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30
대이스라엘 아랍 보이콧, 유명무실화 ?
사우디, 일부 제재 완화
다른 걸프국들, 보이콧 철회 검토
사우디아라비아는 WTO 회원국 가입을 위해 이스라엘과 거래하고 있는 미국기업들에 대한 경제제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스라엘 현지 일간지 하아레츠가 2005년 11월 16일자 판에서 보도했다. 이 기사는 이미 9월 11일 이스라엘 영자지 예루살렘 포스트에서 WTO 회원 가입을 희망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 일환으로 대이스라엘 아랍보이콧의 일부 적용을 철회하기로 한 것이라고 보도한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무역대표단 간에 이루어진 협약은 지난 9월 초순에 이미 서명된 것으로 보도됐다. 이 협약의 내용에 사우디 정부는 이스라엘과 거래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보이콧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을 포함한 WTO 회원국들에 대한 WTO 무역규정들을 준수한다는 약속을 했다.
그렇다고 이러한 합의와 약속이 대이스라엘 아랍보이콧을 사우디아라비아가 완전 철회한다는 미국이 사우디에 대이스라엘 보이콧 철회를 요구한 배경에는 47명의 하원 의원들이 그룹을 이루어 조지 W 부시 대통령 앞으로 보이콧 이슈가 해결되기 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어떠한 새로운 협정에 서명하지 말도록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로비가 있었다.
미국 정부는 사우디 정부가 자국민들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대이스라엘 보이콧 정책을 부분적으로나마 수정한 것에 대해 큰 태도 변화로 인식하고 있으나, 워싱턴에서 친이스라엘 로비를 전담하고 있는 AIPAC은 금번과같은 조치로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WTO 가입 전제 조건과 관련, WTO 집행부는 미국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로부터도 강한 요구를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는 WTO 149번째 가입국 허가를 받고 12월 11일부터 정식 회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스라엘 언론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이스라엘 보이콧을 전면 해제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상징적인 의미에서 큰 성과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친이스라엘 로비조직은 미국 정부를 내세워 바레인정부에도 대이스라엘 보이콧 철회를 요구했다고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 9월 25일자판
한편, 바레인의 이같은 조치에 쿠웨이트도 동조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쿠웨이트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쿠웨이트 일간지 알 카바스가 9월 24일 보도했다. 그러나 쿠웨이트 정부가 자국 언론사에 밝힌 대이스라엘 보이콧을 철회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어서 추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시 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바레인 현지 외교 한 소식통이 전망했다.
아랍보이콧은 1951년에 20개국의 대표들이 모여 이스라엘을 외부세계와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시리아 다마스커스에 본부를 두고 조직화했다. 이스라엘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다른 아랍 보이콧 회원국과의 거래를 제재하기 위함이었다. 한때 코카콜라, 포드 등과같은 기업이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집트와 요르단이 보이콧 회원국에서 빠졌고, 1990년 걸프전 이후 아랍권이 양분되면서 보이콧도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걸프지역 국가들이 현실적으로 이스라엘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을 제재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 미국의 대아랍 정책과 군사작전 등과 연계돼 있어 종교계와 대중 감정을 고려하면 아랍 정부들이 쉽사리 보이콧정책을 철회할 수 없는 상황이다.
1. 예루살렘 포스트 2005.9.11
2. 하아레츠 2005. 9.25/ 11.16
3. BBC NEWS 인터넷판: 200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