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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건국된지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스라엘이 남은 팔레스타인 땅마저 점령한지는 50년이 다 돼 간다. 그 점령과 식민화 속에서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뉴스는 이스라엘군이 점령지 팔레스타인에 폭격을 퍼붓는다거나, 봉쇄된 팔레스타인 땅에 구호 물자를 전달하러 가는 국제 활동가들을 공격해 죽인다거나, 불법적으로 팔레스타인 땅에 들어와 살고 있는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죽인다거나 하는 것들이었다.이런 강도 높은 노골적인 점령과 식민화 정책에 더해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효율적으로 실행해온 식민 정책이 '분열을 통한 지배'이다. 이는 팔레스타인 정치 세력간 대립을 조장하고 한쪽을 지원해 팔레스타인 리더쉽을 붕괴시킨다는 상층부 공략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스라엘군과 첩보 기관은 아주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에 침투해 그들의 삶을 통제하고 그들이 속한 공동체를 분열시킨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스파이로 만드는 것이다. 스파이가 되면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스파이 활동이 계속될수록 저항 세력 간의 대립, 민중들 서로간의 불신과 증오를 만들고 증폭시킨다. 저항하는 사람들의 단결을 막아내는 것은 압제자에게 필수적인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어떻게 점령자를 위한 스파이 노릇을 하느냐고 비난할 수는 없다. 가장 취약한 계층에 속한 이들이 스파이가 되도록 강제당하는 삶, 그것이야말로 점령과 식민화의 일부인 것이다. 팔레스타인 활동가 누라 만수르가 이 점에 대해 자세한 기고문을 보내줬다.


 

글쓴이: 누라 만수르
번역자: 김해서, 뎡야핑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전역에 설치한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협박과 강요는 시스템화되어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의사에 반해 재산이나 정보를 이스라엘에 넘기라는 강요는 수십년간 계속돼 왔는데, 특히 2007년 팔레스타인 정치세력 분열 이후 훨씬 더 심각해졌다.

지난 십년간 이 문제에 대한 수많은 보고와 증언이 행해졌고, 의사인권연대(이스라엘지부), 벳셀렘, 예루살렘사회경제권리센터와 같은 이스라엘 인권단체들에 의해 기록돼 왔다. 이스라엘 군인들과 신벳(이스라엘 첩보 기관)은 사회적 약자를 겨냥하며 그들을 조종한다. 다음의 두 그룹에 속한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에 스파이 노릇을 강요당함에 있어 가장 취약하다.

1. 가장 소외되고 빈곤한 계층: 어느 사회에서나 가장 약자인 정치/사회적 아웃사이더이거나 재정적으로 힘든 사람들, 예를 들어 보호자 없는 아이나 동성애자

2. 이스라엘의 공공 서비스에 의존적인 사람들: 수감자, 행정구금된 자, 학생, 그리고 의료보호가 필요한 사람들

인권단체들의 보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스파이(부역자)들은 무해해 보이는 정보, 예를 들어 어떤 집에 어떤 종류의 빨래가 걸려 있는지와 같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이스라엘군의 암살 작전에 필수적인 정보가 될 수 있다. 이런 정보는 암살 대상자가 그 집에 돌아와 머물고 있는 지 등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스파이들은 다른 스파이들에게 돈을 송금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한다.

스파이가 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이 스파이로 찍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심문당하고, 고문당하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다. 그들은 친구, 이웃, 가족들을 감시해야 하고, 이스라엘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자신의 비밀이 공개되거나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는 공공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들은 어떠한 선택권도 없이, 스파이가 되든 안 되든 다음의 네 가지 경로로 스파이가 되어 심리적, 사회적, 물리적 고통을 받는다.

