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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서의 일지 12.8-10

냐옹, 2014-12-14 15: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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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8일 오후2시40분

음...원래 만나기로 한 사람의 약속이 계속 미뤄져서 결국 내일 보기로 했다... 도저히 하는일 없이 있을수가 없어서 지금은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라도 한바퀴 돌러 나간다. 내일도 만약 이런식이면 차라리 다른 곳들을 그냥 방문해봐야겠다.


오후7시

어제의 일지가 제일 짧을 줄 알았는데 오늘이 제일 쓸게 없다. 오늘은 뭐랄까... 하는 것이 없어서 제일 힘든 날이었다. 시간 죽이려고 여기 온 게 아닌데... 지금은 멤버들이 돌아왔다. 어디라도 따라 다니던지 해야지 이거 원....


12월9일 오전9시

어제 저녁부터 있던 두통 때문에 일찍 기절했다. 다행히 지금은 완전개운하다. 근데 오늘은 예보대로 비가 조금씩 온다...


오전10시10분

원래 어제 만나기로 했던 사미 씨를 만났다. 근데 망할 gps가 움직이지를 않네 어쨋든 지금은 스콧 씨랑 아크라바에 도착했다. 시장실 같은 곳에 들어와서 대기 중이다. 새로 짓는 학교에 관해 논의 중 이란다. 기부금으로 짓는다는 것 같다.


오전11시

사미 씨는 우리를 아주 멋진 곳으로 안내해주셨다. 경치가 아주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운땅에 점령민이 와서 언덕에 자리를 잡고 땅을 점령해버렸다. 아무도 이 땅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트랙터도 당나귀도 못 들어와서 농사짓기가 어렵다고 한다. 한번은 헬리콥터가 와서 약을 뿌려서 작물이 다 죽기도 했었다고 한다. 또한 군인들이 밀리터리존이라고 해서 농사짓는 사람들과 여기서 살던 사람들을 쫓아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군인이 먼저 와서 사람들을 쫓아 내고 점령민들이 들어와서 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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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이 걱정되지만... 아주 멋진 곳이다. 제일 높은 산 뒤로는 요르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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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빈집같은 곳은 아버지가 1969년에 쫓겨나고 죽었는데 아들이 다시 와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물이 모여 있는 곳을 보여 주셨는데 자세히 길을 보니 관개수로가 있던 흔적이 있었다. 조금 더 걸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에 문자가 온다. 사미 씨가 이곳은 지금 요르단이 관리하는 곳이 되어서 요르단 통신사에서 보내는 메시지일 거라고 했다. 음 과연 그렇다. 아 그리고 이제보니 같이 오신 중년의 남성분(쉐헬)이 이곳에서 올리브 농사를 짓고 계신단다. 그리고 그 분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은 참 치졸한 짓거리의 현장이었다. 자그마한 올리브나무들이 죄다 꺾여 있거나 뽑혀있다. 점령민들이 수시로 내려와서 애써 심어 놓은 올리브나무들을 망쳐버린단다.

그러나 아저씨는 여기서 계속 농사를 지을 걸라고 하신다. 이 좋고 아름다운 땅을 할아버지 때부터 농사짓던 땅을 내가 왜 떠나겠냐고 하신다.


오후12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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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점령을 보고 또 그럼에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아아 뭐 아무튼 갑자기 비도 조금 오기 시작했고 배도 고프기도 해서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보니 부서진 건물의 잔해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차를 멈춰 세우고 사진을 찍으며 설명을 들었다. 여전히 부서진 건물 중 그나마 멀쩡한 것에서 사는 사람들이 보인다. 6채의 건물이 부서지고 1개의 모스크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특히 모스크의 경우는 정말 흔적도 별로 안 남아있다. 게다가 전기도 쓰지 못하게 전봇대도 잘려져 있었다.

(잘려진 전봇대와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는 부서진 집)



오후1시45분

다시 마을로 돌아와서 식사를 했다. 고맙게도 쉐헬 씨가 음식값을 내주셨다. 얘기를 들어보니 매번 똑같은 점령민들이 와서 횡포를 부린다고 한다. 참 열심인 씹새들이다. 가는 길에 스콧 씨가 연락을 받았는데 어제 밤에 부린마을의 올리브나무가 공격받았단다...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


오후3시

스콧 씨 컴퓨터의 프린터 검은 잉크가 떨어져서 충전하러 나불루스에 왔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도시는 정말 한국 못지않게 복잡하다. 정신이 없다. 길가다 도와주는 사람들 덕택에 잉크를 충전하고 돌아가려는데 왠 여학생 둘이 나하고 스콧 씨를 부르더니 갗이 사진 찍자고 해서 사진도 찍었다. 하하 외국인 느낌 팍팍 나네


오후4시

숙소에 도착했다. 라볶이를 할까말까 고민 중 이다. 여기와서 아직 한번도 요리를 하지 않아서 좀 미안스럽기도 하지만 딱히 여기 재료로 할 만 요리도 안보이고 같이 생활하는 멤버들 입맛에도 안 맞을까 걱정도 돼서 차일피일 요리는 피하는 중... 하하 그런데 오늘 저녁에는 다음날 활동이 라말라에서 하기 때문에 금방 이동해야 한단다. 요리 안할 핑계가 생겼다.


