18%로 제조업 16%, 농업 14%를 앞지르는 주요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잦은 도로봉쇄와 이동통제, 팔레스타인 물품의 유입통제 등으로 팔레스타인 경제는 자체생산기반을 마련할 수 없었고 실업률은 높아갔다. 협정 결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세워졌으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이스라엘 화폐가 통용되고 세금도 이스라엘 정부가 거둬 자치정부에 넘겨주는 등 팔레스타인 경제는 철저하게 이스라엘에 예속되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실질적인 주권 대신 깃발, 단위, 명칭, 이름뿐인 직함 등 상징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뿐이다. 결국 2000년 2차 인티파다가 일어났고 이스라엘은 이를 핑계로 2002년 6월 16일, 8m 높이의 고립장벽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총 연장 750킬로미터의 고립장벽은 팔레스타인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를 가로질러 세워지고 있으며 장벽 전체가 해자와 철조망, 전기 울타리 등을 갖추고 수많은 감시탑과 전자센서, 열감지카메라, 비디오카메라, 무인비행기, 저격탑, 순찰차용도로 등을 완비하고 있다.

 

DSC02814-1.JPG DSC02809-1.JPG   

사진/알리아. 2009 팔레스타인

 

고립장벽, 팔레스타인 가이드에 대한 자격증 발급 중지, 팔레스타인 차량의 공항 통행이나 관광객 픽업 금지, 이스라엘 영역으로의 차량 통행에 따르는 심한 검문 등의 방법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관광과 지역 경제를 고사시키고 있다.

베들레헴의 주요 호텔 객실은 텅비기 시작했으며 300개가 넘던 식당은 대부분 문을 닫고 이제 남은 것은 30개 남짓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의 주요 수입원인 올리브 100만 그루 이상을 파괴했는데 그 절반 이상이 2차 인티파다 이후 7년간 파괴한 것이다. 나아가 고립장벽을 쌓으면서는 서안지구 수자원의 85%를 차지했다. 이스라엘의 목적은 오로지 ‘땅’이다. 이스라엘은 고대 오토만 법에 따라 4년 이상 경작하지 않은 땅은 국가가 소유한다는 ‘유기토지회수법’을 근거로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을 몰수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경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올리브숲 사이를 가로막으며 건설되는 고립장벽과 부족한 물 때문에 올리브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거라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팔레스타인 농민들은 자신들이 농사짓던 땅을 떠날 수밖에 없다.

 

DSC03453-1.JPG 사진/알리아. 2009 팔레스타인 


성지순례를 하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러한 팔레스타인의 현실, 팔레스타인인들의 삶과 경험을 보거나 들을 수가 없다. 이스라엘 정부는 성지순례자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의 만남 자체를 철저하게 차단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공항에 내려서 이스라엘 정부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이스라엘 정부가 허락한 성지를 둘러보며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유대인 가이드에 의한 설명만을 듣고 돌아오는 성지순례 프로그램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친절과 환대를 받고 돌아온 순례객들은 당연히 이스라엘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호의적인 태도를 갖게 될 것이고 결국 이러한 패키지 성지순례는 이스라엘 경제를 지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지원하는 것과 같게 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종교인으로서 여행자로서 팔레스타인을 가고자 한다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가는 것이 좋을까. 


글 작성에 도움을 받은  책

이매진 피스 임영신, 이혜영『희망을 여행하라』소나무 간, 2009. 06

기독교 시사 월간지『복음과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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