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렸습니다.
아니 봄비와 진눈깨비가 내렸습니다.
지난 주 회전문 앞에서 덩이 만든 피켓을 읽고 뒤돌아
씩씩거리는 저를 보며 귀엽다는 듯 씨익~ 웃고 들어간
이갈 카스피 이스라엘 대사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너무 화가 나 외교통상부 장관실에 전화하고 홈피에
"외교통상부가 어떻게 보였길래 일국의 대사가 저리 오만하고 무례하냐."
고 했습니다.
오늘은 대사관에 전화해
조금 있다 일인시위 나갈 건데
우리 보고 또다시 씨익~ 웃으면 그 면상에 신발을 날려주겠다고,
아이들을 그렇게나 많이 죽이고
누구 앞에서 웃냐고, 꼭 전하라고,
비서에게 풀풀 열을 냈습니다.
어제 시장에서 산 작은 아기 슬리퍼를 생각했습니다.
피켓에 달아놓으려고 했는데
그걸 던져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그것도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신고 버린 낡은 아기 신발들을 모을까 생각 중입니다.
1인 시위 하는 중에 아는 분이 전화하셨길래
또 열심히 이스라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대사를 만나면 해줄 욕을 여러 개 생각했었거든요.
"당신은 길을 가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질 거야."
"당신은 가려움병에 걸려 평생 고생할 거야."
"당신은 치질에 걸려 한 달 동안 앉지도 서지도 못할 거야."
그랬더니 그 분 왈,
"치질? 걔네들은 미국 가서 금방 수술하고 와요."
헉~
그래서 그 욕을 뺄까 고민을 하였습니다.
대사 부인이 음식을 사들고 피켓을 유심히 보기에
당신이 엄마면 팔레스타인 사람도 엄마라고 말했습니다.
뼈가 녹으며 아이들이 죽었다고,
자기는 할 일이 없다고 하더군요.
막아야 하는 거라고,
더 이상 죽이면 안 되는 거라고,
그 땅에서 같이 살아야 하는 거라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수고하십니다,라며 시원하게 인사하고 가시는 분,
피켓을 유심히 읽으며 가시는 많은 분들이 계셔서
마음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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