오후6시

갑자기 전화로 숙소 근처에 있는 집에 군인들이 들이닥쳤다고 해서 나가는 중이다. 집안에는 7명의 가족이 있고, 군인은 1시간 전쯤에 온 듯 하다. 집에 도착해보니 아이는 울었는지 눈이 부었다. 몸이 약간 불편한 아이라고 하는데 아마 더욱 놀랐을 것 같다. 지금 군인들은 이집의 옥상에 있다. 왜 여기서 이 짓거리냐고 물어봤는데 군인들은 영어를 못한다면서 대화거부중이다. 밑에서 아이가 우는소리가 계속들린다.


오후6시25분

옥상문 바로 앞에서 대기 중 이다. 오 문이 열렸다. 총 6명의 군인이 중무장 한 채로 나온다. 근데 내려가는 계단에서 군인 한명이 자빠졌다. 웃음참다죽을뻔 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쫒아갔는데 벌써 없어졌다... 빠르기도 하네 아무튼 군인들은 돌아갔고 우리는 집 거실?에서 차한잔을 하고 다시 숙소로 갔다. 아 그리고 바로 라말라로 이동한다... 아 차멀미...


오후8시10분

라말라에 도착했다. 내일은 올리브심기를 주로 하고 뭐 집회도 있을 것 같은데 위험하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단다. 오! 라말라 숙소에 도착하니 패트릭이 있다. 건강해보여 다행이다.ㅠ


오후11시50분

늦은 저녁을 먹고 나서 나와 사라 그리고 패트릭은 숙소앞에서 간단하게 술 한잔 하러 나왔다. 근데 얘기를 들어보니 여기도 별 수 없는 그룹인 듯 하다.


12월10일 오전9시

올리브 심기를 하러 미니버스를 타고 가는 중 이다. 우리 말고도 다른 멤버들도 탑승하고 나니 활동가들만 탄 버스가 되었다. 하하 데모버스다ㅋ


오전9시50분

Turmusaia 마을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보니 바로 옆에 점령촌(아디앗 점령촌)이 있었고 저들 때문에 올리브 농사를 하기가 어려워 졌다고 한다. 마을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여러 방송국에서도 나왔는지 사람들이 엄청 많다.


오전10시20분


팔레스타인 국기를 받고 다시 버스에 탔다. 버스타고 가는 중에 보니 올리브심기가 있을 장소에는 벌써 군인들과 방송국,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최루가스가 벌써 터지고 있었다. 멤버들과 함께 앞으로가서 사진을 찍고 상황을 보고 있었는데 아오 이놈들이 폭음탄을 막 던져 댄다. 오우 폭음탄이 바로 옆에서 터졌다. 아오 귀가 겁나 멍멍하다.


오전10시53분

처음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져 계신 노인분을 봤는데 지금 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 구급차가 온다.


오전11시10분

군인들이 일자로 늘어서서 벽을 쳤다. 우리가 뭐가 무섭다고... 난 니들이 무섭다. 지금은 그냥 대치중이다. 아깐 고함치고 총도 겨누고 난리도 아니더니... 지금은 그냥 조용하고 몇몇 기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방송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전11시46분

지프차 2대가 더 오고 사람들이 더 뒤로 빠진다. 왠지 슬슬 끝나가는 분위기다.


오후12시

사람들이 거의 빠진다. 멤버들도 뒤로 돌아가는 중이라 나도 뒤로 빠지는 중이다. 올리브 나무는 하나도 못 심고 다시 미니버스에 타고 간다. 하.. 이거 참


오후12시20분

압달라씨가 전화를 받았는데 누군가가 사망했다고 한다. 계속 아랍어로 얘기하셔서 다른 멤버들도 못 알아 듣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행선지를 병원으로 바꿨다.


오후1시

라말라에 있는 병원왔다. 알고보니 내가 사진으로 찍었던 그 사람이 죽은 것이었다. 병원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와있다. 그러나 아주 조용하다. 다른 멤버들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이 맞냐고 물어봤다. 이 사람이 맞다고 한다. 소름이 끼쳤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사진이나 찍고 있었다니..라는 죄책감이 먼저 나를 덮쳤다. 그리고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안 된다. 사람이 죽는 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바로 내 옆에 있던 사람이 죽는 다는 것은 상상도 잘 해보지 않았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오후3시

라말라숙소에 돌아와서 접한 뉴스들...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짧은 글이었다. 그동안 봐왔던 뉴스들과 다를 바 없다. 다만 그 현장에 내가 있었고 그 사람의 모습을 내가 담았다는게 현실감있게 와닿지가 않는다. 팔레스타인에서 잊지 못 할 얼굴이 또 한명 생겼다.


오후5시

라말라에서 후와라로 가는 길에 다시 그 마을 을 지난다. 많은 생각이 든다.


오후6시

숙소도착 여전히 기분은 별로다...


오후8시20분

회의 중에 확성기 소리가 들린다. 오늘 사망한 사람이 장관이었기에 파타정부에서 크게 얘기하나보다 같이 있던 현지분이 말씀하시길 아마 오늘 파타도시들은 다 이럴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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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9시

 회의 끝 줄리아 사라 스콧 등이 이번 주에 떠난다. 오늘은 왠지 술이 필요한 분위기이다.

(쓰러진 사람의 이름은 지야드 아부 아임 뉴스에서 들은 정보로는 이스라엘 군에 의해 목이 졸리고 헬멧과 개머리판에 맞아서 쓰러지고 병원으로 이송 중에 사망했다고 한다. 이곳이 점령된 곳이라는 것과 점령이라는 것이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 하루하루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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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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