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250.134.8) 조회 수 104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닫혀진 체크포인트

 

 

 

 

 

당신이 팔레스타인 시골 마을에 산다면.
길을 걷다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반가운 지인을 만났지만, 그가 남성이라면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집 현관문 밖을 나가고 싶다면,

날이 덥고 땀이 흐르지만, 머리에 긴 수건을 여러 번 감아서 써야 한다, 반팔이나 반바지는 물론 금기이다.

머리 수건이 흐트러진다면 당신의 점령자들은 문화적인 공격을 해올 것이다.

소문과 소문으로 그래서 마침내 아버지로부터, 아버지가 부재하다면 남자 형제로부터 강도가 좀 더 높아진 관리를 받게 될 것이다.

만약 외갓 남성과 뭇 소문이라도 나게 된다면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비난이 쏟아질 것이며, 물리적 폭력이 동반된 관리 혹은 처벌을 받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오늘 옆 마을에 가고 싶다면 관리자인 아버지나 남자 형제 혹은 남편으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왜 그곳에 가고자 하는지 누구와 동반해서 갈 것인지, 어떻게 갈 것인지를 보고한 뒤에.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흥겨워서 따라 부르거나 걸음이나 어깨에 리듬을 실어선 안 된다.

누군가는 당신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에 의해 당신의 품격은 평가 받을 것이며 당신이 결혼하지 않았다면 결혼시장에서 당신의 가치에 현저한 타격을 줄지 모른다. 결혼을 했다면 남편으로 부터의 어떤 말나 액션이 올 것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당신의 춤과 노래는 오직 당신의 가족 혹은 남편을 위한 것이다.

친척의 결혼식장에서 여성들만을 위해 준비된 파티자리에서 당신은 맘껏 혹은 최대한 춤 출수 있다.

그러면 그중 ‘혼기에 찬’ 남성을 두고 있는 집안의 어른인 누군가가 당신의 몸과 춤과 집안을 검토해서 결혼을 제안해 올 것이다.

당신이 남성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으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여성이라고 평가 받는 다면 말이다.

당신의 춤은 오로지 지금의 가족과 현재의 남편 혹은 미래의 남편을 위한 것이다.

당신이 특별히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면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리는 베일)을 써야 한다.

물론 당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집에 외갓 남자가 왔다면 얼른 히잡을 두르거나 그게 귀찮다면 방에 들어가야 한다.

더운 여름날 실내에서 선풍기를 돌리는 것보다는 히잡을 쓰더라도 옥상의 여름밤이 좋아서 시원한 과일을 먹고 있는데 남편이 남성인 손님과 옥상에 올라와 대화를 하려고 한다면 옥상 빨래 줄에 커튼을 걸어서 성별 영역을 분리해야 한다.

모든 체크 포인트는 당신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당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한 명의 아들은 두 명의 딸과 동일하다는 이슬람의 가르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팔레스타인 혹은 이슬람 문화가 한국 사람들에게 너무나 반여성적으로 느껴질까?

몇 년 전 이란에서 만난 누군가에게 종교경찰이 베일을 쓰지 않은 여성에 대해 처벌하는 문화에 대해 물었을 때,

몸을 덮는 베일을 입지 않고 길을 걸어 다니는 성인 여성은 당신의 나라 기준으로 보자면 비키니를 입고 길을 걸어 다니는 것 동일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히잡을 쓰는 것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여성들이 혼자 외출하는 것을 터부시 하는 것도 여성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가족이 아닌 남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터부시하는 것도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 이라고 했었다.

물론 이곳에 머물면서 동일한 질문들을 해보았다. 내가 들은 답변은 이슬람 율법에 의하면 여성이 히잡을 착용해야 하며 아프가니스탄이나 사우디 아라비아 등에서 부르카를 입는 것은 현지의 전통이라고 했다.

이슬람 전통과 각 나라의 전통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베일에 대한 비아랍권의 시선을 의식한 듯 오로지 히잡만 쓰면 되는 것이고 그건 쉬운 일이라고 했다.

220745067.jpg
집 옥상에 서 있는 여인

한국에서 브레지어를 하지 않고 티셔츠를 입고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걸어 다닌 다면,

이상한 혹은 천박한 여성이라는 시선을 받는 것을 감수해야 하고. 아예 옷을 다 벗고 다니라거나,

저러고 다니니까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수근거림을 들어야할지도 모른다.

