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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서의 일지 12.5-7

냐옹, 2014-12-10 11: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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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5일 오전8시30분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났는데 오늘은 정전인가 보다. 지금은 스콧 씨와 주변을 돌아다니는 중이다. 숙소 뒤에 있는 언덕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중인데 여기는 드문드문 낮은 언덕들이 있어서 쉽게 산 정상에 올라온 기분이 든다.



오전10시50분

쿠프리카툼에 도착했다. 오늘도 군인은 벌써 와있고 서로 큰소리로 뭐라(아마 욕?)하고 있다. 그런데 길이 예전과 달라져 잇다. 바리케이드 같은 흙더미 들이 중간중간에 쌓아져 있다. 아마 저번 주 고무탄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쌓아둔 것이 아닐까 싶다. 오우 젠장 이놈들이 벌써 밀고 들어온다. 일단 뒤로 쭉 빠져야겠다. 가게가 있는 곳까지 빠져서 쉬고 있는데 예전에 영어시험 본다는 고등학생의 친구를 다시 만났다. 저번주에도 보이던데 아마 매주 참여하나 보다. 흙더미를 누가 쌓았는지 물어봤는데 쥬이시가 쌓았다고 한다. 어이가 없네.. 총에 방탄복에 하이바까지 쓴 놈들이 기껏해야 돌 던지는 사람들 상대로 별...

11.jpg 

(대충 저런 언덕이 3개 정도 도로에 쌓아져 있었다.)


오전11시40분

크리스 씨가 찍은 사진을 보니 보도폴리스로 보이는 놈들까지 왔다. 오늘도 아주 작정 한 것 같다. 몸 사려야 겠다.


오후12시10분

언제나처럼 기도이후 시작되는 행진이다. 오늘은 이탈리아국기가 팔레스타인 국기와 함께 선두에 선다. ‘이탈리아 이탈리아’ 하는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꼬맹이들도 저마다 국기를 손에 들고 얼굴에 두른다.


22.jpg 

썅 행진을 시작하자마자 스컹크물을 뿌리는 차가 온다. 아오....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오후12시20분

갑자기 퐝 하는 소리와 함께 촬영을 하고 있던 기자 한분이 다리에 고무탄을 맞았다. 그분은 삼각대까지 쓰며 촬영하는 중이어서 누가 봐도 기자였다. 근데 쏜다. 얼척 없는 것들..

그리고 스컹크물을 뿌리는 차는 계속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한 번씩 물을 뿌려댄다. 어휴~ 냄새 차라리 최루탄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냄새가 독하다.


오후1시

스컹크차가 물러났다. 싶었는데... 이런 썅 갑자기 온다!!!!!!!

33.jpg

(원래 동영상으로 찍은 거라 화질이 별로다. 동영상도 뛰면서 촬영하다보니 아주 흔들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오후1시43분

스컹크차가 몇 번오더니 지금은 거의 다 물러갔다. 어휴 길에 냄새가 진동한다. 오늘 군인들은 처음에 기자를 쏜 것 외에는 아직까지는 한 게 없다.


오후2시15분

슬슬 군인들과 스컹크물을 뿌려대는 차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함마드네 집이 보일 때쯤에 갑자기 로켓최루탄이 날아왔다. 그것 말고는 지금은 거의 끝나가는 상태다. 어...그런데 지금 함마드네 집으로 최루탄이 들어간 걸봤다..


오후2시30분

슬슬 집회가 끝난 것 같다. 근데 아직 3명의 군인이 저~멀리 언덕에서 지켜보고 있다. 오늘은 함마드네 집에 들리지 않는 게 낫겠다.


오후3시40분

히치하이킹으로 숙소로 가는 중 이다. 하하 5명이다 보니 택시도 잘 안 태워 줄라고 해서 두 그룹으로 나눠서 가기로 했다. 운 좋게도 바로 트럭을 얻어 타게 됐다. 그것도 겁나 큰 트럭을... 화물트럭?인가? 태어나서 처음 타봤다.

그런데 .....아 내 신발 바닥에서 스컹크물냄새가 난다... 망했다....


오후4시10분

숙소에 도착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줄리아랑 근처에 있는 팔라페 가게에 갔는데 엄청 싸고 뷔페식으로 재료를 고를 수 있어 좋다. 앞으로 자주 이용할 듯 하다.


오후5시

아오 맞지도 않았는데 옷에 스컹크냄새가 배었다....젠장 우짜면 좋노 옷도 별로 안가져왔는데 힝...뭘 우짜냐 빨아야지 손 세탁 지대로 하네... 아오 신발에서는 아주 냄새가 쩐다... 다들 오늘은 오자마자 샤워하고 빨래하고 난리다. 줄리아는 평소 피지도 않던 담배까지 피운다. 아오 진짜 그냥 최루탄을 쏴라...


오후9시45분

다들 샤워하고 빨래하고 하다보니 미팅시간이 늦어졌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샤워나 식사 전에 미팅을 하기로 했다. 미팅을 하고 나니 함마드의 집이 생각났다. 허..참 걱정된다. 일단 내일은 전에 약속한대로 8시까지 도하 씨네 간다. 이번엔 진짜 가지치기하러 간다.


12월6일 오전8시

아웅 어젠 세탁한 신발이 아직 신발이 안 말랐다. 게다가 냄새도 그대로다. 빌어먹을..


