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171.70.191) 조회 수 169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8956372446_f.jpg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비망록_ 조사코 지음

 

이 책은 1956년 11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칸유니스에서 275명, 그리고 근처의 라파에서 111명을 학살한 사건을 르포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조 사코(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 대량학살의 사건은 역사 속에서 단 몇 줄의 각주로 표기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그 사실 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유독 팔레스타인에서 그 비극의 역사는 지금까지 되풀이 되고 있다. 혹자는 그에게 샤브라-샤틸라 학살 혹은 현대의 학살 이야기를 다루라고 조언하지만, 그는 잊혀진 대학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한 일들에는 현재의 사태를 일으키는 슬픔과 분노의 씨앗이 종종 숨어 있기 때문에..

 

IMG_3428.jpg 

 

참고할 문서나 자료가 거의 없었기에, 저자는 직접 가자지구로 찾아가 당시의 사람들을 만난다. 때로는 그들이 기억하는 사건, 이미지들이 다르기는 하지만  조 사코만의 세밀하고도 시니컬한 특유의 필터링을 거쳐 그려낸다. 56년과 현대를 오가며, 우리는 이스라엘의 폭력과 살인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하면서도 과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데, 몇 남지 않은 생존자들의 이야기는 무용담과 처참함이 뒤엉켜 독특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된다. 팔레스타인에서의 죽음은 흔하고도 드라마틱하다.

 

 IMG_3431.jpg

 

실제로 팔레스타인들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는 매일매일 찾아볼 수 있다. 이스라엘 군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혹은 이스라엘 점령민에 의해, 혹은 그들 스스로를 폭탄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흔해빠진 사건 안에는 강대국들과 이스라엘의 위선, 주변 아랍국들의 자리싸움, 세계의 무관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무능함 이 모든 것들의 연결고리로서 뒷받침되고 있다. 그리고 오롯이 팔레스타인들은 온 몸으로 모든 폭력에 견뎌야한다.

 

칸 유니스와 라파에서 대학살의 배경에는 유엔 팔레스타인 분할 결의안 181호가 통과된 이후 유대 테러 단체들의 공격과 1948년 중동전쟁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가옥 파괴가 있었다. 이로 인해 당시 팔레스타인 인구의 90%가 난민으로 전락했고, 이 중 20만 명 이상이 가자로 축출되었다. 56년 사건 당시에는 수에즈 전쟁을 틈타 이집트의 통치하에 있던 가자를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점령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게릴라와 군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백명을 학살한다.

 

IMG_3432.jpg 

 

그리고 그 폭력의 연장선은 현재의 팔레스타인에도 유효하다. 실업, 가난, 점령민, 가옥파괴, 고립장벽, 체크포인트, 자살폭탄, 등 저자는 이 문제들을 간단히 나열하지 않고, 이것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상세하게 보여준다. 

 

IMG_3435.jpg 

 

2008년 말에서 2009년 초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공습해 14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 때 나는 분노를 넘어선 절망을 느낀 적이 있다. 그리고 1부터 숫자를 세어 보았다. 중간에 지쳐 다 세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의 삶을 파괴하기 이다지도 쉽구나 라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다. 굳이 조 사코가 1956년의 잊혀진 이야기를 들춰내는 건, 저자의 말처럼 2009년 그리고 2012년 현재의 팔레스타인이 크게 다르지 않아, 무엇이 팔레스타인 가슴 속에 증오를 심어놓았는지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글쓴이 조회 수
50 "평화" 협상 가운데 들리는 "다음의 전쟁" 6 file 2012.02.09 서장수 20714
49 [번역] 보이콧 운동(BDS)과 보이콧처럼보이는 미묘한 안티BDS 5 2012.04.01 GomGomLover 17226
48 한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삼관관계를 밝히다 2012.05.10 뎡야핑 16202
47 서평 <사과나무 아래서 너를 낳으려 했다> 1 2012.06.04 아미라페트로비치김 15713
46 좌절된 축구 선수의 꿈: 행정 구금을 철폐하라! file 2012.06.21 뎡야핑 15351
45 [펌] 중동정세의 가늠자, 이집트 민정 file 2012.06.27 뎡야핑 17441
» [서평]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비망록 file 2012.08.14 냐옹 16916
43 [서평] 굿모닝 예루살렘 file 2012.08.17 뎡야핑 15853
42 [10/13(토)] 레일라 칼리드, 하이재커 상영회 file 2012.10.04 뎡야핑 19229
41 살해당한 3인의 국제활동가 file 2012.10.18 뎡야핑 16066
40 [번역] 가자 지구에 갇힌 채. 2012.12.05 뎡야핑 14230
39 [번역] 팔레스타인, 가자에서 온 성탄축하 메시지 file 2012.12.24 뎡야핑 15000
38 [미완의 서평]팔레스타인 여성들 2014.01.06 냐옹 10557
37 가자의 잠 못 이루는 밤-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이스라엘의 드론 전쟁[1] 2 file 2014.05.29 냐옹 8839
36 이스라엘의 조직적 폭력, ‘불법 정착촌’의 비극 1 2014.07.14 뎡야핑 8400
35 언론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접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2014.07.22 뎡야핑 5251
34 저들의 고통을 보라 2014.08.04 뎡야핑 4701
33 <영화인 성명서> 이스라엘을, 그리하여 제11회 EBS국제다큐영화제를 보이콧하겠습니다 2014.08.11 올리브 6961
32 [PACBI 성명서] 한국 EBS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보내는 호소문: 이스라엘의 식민주의, 인종청소, 인종차별 정책을 기념하지 말아주세요! 2014.08.12 올리브 5998
31 PACBI 성명서에 동의하는 국내 아랍/무슬림 커뮤니티 서명 2014.08.12 odiflya 541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