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사관 앞 1인 시위는 오늘도 계속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하고
하마스가 휴전을 선언했다 해서
학살이 끝난 것도 점령이 끝난 것도 아니니까요.
오늘 1인 시위에는
두 분의 아름다운 님들께서 함께 하셨습니다.
예전에 '투쟁과 밥'에서 활동하셨다는
구로구님과 멍구님이십니다.
1시부터 구로구님이,
1시 30분부터 멍구님이 직접 준비해오신 멋진 피켓을 들으셨습니다.
덜덜 떨면서 시위를 해주신 구로구님,
유인물 돌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으신 멍구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두 분의 힘을 받아 기운이 났습니다.
오늘 왜 억울한 날이냐구요?
그 이야기를 해드리렵니다.
구로구님이 1인 시위를 할 때
앞에서 유인물을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금발이 외국 여인이 곁에 서서 피켓을 가리키며
"저거 끝났어요!" 하는 거에요.
유인물을 돌리다 순간 깜짝 놀랐지만 바로 "안 끝났어요!" 응대했지요.
이 여자분이 하마스가 로켓포 발사하는 것은 괜찮냐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중 누가 강자라고 생각하냐 물었지요.
이 여자분이 대답은 안하고 자꾸 하마스 붐, 붐, 하더니 건물 안으로 가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뒤에다 "1천 명이 죽었습니다."라고 소리쳤지요.
얼마 후 건물에서 다시 나오길래 "이야기를 해요, 이야기를,"했지요.
그랬더니 나중에 보자,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가더라구요.
(나중에 구로구님은 그 여자분이 대사 부인인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외교공관차에서 내렸대요.)
그런데 제가 정말 억울한 일은
멍구님이 1인 시위 하는 도중에 벌어졌습니다.
시위 끝내고 신호등 앞에서 유인물 돌리시는 구로구님에게
따뜻한 음료를 건네고 시위 중이신 멍구님께도 건네고
어찌하다 기둥 곁에서 도로로 나오는데 눈앞에
몇 명의 외국인들이 지나는 거에요. 갑자기 느낌이 이상해 쳐다보았어요.
그 중 덩치가 크고 양 손에 커피를 든 남자한테 자꾸 시선이 가더라구요.
제가 처음 보는 순간 얼굴을 알아보는 재주도 없고,
저와 얼굴이 너무 가까이 있고 각도가 정면이 아니라서 긴가민가 하는데
이들이 회전문 안으로 사라지더라구요.
그래서 멍구님에게 다가가 "이갈 카스피 아니냐?" 물었더니
멍구님도 잘 모르시겠대요.
그런데 신문에 나온 사진을 자꾸 자꾸 떠올리니 맞는 거에요.
이갈 카스피였던 거에요.
세상에, 이게 말이 안 되는 거에요.
어떻게 그렇게 당당하게
우리가 시위를 하고 있는데
그 앞을 양손에 커피를 들고 여유롭게 지나갈 수 있냔 말입니다.
그런데 더 억울한 건
'살인자''학살자'라는 말도 못했다는 거에요.
정말 너무너무 억울했어요.
세워서 확인하고 물어나 볼 걸, 후회되고
달걀 가져오지 않은 게 정말 후회되고,
저 오만한 인간을 어떻게 하지,
가슴이 턱턱 막히더라구요.
다음에 1인 시위 할 때는 달걀 가져오고
이갈 카스피 사진 홍보라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구로구님, 멍구님과 피맛골에서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으면서도 자꾸 이갈 카스피가 생각나는 거에요.
친구한테 농담으로 '이가 갈리는 카스피' 했는데
정말 그런 맘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정말정말 억울한 날이었어요.
그래도
구로구님, 멍구님을 뵙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두 분,
또 뵙겠습니다.
두 분 뵈니 멋진 세상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 뎡야핑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1-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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