머리카락을 가리지 않아서 남성들이 유혹의 시선을 느껴서 몸에 손을 댄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논리’라고 생각하는 건 누구일까. 히잡을 쓰지 않은 것이 문제인 게 아니라 폭력을 행하는 자가 문제인데, 폭력의 잠재적 피해자인 것 만도 짜증나는데 그 원인 또한 피해자에게 있다고 한다.


긴소매 옷을 입지 않은 품행이 단정하지 않은 네가 문제인 것이고, 그래서 안좋은 소문이 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긴소매 옷을 입지 않은 것이 문제인가, 그것으로 수근 대는 사람들이 문제인가.

거기서 우리는 그렇지 않다거나, 자신은 좀 낫다고 착각하는 것은 누구인가.

미니스커트를 입었기 때문에, 밤 늦게 돌아다녔기 때문에, 술을 마셨기 때문에, ‘헤프게’ 웃어서 상대를 착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자들은 또 누구인가.

태아의 성별을 확인해서 남자 아이가 아님을 확인했을 때 낙태를 하는 것이 암암리에 일어 나는 곳은 어디인가.


220747366.jpg
체크포인트에서 신분증을 보이고 있는 팔레스타인노동자


:: 글쓴이_ 반다

 

 

 

 

 

  1. [2014/10/20] 인권연극제 참가작 [마르하바, 팔레스타인], 이번주입니다! by 뎡야핑 (5441)
  2. [2012/02/09] "평화" 협상 가운데 들리는 "다음의 전쟁" by 서장수 (20714) *6
  3. [2011/11/14] 2011 고립장벽 반대 퍼포먼스 by 뎡야핑 (13275)
  4. [2010/12/14] 당신의 투쟁과 우리의 사소한 일상 by 반다 (10634)
  5. [2010/01/28] 그리고 다시 체크포인트(1) by 반다 (13503)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글쓴이 조회 수
130 MUJI (무인양품)의 이스라엘 출점 중지 결정에 대한 성명서! 5 file 2010.12.05 올리브 25666
129 "평화" 협상 가운데 들리는 "다음의 전쟁" 6 file 2012.02.09 서장수 20714
128 이스라엘, 그리고 후쿠시마 (福島) 4 file 2011.04.23 올리브 19392
127 [10/13(토)] 레일라 칼리드, 하이재커 상영회 file 2012.10.04 뎡야핑 19229
126 「무인양품 (無印良品)」,「혈인악품 (血印惡品)」이 될 것인가? 1 file 2010.08.20 반다 18483
125 팔레스타인의 교통수단 file 2011.07.25 냐옹 18027
124 가자 릴(Gaza Reels) : 애니메이션 file 2011.09.02 뎡야핑 17954
123 이중 잣대 -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담론에 대하여 file 2011.12.19 올리브 17696
122 [펌] 중동정세의 가늠자, 이집트 민정 file 2012.06.27 뎡야핑 17441
121 [번역] 보이콧 운동(BDS)과 보이콧처럼보이는 미묘한 안티BDS 5 2012.04.01 GomGomLover 17226
120 [리뷰] 연극 <아이에게 말 하세요> 2011.12.12 올리브 17096
119 [서평]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비망록 file 2012.08.14 냐옹 16916
118 이스라엘에서 공연을 취소한 Tuba Skinny의 공식입장문 file 2012.01.18 냐옹 16552
117 한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삼관관계를 밝히다 2012.05.10 뎡야핑 16202
116 살해당한 3인의 국제활동가 file 2012.10.18 뎡야핑 16066
115 비폭력 저항에 관심을..!! (10분짜리 강연 영상) 2011.10.16 뎡야핑 15937
114 [서평] 굿모닝 예루살렘 file 2012.08.17 뎡야핑 15853
113 '3.11' 이후의 '우리' 와 '팔레스타인' file 2011.10.07 올리브 15780
112 서평 <사과나무 아래서 너를 낳으려 했다> 1 2012.06.04 아미라페트로비치김 15713
111 좌절된 축구 선수의 꿈: 행정 구금을 철폐하라! file 2012.06.21 뎡야핑 1535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