오전9시30분

도하 씨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역시나 식사가 먼저다. 하하 지금은 식사 후 쉬는 중이다. 음식중에 전이랑 비슷하게 생긴 음식이 나와서 깜놀했다. 부침가루없이 계란으로만 만드는 거라는데 막걸리가 안주로 딱이다...으헝


오전9시50분

일 하러 출발하는데 오늘도 14살짜리 무사가 운전한다. 허허 지나다가 잠깐 멈췄는데 집앞에 있는 밭에서 애들이 당나귀로 밭 간다고 난리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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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10시

도하 씨네 농장에 도착했다. 농장의 한 가운데로 도로가 개통되버리는 바람에 농장이 두 군데로 나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점령촌 쪽에 있는 농장의 올리브나무들은 점령민들이 3년 전에 불을 질러버리기도 했단다. 우리는 도로를 건너 그곳으로 갔다. 따로 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완전 도로여서 위험한 길이었다. 그리고 농장은 풀이 너무 무성했다..


55.jpg  


(사진에서 보이는 도로를 거쳐서 올라온 올리브 밭에서 찍은 사진- 땅이 갈라졌다.)


오전11시30분

올리브가지치기를 하다가 잠시 쉬고 있다. 마치 더벅머리를 다듬는 미용사가 된 느낌이다. 막자란 가지들은 잘라내고 위로 쭉쭉뻗은 것들만 남긴다. 어휴 원래 올리브나무가 있는 곳은 밭갈이를 해서 잡초들이 없는데 이곳은 트랙터도 들어 올 수 가 없고 밭갈이를 할라 치면 점령민들이 방해해서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가지치기하는 중간중간에 보니 아직도 검게 그을려진 나무들이 있다. (흠... 불에 탄 흔적이 3년이 지나도 남아있을 수 있나? 내가 잘못 들은 건가...)

 66.jpg 77.jpg

(가지치기 전과 후의 모습 훨씬 깔끔하다.)


오후4시10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다시 와서 집 뒤에 있는 조그마한 밭도 갈았다. 집회가고 농활가고 뭐 한국에서랑 비슷하게 지내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식사대기 중 이다. 음...대충 줘도 괜찮은데 바비큐를 하실 생각이신 것 같다. 스콧 씨는 여기서 먹는게 숙소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고 좋아하신다. 아 물론 나도 겁나 행복하다. ㅋㅋㅋ 채식위주의 식사보다는 아무래도 고기가 들어간게 더 좋다.


오후5시

식사 준비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무사랑 놀고 있었다. 그런데 무사가 나무막대기로 칼 싸움을 걸길래 잠깐 응대해 주다가 아예 검도를 알려주었다. 허허 어찌어찌 통하는 말로 자세부터 가르쳐 주었는데 무슨 중국영화에서 나오는 스승과 제자가 된 기분이다.

88.jpg 

제법 자세가 나온다. ㅋㅋ 얼굴나온게 문제되면 지워주세요.)


5시30분

오우 닭고기와 지나다니면서 보았던 꼬치구이까지 아주 맛있다. 근데 고양이들이 나도 좀 달라는 얼굴로 계속 발밑에서 왔다갔다 거린다. 다 먹은 뼈다귀들을 처리를 이녀석들에게 맡겼는데 싸우는 소리가 앙칼지다.


오후6시

식사를 마치고 집안에서 차를 한잔했다. 알고보니 무사는 겁나 개구지다. 노래를 부르면서 샤워한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엉덩이 춤까지 어이고 아 그러고보니 팔레스타인에서 가족들은 어른이던 애던 서로 엄청 아낀다. 뭔가 권위적인 부모님의 느낌이 아니라 친구같은 느낌이 드는 가족들을 많이 본 것 같다.


오후6시50분

고맘벡도 숙소까지 차로 태워다 주신다고 해서 차에 탔는데 이번에도 운전은 무사가 한다.ㅋㅋ 아버님이 말씀하시길 무사는 9살 때부터 운전을 했단다. 나름 6년차 운전자다. 근데 숙소에 도착 해보니 아무도 없네?


오후7시

짐만 풀고 있었는데 멤버들이 다같이 들어 왔다. 짯나? 조르자라는 분이 새로 오셨다. 나만 처음 본건가? 회의 때 영어를 못하신다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시다. 하하 내가 제일 문제다.

1

2월7일오전9시

이곳에서 일요일은 일주일의 첫 번째날이다. 근데 왠지 주말 같다. 오늘 나는 딱히 일정이 없다. 다른 멤버들도 패트릭과 관련된 일 말고는 따로 멀리 가는 일이 없다. 괜히 일찍일어났지 싶다.


오전11시30분

크리스 씨는 지금 알칼릴로 가신다. 에구 그나마 발음이 정확하셔서 알아듣기 편했는데 아쉽다. 뭐 다시 오실수도 있다고 하시지만ㅠ 아우 근데 집안은 너무 춥다.


오후2시

음...딱히 할게 없다... 일지나 올리러 편의점에 왔다. 아 인터넷은 언제나 설치가 될지 모르겠다. 사진이 걱정이다.


오후8시

드디어 인터넷이 된다!!!사진부터해서 작업하기 편해질 듯 하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디든지 따라다녀봐야겠다. 아 물론 뭐 하는지는 자세히 물어보고...모르면 병된다. 미팅이 끝나고 지금은 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여기와서 처음으로 당일의 일지를 당일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아크라바와 쿠스라라는 곳에 방문할 예정이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어떤 활동을 할지 알아보러 가는 거라고 한다.

지금 일지를 보니 오늘 하루 일지가 제일 짧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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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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