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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4 18:27

저들의 고통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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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30 창비주간논평에 기고한 글입니다.

7월 25일 이스라엘 경찰 대변인은 유대인 청소년 세명에 대한 납치살해가 하마스(Hamas) 아닌 소규모 무장 조직의 단독 범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번 가자 침공을 어떤 명분으로 개시했는지를 떠올려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마스가 부인했음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납치범으로 지목해 용의자들의 집을 폭파하고 하마스 대원을 100명 이상 체포하더니, 급기야는 하마스를 소탕하겠다며 가자지구를 침공했다. 그런데 소년들이 실종된 6월 12일 당일에 이미 ISIS 계열 조직이 작년 이스라엘군이 조직원 세명을 살해한 데 대한 보복으로 소년들을 납치했음을 주장했고, 이에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자신이 범인임을 밝힌 조직이 있는 상황에서 가자지구에 폭격을 퍼부음으로써 이스라엘은 소년들의 죽음이 가자 침공의 구실이었을 뿐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스라엘이 대규모로 가자에 침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2일간 1400여명을 학살한 2008~2009년, 하마스 지도부 암살을 시작으로 8일간 170여명을 학살한 2012년에 이어 세번째다. 앞선 두번의 침공은 이스라엘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집권여당의 선거전략의 일환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번 침공은 팔레스타인의 양대 정치세력인 하마스와 파타(Fatah)의 통합정부 구성을 깨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팔레스타인과 하마스의 실상

 
야쎄르 아라파트(Yasser Arafat)라는 민족 지도자가 이끌던 파타는 1995년 2차 오슬로 ‘평화’ 협정을 통해 점령지 팔레스타인에 자치정부를 세우며 권력을 강화했는데, 이때 서안지구의 60%가 넘는 땅을 이스라엘군의 통제에 둘 것을 이스라엘과 합의했다. 이스라엘의 ‘안보’와 장차 ‘유대인 국가’ 설립을 위한 협상 파트너로 자신이 적임자임을 이스라엘에 확인시켜준 것이다. 지속적인 이스라엘과의 협정과정에서 파타는 무능하고 부패한 모습만을 보였고, 협정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더 식민화되는 상황에 민중은 실망과 분노만을 느꼈다. 이런 정세에서 본래 자선단체였던 하마스가 사회복지 사업과 비타협적 투쟁노선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으며 대안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했다.
 
2006년에 치른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는 첫 참여였음에도 압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파타는 이에 불복하며 쿠데타를 일으켰고, 2007년 내전 끝에 가자와 서안이 각각 하마스와 파타의 지배하에 놓이자 이스라엘은 곧바로 가자지구를 ‘적대지역’으로 지정, 이집트의 공조 속에 가자로 통하는 육·해·공을 전부 봉쇄하고 물자와 사람의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가자 주민은 이집트로 지하터널을 뚫어 연료, 식료품, 의료품 등 물자를 조달하며 숨통을 틔웠지만, 이스라엘과 이집트 정권은 터널을 파괴하고 국경을 통제하며 봉쇄를 강화해 민중을 아사상태로 몰아넣고 하마스를 약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공무원의 임금도 주지 못하던 하마스는 대(對) 이스라엘 무력투쟁 중단 등 파타의 요구안을 대거 받아들이며 최근 통합정부 구성을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리더십의 분열을 조장해 이득을 누려온 이스라엘은 통합정부 구성에 격렬히 반대했다. ‘테러조직’ 하마스가 포함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지난 6월 2일의 일이다. 열흘 뒤 유대인 소년들이 실종됐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군사행동을 단행함으로써 팔레스타인 통합정부의 미래는 다시 불투명해졌다.
 

