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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 된 검문 지난달 말 런던 뱅크 지하철역 구내에서 경찰이 남아시아계로 보이는 젊은이의 가방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프랑스 교외폭동 1주년이 다가오면서 유럽사회에서 다시 인종과 종교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7일의 교외폭동 1주년을 앞두고, 22일 대낮 차량 방화 사건이 일어나 지난해 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인다. 파리와 런던 현장에서‘유럽의 이방인’ 무슬림 이민자들이 겪는 현실을 살펴 세차례 나눠 싣는다.

무슬림 = 테러리스트 ‘낙인’
유럽전역 ‘반이민 정서’ 자욱


“부인, 혹시 프랑스말을 하십니까?”(마담 에스크 부 파를레 프랑세?)

“왜 그러시죠?”(푸르 쿠아?)

“저는 세관원인데 부인 가방을 좀 열어봐도 되겠습니까?”

“전 기잔데요!”

“그렇다면 기자증 같은 게 있으신가요?”

당혹스러웠다. 여러 차례 외국에 다녔지만, 공항에서 가방을 열어보자는 얘기는 처음 듣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영어나 프랑스말로 내가 기자임을 증명할 서류를 갖고 있지 않았다. 잠시 머뭇거리다 마침 헬싱키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 취재차 만들었던 기자증이 생각나 그것을 찾아 보여줬다. 그러자 갑자기 세관원의 표정이 바뀌더니 “됐습니다. 가방은 열어보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라고 상냥하게 말했다.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에서 직접 겪은 이 일은, 유럽의 이슬람 이민자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곳 유색인들이 겪는 일상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테러 활동을 위해 무장 군경이 공항은 물론 주요 역사에 배치돼 있었고, 지하철 등에서는 검문·검색도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영국이 더했다. 런던 동부에서 기층운동을 하는 파키스탄계 영국인 아사드 레먼은 7·7 테러 기도 사건이 발각된 뒤 검문·검색이 400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 런던의 지하철역 뱅크에서는 경찰이 남아시아계로 보이는 한 젊은이의 배낭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검문·검색만이 아니고 미국의 ‘관타나모’ 기지에 이어 영국에도 반테러법에 따라 테러혐의자를 기소 없이 무한정 구금할 수 있는 ‘벨마시’가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10여명이 구금돼 있다. 레먼은 “70~80년대 한국, 북아일랜드, 남미에서 일어났던 일이 민주주의의 본고장이라는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23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이슬람교도들이 반전시위를 벌이는 도중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영국이슬람교도협회와 ‘스탑더워’ 등 반전단체가 공동주최한 이 시위에서 참석자들은 영국의 중동정책을 비난하고 핵무기 반대 구호롤 외쳤다. 맨체스터/AFP 연합

테러나 테러 기도를 이슬람이나 이민자들과 연결하는 보도가 쏟아지는 탓인지 이슬람 공포증(이슬람 포비아) 및 반이민 정서가 유럽 전역에서 퍼지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한 신문의 조사에선 유럽인의 60% 이상이 반이슬람·반이민 정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이슬람 전문가인 조슬린 세자리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유럽 사람들은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쉽게 이슬람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무슬림 밀집지역인 런던 동부 런던무슬림센터에서 만난 방글라데시계 영국인 영어교사 무하마드 칼란(26)은 “7·7 사건 이후 영국에선 이슬람 포비아가 현격히 늘고 있다. 무슬림들을 상대로 한 폭력·폭행 사건이 300% 이상 늘었다. 이것은 물론 신고된 건수만을 말하는 것이고,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다. 무슬림처럼 보이는 젊은이들의 검문·검색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배낭을 메고 지하철에 들어가면 100% 검문당한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내가 누군지를 설명해야만 한다. 난 테러리스트가 아니고 학교 교사이며 영국 사람이라고 말이다.”

이렇게 이슬람 공포증이 확산되는 데는 우파 언론의 영향이 크며, 극우정당은 이를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압둘 바리 영국무슬림평의회 의장이 말했다.

레먼은“요즘 언론의 머릿기사만 보면 30년대 유대인한테 했던 짓을 연상시킨다. 무슬림-이민자-테러리스트 등에 관한 이야기가 일주일이 멀다고 주요 신문의 머리를 장식한다. 그러나 이 사건들의 대부분은 나중에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데, 언론은 그 사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1천여명이 반테러법에 따라 체포됐지만 그 중 100명 정도만 재판에 회부됐고, 그 가운데 30명 정도가 유죄 처벌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들도 대부분이 테러와 상관없는 이민법 위반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유럽인 60%가 반이슬람 · 반이민 정서
극우언론 · 정당 부추김에 ‘혐오증’ 증폭
  



유럽 주요국 무슬림 분포

이런 분위기를 반이민·반무슬림 정서를 부추기는 데 이용하는 영국국민당(BNP) 같은 극우정당은 의회에선 아직 한 자리도 못 얻었지만 지방선거에선 지지율이 세 배 넘게 급신장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국민전선은 인종주의와 배외주의를 지지기반 확충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유럽 내 무슬림들의 좌절감과 분노를 증폭시키고, 그 분노의 끝은 미국의 부시 정권을 겨누고 있었다.

“지금 사람들은 이슬람, 테러리스트, 극단주의자를 동의어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슬람은 테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는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비롯된 것인데, 근본 문제는 보지 않고 이슬람이 문제라는 식으로 몰고 있다”고 칼란은 분노를 터뜨렸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유엔 연설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민주적인 사회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에 민주적 정부가 들어섰고, 중동 각국에 민주화를 향한 움직임이 진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주장은 미국민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매달 수천명의 민간인들이 죽어가고 있고, 최근 발표된 미국 국가정보위의 국가정보 보고서도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테러리스트 산실이 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유럽은 자생적 테러리스트까지 출현하는 상황이 됐다. 세계는 안전해지기는커녕 갈수록 더 불안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극단주의에 관심을 품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영국의 무슬림들은 파키스탄·방글라데시·중동 출신이 많다. 젊은이들로선 자신들의 이웃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공격당하고 있는 현실을 그냥 두고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칼란의 분석이다.

파리·런던/권태선 순회특파원 kwonts@hani.co.kr


이슬람포비아란 = 이슬람의 위협에 대한 공포심을 의미하는 이슬람포비아(이슬람공포증)는 오랜 역사적 연원이 있다. 유럽 일부가 사라센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십자군전쟁이란 처절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로 다시 부각된 이슬람포비아는 알카에다의 9·11 테러와 뒤이은 유럽 내 테러에 무슬림들의 연루 사실이 밝혀지면서 점점 더 퍼지고 있다. 서방 사람들은 테러뿐만 아니라 무슬림들이 종교적 정체성을 내세우며 기독교 문명권인 유럽사회로의 통합을 거부하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 관련 글
- 가디언 칼럼니스트 “이슬람포비아는 종교의 탈을 쓴 인종주의”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166948.html
- 이슬람 생활잡지 편집장 “여성이 고통받는게 이슬람만의 문제인가”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166944.html

* 출처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1669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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