1. 행정구금: 터무니없이 아주 작은 구실로도 팔레스타인 사람 누구든 재판 없이 이스라엘에 행정구금 당해 조사받게 된다. 행정구금 당한 이들은 수많은 방식(폭력적 협박, 열악한 감옥 상태, 그리고 친근함을 위장한 스파이들)으로 정보제공을 강요받는다. 스파이가 되길 거부하면 아무런 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아따미르(수감자 인권 단체)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정치 수감자 6,500명 중 500명이 불법적으로 행정구금 당한 상태다. 이 중 182명은 아이들이다. 행정구금이 끝난 후에도 이들은 스파이라는 의심을 사서 지역사회의 신임을 잃게 되고, 이 때문에 계속해서 스파이로 남기도 한다.

2. 폭로의 위협: 비밀이 있는 사람이라면 — 동성애자거나 혼외, 혼전 성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 이러한 사실들이 스파이가 되도록 압박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폭로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삶과 인간관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바깥으로 떠나기 위해서 이스라엘에 부역할 것을 강요받기도 한다. 수백 개의 검문소가 마을과 도시를 갈라놓는 만큼, 이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벳셀렘과 유엔OCHA에 의하면 2014년 현재 고정된 검문소는 99개, 2013년 현재 이동식 검문소는 256개, 그리고 차가 다닐 수 없게 하는 대형 장애물들이 2012년 현재 532개 있다. 가장 자주 보고되는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3. 공부에 대한 위협: 팔레스타인인들의 여행 허가는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민정부(Civil Administration)와 첩보 기관 신벳 소관인데, 이스라엘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신벳이 사실상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학생들은 이스라엘이 발행한 허가증이 있어야 이스라엘 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데, 신벳에 협력을 거부한 학생들은 이후 출입을 거부당했다.

4. 신체 혹은 죽음의 위협: 병원 치료를 위해 (대부분 가자지구로부터) 이스라엘로의 여행 허가증을 신청한 환자들은 이를 거부당하면 심각한 건강문제를 겪거나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점령군으로서 이스라엘은 점령지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건강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최소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거부해선 안 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의료문제를 악용함으로써 제4차 제네바 조약과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스파이가 된다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파이가 되면, 길고 긴 착취의 과정이 시작된다. 이스라엘에 더 이상 괴롭힘 당하지 않기 위해 스파이가 될 수도 있지만, 스파이 노릇을 하면 할수록 이스라엘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스파이 활동을 그만두고 싶어 하는 스파이에게 그간의 활동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이들의 가족을 협박한 사례들이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스파이들은 적으로 낙인찍힌다. 동포, 가족, 친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암살 혹은 군사작전을 도왔을 것이므로, 믿을 수 없는 배신자로 인식된다. 정체가 폭로되어 붙잡히면 처형당하기도 한다.

많은 스파이들은 가족과 친구를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 혹은 이스라엘에서 열악한 삶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이 경우 사회적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에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이스라엘 사회로부터 거부당한다. 시오니즘 이데올로기는 유대인으로만 구성된 국가 건설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렇게 들어온 아랍인들은 거부되거나 차별당한다. 이스라엘 정부에게 이들은 단지 제대로 동작할 때만 유용한 도구에 다름 아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저항과 마찬가지로 스파이도 점령의 산물이다. 이렇게 팔레스타인의 사회구조망과 단결성을 파괴하는 분열을 통한 지배정책에 영향받지 않으려면 팔레스타인이 해방과 완전한 자치권을 달성하기 위한 확실한 민족적 전략을 세우고 따라야 한다.

스파이를 처형하는 것은 이 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이 아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이 그들의 비인간적인 정책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하니 아부 아싸드(Hani Abu Asa’ad) 감독의 작품 “오마르”는 이런 강요된 스파이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오마르”는 단결에 대한 인간적이고 강렬한 메시지를 표현하며 스파이를 비롯해서 팔레스타인인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공격하지 말아야 함을 얘기한다. 모든 팔레스타인인은 같은 억압을 경험하고 있으며, 모두 이스라엘 정책의 피해자다. 팔레스타인의 분열된 정치판은 더 많은 스파이를 양산할 수 있다. 모든 분파간의 협력과 단결을 통해서만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 9월 5일 토요일 오후 1시 반,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영화 "오마르" 상영이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디아스포라 영화제 홈페이지 참조: http://diaff.org/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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