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람을 처음 만날때 물어보고 싶은 말은 주로 어떤 것일까? 아마 "뭐 하시는 분이세요?"... 아니면..."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아무리 사회적 동물이라지만 그냥 사람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대화하면 될것인데, 궂이 그런걸 궁금해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쨋든 시위현장에서도 나이가 아주 많거나 어린 사람들을 보면 한 번은 더 쳐다보게 되고 어떻게 이 곳에 나오게 되었을까 궁금해하는 것 같다...ㅎㅎ
왜 뜬금없이 나이 이야기가 나왔을까...? 지난 8월 9일(수)에 1인 시위에 참여한 학생이 14세의 어린 학생(중학교2학년)이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 나이때 용자언니는 어디 재밌게 놀 거리가 없을까, 뭐 맛있는 거 먹을 구실이 없을까, 어떻게 하면 여중생들과 미팅을 할 수 없을까... 등등이 고민이었던거 같다.ㅋㅋ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해선 아예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데모하는 사람들은 무슨 악마나, 괴물같은 존재들로 생각했었다...캬캬
그래서 일까... 아버지의 권유로 1인시위에 나오게 되었다는 왕지영양은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 진지하고 활기찬 자세는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그래도 전 날(8월 8일) 반다님이 1인 시위하고 있는 동안 40여분이 넘도록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걸 일일이 받아적는 모습을 보여서 수진과 용자언니를 감동시켰는데... 이 날 왕지영양의 씩씩한 모습은 감히 모범(?)이라 할 만했다..ㅎㅎ
↑지나가던 분이 음료수를 사주고 가셔서 시원하게 마시며 시위를 하고 있다^^
" 처음엔 아버지가 제가 세상을 넓게 보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라는 시민단체를 소개시켜주셨고 1인 시위에 나가보는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레바논을 침공하는게 심각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전날 나와서 직접 1인 시위하는 것도 보고 여러가지를 물어보면서 참여하기로 결심했답니다."
이것이 교육의 힘일까... 왕지영양의 부모님은 지영양의 말에 따르면, 이전에 학생운동을 하셨었고, 야학활동도 하신분들이어서 그런지 자녀들의 교육을 세심하고 계획적으로 진행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뮤지컬 배우가 꿈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며 활짝 웃는 지영양에게 이번 침공사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왕지영양 - " 우선은 팔레스타인, 레바논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요... 그 사람들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데 일주일에 100명이상씩 죽어가는게 너무 안타까워요... "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시위를 하고 있는 지영양의 모습
바보같은 반박도 한 번 해 보았다.
#용자언니 - " 근데 팔레스타인, 레바논도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스라엘 사람들도 죽는데 이런건 어떻게 생각해요...?"
#왕지영양 - " 팔레스타인, 레바논이 공격하는것은 정당한 방어아닌가요...?"
# 용자언니 - " 네....^^"
역시 상식이 통하는 사회... 이성적 가치가 살아있는 세상은... 어린친구들이 생각하는대로 흘러가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왕지영양이 다닌다는 실상사 작은학교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 실상사 작은학교는 생태적, 자립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학교에요... 성적가지고 학생들이 압박받지 않고, 친구들하고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진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학교랍니다. 전교생이 40여명 되는데 5명씩 한 가족이 되어 같은 집에서 살면서 1주일에 한번 가족회의를 해서 가정생활에 대해서 그려보고 식단도 짜서 같이 밥을 지어먹으면서 산답니다. 국어,수학,사회,과학,영어 5과목은 다른 학교들과 똑같이 수업을 하구요, 자치생활시간도 있어서 농사일도 하고 연극도 따로 배울 수 있구, 다큐멘터리 제작하는 것도 배울 수 있는등 자신의 취향에 맞게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답니다...."
#용자언니 - "학교에서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할 기회가 있습니까?"
" 아기북이라는 단체가 있는데요... 아프리카 기아난민, 북한 동포들을 돕는 단체인데 실상사 작은학교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아기북활동을 하면서 사회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대화하기도 하는데요.... 여기에 가입하지 않은 학생들도 수업시간이나 친구들하고 생활하는 속에서 사회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현재의 이스라엘 침공과 관련해서도 친구들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레디앙 기자가 취재를 와서 즐겁게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왕지영양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우선은 참 대견하고 감동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남보다 공부를 잘해야, 남보다 뛰어나야, 남보다 좋은 학교를 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쟁의 논리,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지영양은 확실히 평화, 더불어 사는 삶, 연대의 가치등에 대해서 일찍 눈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다님도 그랬다는데, 지영양에게 '아나의 아이들'을 꼭 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사람으로 태어나 평화롭게, 즐겁게,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겼던 '아나의 아이들'... 지금도 밤낮으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신음하고 있을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아이들이 지영양처럼 해맑게 꿈을 그려갈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은 언제쯤 가능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실천하는 만큼, 우리가 투쟁하는 만큼 딱 그만큼 앞당겨지겠지....^^
더운날씨에도 즐겁게 시위에 참여해준 지영양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맛있는 반찬과 시원한 매실쥬스를 보내주신 지영양 부모님께도 무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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