“하늘이 뚫린 감옥에서 사느니 존엄한 죽음을 택하겠다”

 
파타는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하마스가 ‘전쟁 상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처음 이스라엘이 응했던 이집트의 휴전안은 하마스를 포함한 가자지구의 그 누구와도 사전에 논의되지 않았다. 하마스는 심지어 언론보도를 통해 휴전안에 대해 알았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휴전에 응하지 않으니 자신들에게 정당성이 있다며 지상군을 대거 투입했다. 파타도 이스라엘과 같은 논리로 하마스를 비난하고 있다. 정작 대대적 침공으로 가자 주민을 학살하고, 무인기로 폭격하고, 7년간 가자를 봉쇄하며 주민들을 말려죽인 것은 팔레스타인 전역을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인데도.
 
하마스만이 아니라 가자 주민도, 나아가 전체 팔레스타인 민중도 가자 봉쇄를 해제할 것과 이를 국제기구에서 보장할 것을 휴전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휴전이 단순히 이번 침공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천천히 죽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하늘이 뚫린 감옥에 사느니 존엄한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7년간의 봉쇄는 이미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황폐해진 가자의 기반시설, 산업, 환경, 그리고 민중의 삶 자체를 더욱 철저히 파괴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에 대한 통제권을 논하는 휴전협상에는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상태다.
 
1967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후, 동예루살렘 영토 병합, 고립장벽 건설, 점령지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 전쟁범죄 등 수많은 이유로 여러 유엔 기구가 이스라엘의 불법행위를 적시하고 규탄해왔지만 이스라엘은 아랑곳 않고 유엔의 결의안과 권고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유엔 학교를 폭격한 것도, 병원을 폭격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주민을 군사작전에 ‘인간 방패’로 사용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는 2005년 이스라엘 법원이 금지하기 전에는 이스라엘군의 공식 전술 중 하나로, 금지 후에는 비공식 전술로 계속 사용되어왔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오히려 하마스가 가자 주민을 인간 방패로 쓴다며 사실을 날조하고, 서구 언론은 그걸 받아쓰기 하고 있다.
 
하마스가 어린이를 로켓 발사에 이용한다며 이스라엘이 퍼뜨린 동영상은 가짜임이 드러났다. 또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과 학교, 사원, 민간인 거주구역에 로켓포를 숨겨두고 민간인을 방패 삼아 발사한다면서, 하마스 군인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민간인에 대한 폭격이 불가피함을 역설하고 있지만 이 역시 조작임이 드러났다. 이미 지난 두번의 침공 때 이스라엘이 민간인에게 사용 금지된 무기로 무차별 폭격을 가한 바 있는 상황에서 민간인이 이스라엘 폭격의 억제책이 되리라고 과연 누가 기대할까. 며칠 전 폭격을 막고자 병원에 들어간 국제활동가들이 진짜 인간 방패를 자처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마저 폭격했다. 대피경고 후 57초 만에 폭격했고, 대피하라던 곳을 폭격했다. 학교를, 사원을, 놀이터를, 동물원을 폭격했다. 가자 지구 어디에도 폭격을 피할 곳이 없다.
 

이 고통과 비극을 끝내야 한다

 
살해당한 이들의 모습이 전세계 미디어를 강타하자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B. Netanyahu)는 팔레스타인이 “화면발 받게 죽은” 자들을 이용한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폭격과 흑색선전이 계속되는 와중에 셰자이야(Shujaiya) 마을에서만 60명 이상 살해됐다는 뉴스가 타전됐지만 유럽 국가들은 하마스에만 무장해제를 요구했다. 이스라엘 연간 군비의 5분의 1이 넘는 31억 달러를 매년 원조하는 미국은 반복해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조사하려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스라엘은 가자 주민들을 ‘집단 처벌’하며 점령에 저항한 댓가를 치르게 하고 저항의지를 분쇄하려 들지만 침공이 확대될수록 저항은 오히려 거세지고, 나머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도 연일 이스라엘 규탄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를 주워섬기는 세계 위정자들을 믿을 수 없고, 유엔의 결의안에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시민사회는 세계 연대운동에 이스라엘의 점령에 연루된 기업을 보이콧해달라 요청했다. 봉쇄와 점령, 이 고통과 비극을 끝낼 수 있는 단호한 연대행동이 절실하다.
 
 
뎡야핑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2014.7.30 ⓒ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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