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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유비

 

이 연극은 분명 유대인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지만 이를 매우 ‘개인사’적 감성으로 그려내었다. 유대인이 역사적으로 받아온 박해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었던 설움,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조상이 살았던 땅으로 돌아온 절박함에 대하여, 7명의 이들이 각자 다른 생각으로 ‘그 아이에게 -을 말 하세요’ 또는 ‘그 아이에게 -을 말 하지마세요’ 라는 대사를 관객에게 제안한다. 관객으로서 나는 어떤 제안에는 동의하고 어떤 제안은 거부하며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의 관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극이 막바지에 이르며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뱉어내는 대사들은 각자 매우 극단적이고 빠르게 진행되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이지 혼란을 가지게 된다. ‘그 아이에게 그들은 우리 땅에서 떠나야 한다고 말 하세요’, ‘그 아이에게 군인들이 그 아기를 죽인 것이 실수였다고 말 하지 마세요’, ‘그 아이에게 우리는 아마 함께 살 수도 있을 거라 말 하세요’ 등의 대사는 역사적으로 피해의식과 상처를 입은 민족이 극단적 상황에서 거꾸로 가해자가 되며 겪는 자기 보호나 도덕적 갈등, 인간의 연민 등을 강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그 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치열하여 보는 사람을 긴장시켰다. 극이 끝난 후 배우들이 사라지고 스크린에 보여준 관객들의 모습은 우리가 보아온 이 상황에서 무엇을 말 하고 말 하지 않는 것의 주체가 우리 관객 자신이라는 것을 선명히 보여준다.


연출에 관하여 이야기 하자면 나는 이 연극이 가장 최소한의 도구로 최대의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장난감이 되거나 의자가 되기도 하고 숨을 곳이 되기도 하는 ‘하얀 의자’도 매우 인상적이었거니와, 구형핸드폰을 사용하는 나로서는 너무나도 놀라웠던 스마트폰의 코드 인식하여 화면 보여주기, 주인공시점으로 바로 찍어 보여주기 등은 이전 연극에서 보지 못한(요즘 연극을 많이 본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신기술을 극에 위배되지 않도록 잘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내용과 대사 자체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관한 기본적 정보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리둥절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극이 시작되기 전에 기본적인 정보를 주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고 현대적 의상으로 배우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없었던 점은 단점으로 작용될 수도 있었으나 보편적 인간상을 나타내는 데는 더욱 효율적이었다고 생각했고, 개인적으로는 아예 현대고 과거이고 시대를 초월해 인간 자체만 나타낼 수 있는, 이를테면 검은 나시와 바지 같은 아주 간단한 의상 이었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이야기가 타 문화(주로 의상으로 표현되는)의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과 갈등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게 연극 <아이에게 말 하세요>는 옅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현실을 더욱 가깝고 주체적 문제로 여기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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