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 보이콧과 '끈'
- 무인양품 이스라엘 진출 반대 캠페인 참여기
글쓴이_ 누리
무인양품 보이콧과 '끈'
지난 10월 16일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이하 팔연대)에서는 무인양품의 이스라엘 진출 반대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8개의 무인양품 매장이 있는데, 우리가 캠페인을 벌였던 곳은 명동에 있는 매장 이었습니다. 우리는 고객을 가장하고 매장에 들어가서 우리의 메시지를 적은 메모들을 상품 곳곳에 숨겨두어, 그곳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무인양품의 실상을 알렸습니다. 매장 밖에서는 무인양품이 팔레스타인을 점령, 착취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경제협력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무인양품 보이콧을 호소했습니다. 작은 테이블에 무인양품의 로고를 단 상품을 전시하고 물건을 고르면, 물건에 연결되어 있는 팔레스타인 사진을 볼 수 있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는데, 이 퍼포먼스는 무인양품의 물건 구매(무인양품이 이스라엘에서의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와 팔레스타인의 아픈 현실(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자본은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기반한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미지화하기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온통 ‘경제 살리기’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심지어 캠페인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한국은 왜 무인양품과 같은 기업을 못 만드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무인양품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려 하는지, 그것이 어떤 결과와 의미를 지니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 돈을 잘 벌고, 국가에 이익이 되면 절대 선인거죠. 무인양품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세계 시민들에게 자신의 좋은 물건을 공급하는게 우선이라고... 팔레스타인이 나와 무슨 상관이며, 그들의 고통을 내가 알게 뭐냐는 생각이 깃들어 있는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가 그들의 강한 신념을 바꾸기에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캠페인을 통해 무인양품과 시민들에게 전하려고 했던 것은, 무인양품 상품과 팔레스타인을 연결했던 바로 그 “끈”이었습니다. 그 끈이 지금의 거대한 사회, 경제적 구조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또 기업과 국가는 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그 행위에 진정한 ‘살림’이 빠져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이들에게, 나와 무인양품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연결하는 끈을 이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지금 몇몇 국가나 단체에서 이스라엘에 진출해 있는 기업이나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를 요청하는 행동(BDS campaign)이 전개되고 있는데, 이렇게 이스라엘에게 직․ 간접적인 영향을 주려면 기업이나 국가적인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이나 국가를 움직이는 건 사람이고, 그 사람들 내면에 이러한 끈의 존재가 없다면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조성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1962년 양국 외교관계 수립 이후 한국과 이스라엘은 무기나 통신장비들을 중심으로 경제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한-이 FTA 체결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 많은 한국 기업들이 또 다른 무인양품이 될 것입니다. 이에 맞서 한국에서도 이스라엘 보이콧 운동을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고, 이 부분은 팔연대 운동에서도 오래전부터 고민하고 있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번 무인양품 캠페인은 그런 과정 중에 시도했던 작은 움직임이었고, 일본의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생각하는 모임>과 깊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기대하겠습니다.
:: 이 글은 일본의 <팔레스타인 평화를 생각하는 모임> 11월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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