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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서 여성이 투쟁을 한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던 60년대에 레일라 칼리드는 최초의 여성 게릴라, 최초의 여성 비행기 납치범 등 많은 수식어를 달고 활동을 시작했다. 1967년 아랍 사회주의의 기치를 건 나세르와 아랍 군대의 패배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식민지가 되고, 당시 나세르가 해방을 가져다 주리라 믿고 있었던 레일라 칼리드는 해방은 남이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투쟁 전선에 뛰어든다.

인질이 된 승객들은 풀려난 뒤 그녀와 동료들의 정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애초 비행기 납치의 목표가 세계의 이목을 끄는 것, 그것으로 식민 종식의 돌파구를 찾는 데에 있기도 하였으나, 레일라 칼리드가 속한 조직 PFLP의 방침이 절대로 어떤 일이 있어도 인질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레일라 칼리드가 수행한 두 차례 작전에서 다치거나 살해당한 사람은 그녀의 동료 뿐이었다.

그러나 레일라는 '테러리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된다. 최초의 여성 납치범으로서의 '명성'과, 이후 다른 정파들이 행한 일련의 납치 사건에서의 사상이 이런 이미지를 형성하게끔 한 것 같다.

감독은 팔레스타인계 부모를 둔 스웨덴 사람으로, 어린 시절 레일라 칼리드가 자신의 우상(idol)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라며 만난 스웨덴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을 테러리즘으로 이미지화하고, 팔레스타인계 스웨덴 소녀에게 왜 팔레스타인은 테러를 일삼는지를 묻는다. 그렇게 나이가 먹으면서 감독은 레일라 칼리드가 당시 행했던 테러리즘을 후회하지 않을까, 궁금증을 안고 레일라 칼리드를 만나러 온다. 다양한 레일라 칼리드의 모습과 마주하며 그러나 달라진 것은 칼리드의 생각이 아니라, 유럽인의 정체성을 획득한 자신임을 보게 된다.

재미있게도 충실한 다큐멘터리로 구성된 이 영화에서 연출된 씬은 단 하나였는데, 그건 바람 부는 옥상에서 레일라 칼리드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면이었다. 쌩뚱맞게도 나는 '앙겔루스 노부스'를 떠올렸다. 슬픈 바람이 아니고, 카메라를, 관객을, 역사를 응시하는 눈빛이 후회하지 않는다고 읽혔고, 그건 쌩뚱맞기도 하고 강렬하기도 했다.

영화는 주로 레일라 칼리드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특히 당시 비행기 납치 때의 이스라엘인 비행기 조종사나 승무원과 인터뷰할 수 있었던 게 이 영화가 가진 또 다른 힘이었다. 아마 감독이 그저 팔레스타인 사람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임을 생각하며, 감독이 전화해서 자기를 어떻게 소개했을까, 팔레스타인계라고 소개했을까 궁금해졌다.

개인사가 의미를 갖지려면 그가 살아낸 역사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이 영화가 팔레스타인의 전반적인 역사와 현실을 보여준 것은 아니나 -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 적어도 레일라 칼리드의 선택과 현재를 이해하기에 충분한 사회사를 보여주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동시에 난민이 된 레일라 칼리드와 그녀의 가족과 그 마을 사람들, 그리고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일어났던 피난 행렬.. 3차 중동 전쟁에서 아랍 측의 완벽한 패배. 오히려 그녀의 개인사에서 동생이 대신 죽는다든지 뼈아픈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다루지 않은 것이 더 좋았다.

영화를 보고나서 테러리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온갖 의미들이 덧씌워져서 개념적으로 가치를 잃어버린 단어... 그래도 나는 테러리즘을 객관적인 단어로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_- 근대 국가가 사적 폭력을 용납하지 않고 폭력을 독점하는 것이 합의된 정치체라면 국가가 아닌데 무장하고 그 무장력을 민간인을 향해 사용하는 것으로, 그래서 좋거나 나쁘다의 가치판단을 배제한 단어로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컨대 이스라엘 건국 전에, 현재 이스라엘 방위군(우웩)의 전신이 된 이르군 등 수많은 시오니스트 무장 단체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고 있지 않은가. 걔네들이 국가가 돼서 합법적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행위는 일정한 정당성을 부여받은 전쟁이 된 것이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자면 나는 무장 투쟁은 택할 수 있는 전법 중에 하나라고 보며, 아무리 대화와 타협이 하고 싶어도 니 맘대로 될 것 같냐? 어느 시기에 어느 국면에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한데 그 점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투쟁을 평가할 수 있지만, 무장 투쟁=테러리즘=폭력=나쁘다로 연결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음. (테러나 무장투쟁에 대해서는 다음에 상술하겠댜)

레일라 칼리드는 이 영화에서는 무장 투쟁을 후회하지 않는데, 나중에 입장을 바꿨다고 들었다 (아직 직접 확인하지 않음).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는 것을 이스라엘에 금지당한 채, 레바논에서 결혼해서 살고 있는 그녀는 아들이 둘이 있었다. 그 아들들도 팔레스타인에 있으면 분명 돌을 던지고 감옥에 갔을 거라고 얘기하는 그녀를 보며, 부모로서의 정체성이 한국 부모와 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추한 모습을 뭐하러 찍냐는 그녀, 감독에게 어서 아이를 가지라고 하는 그녀, 무장 투쟁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다양한 모습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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