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214.0.24) 조회 수 4928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한국과 이스라엘 그 닮은 꼴

 


 ::: 이 글은 격월간 인문지 <말과 활>에 기고되었습니다.


말과할1.jpg


헐렁한 배낭을 멘 군인들이 음료수나 과자 봉지 같은 걸 들고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금요일 이니까 배낭엔 빨래 등이 들어 있을 것이고, 주말엔 연인이나 가족들과 편안한 한때를 보낼 것이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교복을 고쳐 입듯, 수선을 한 건지 군복을 몸에 딱 붙게 입고 큰 귀걸이를 한 채 열띤 표정으로 토론하는 여자군인1)이 보이고, 그 옆으론 풍선껌을 불며 우스꽝스런 흉내를 내고 있는 남자 군인 몇 명이 보인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추운지역 중 하나라는 골란고원을 잠시라도 떠나 집에 간다는 생각에 들떠있기 때문인지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군인들의 표정은 더욱 앳되고 밝아 보였다. 저 아이들이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 노인을 희롱하고,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래 젊은이를 땅바닥에 무릎 꿇린 채 몇 시간씩 거리에 방치해 두는 장난을 치는 그 군인들이라니. 기괴한 느낌이 들고, 화가 나기도 한다.

  


킵 스마일!”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내 또래 여자가 경쾌하게 말을 걸며 내 옆에 와서 앉는다. 왜 그리 심각한 표정이냐며, 어디서 왔는지 이스라엘 여행이 어떤지 내게 묻는다. 그녀도 나처럼 버스 시간이 꽤 남았나 보다. 배낭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녀와 여행담과 문화차이로 인한 에피소드까지 꽤 긴 수다를 떨었다. 나는 그녀와 얘기가 무르익자 조심스럽게 팔레스타인 지역에 가본 적 있는지, 아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너 지금 내게 아랍에 대해 묻는 거야? 틈만 나면 이스라엘을 쫓아내려고 하는 그 아랍국가들? 버스를 테러해서 이스라엘 어린아이를 죽게 만드는 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봤냐구?” 조금의 여지도 없는 증오를 담은 눈빛. 나는 그런 눈빛을 한국에서도 본적 있다. 북한이나 공산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엄청난 반공주의자인 나의 아버지가 뿜어내던 눈빛!

 

2010년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즈가 한국을 방문 했을 때, “한국과 이스라엘은 닮은 점이 많다. 양국은 같은 해인 1948년 독립했으며 짧은 기간에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2)고 말한바 있다. 나는 시몬 페레즈의 말에 덧붙여 한국과 이스라엘의 닮은 점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우선 한국과 이스라엘은 둘 다 과 경계를 맞대고 있고, 이를 근거로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반공이데올로기는 오랫동안 강고했다. 반공사상을 고취시키고자 조직을 만들고 반공교육을 시작한건 일제였지만 이후 반공을 좋은이데올로기로 삼고 활용한 건 대한민국 정권이었고, 정권은 북한과 대치 한다는 현실을 근거로 국가안보를 주장하며 반공을 민주주의나 인권을 무화 시킬 수 있는 만능면허로 활용했다. 물론 공산주의 혹은 북한 이라는 을 통해 만들어진 우리는 맹목적인 국민통합을 가능케 했고, 더불어 국방의 의무를 신성시하며 징병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이에 대한 질문 자체를 금기시해 왔었다.


이스라엘은 유럽, 아프리카, 미국, 서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유태인 이민자가 절대 다수인 국가다. 문화, 언어, 인종이 모두 제각각인 이들이 함께 살고 있는 이스라엘에서 반()아랍은 중요한 키워드다. 물론 이스라엘 현실에서 반아랍 정서 자체가 특이한 현상은 아니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그것을 제외한 사회적 영향 혹은 효과다. 이민자 국가인 이스라엘에서 미국에서 온 하얀 피부 유태인 이민자와 아프리카에서 온 검은 피부 유태인 이민자 사이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그 사회 내부에서도 자주 회자된다. 그러나 그들에겐 아랍이라는 공통의 적이 존재함으로서 집단의 내부와 외부가 선명히 구분될 수 있고, 강력한 외부가 존재한다는 건 내부 강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스라엘 내 20%를 차지하는 아랍인3)은 제도적으로 병역에서 배제되어 있으므로 직업이나 사회보장혜택에서도 절대 불리한 위치다. ‘가난한 국가에서 온 유태인 이스라엘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이스라엘 내 아랍인을 타자화 하는 게 더욱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에서 그 반아랍을 교육받는 곳은 당연히 군대다. 한 유대인 남성은 유럽, 아프리카, 서아시아 등 여기저기서 찾아온 다른 성향을 가진 유대인들이 군대 안에서 이스라엘 사람이 되며, 반아랍 정서를 철저하게 공유하게 되는 곳도 바로 군대이고, 이스라엘에서 군대란 삶의 기초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 곳 이며, 자신을 단련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써 다들 그것을 거쳐 어른이 된다”4) 라고 말한다. 한국의 군대 담론과 너무나 닮지 않았나? 이스라엘과 한국에서 군대란 군사 훈련을 받는 공간일 뿐 아니라 어른이 되는 곳, 즉 개인의 인격과 정서를 성장시키는 공간인 것이다. 한국과 이스라엘 모두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지닌 징병제 국가로서 군사화 된 시민권이 자리한 사회다


이스라엘에서 병역이 의무이자 권리로서 군대를 다녀와야 이스라엘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담론을 한국에 비춰보자한국은 고위층 아들의 병역 기피가 많아지면서 더 이상 군대를 다녀오는 게 성원권(membership)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결혼 이주 여성을 주제로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그 2세들이 꼭 군대에 가서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의지에 찬 표정을 짓고, 그게 자주 강조되는 걸 보면 군대를 통한 성원권 획득은 아직 유효한 것 같다. 이번엔 구인광고 사례를 보자. 이스라엘 신문 구인 광고에 병역필이라고 표기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실제 병역을 마친 사람만 뽑겠다는 뜻이라기보다 병역 대상이 아닌 이스라엘 내 아랍인5)은 뽑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구인광고의 병역필표기가 문제가 된 적 있었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실제 병역을 마친 사람을 구한다기 보다는 여성을 뽑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용 되서 고용평등법에 위배된다고 제기된 적 있었다. 그렇다, 역시 타자화 전략이란 그런 것이다!

 

이스라엘의 테러리즘방지법은 또 어떤가. 이 법에는 테러리스트 조직이 정의되어 있으며 그 조직을 지원하는 것도 유죄가 된다. 이스라엘은 이 법을 입맛에 따라 적용하고, 이스라엘 국내 단체가 점령지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테러 조직에 대한 지원으로 간주 되곤 한다. 촘스키에 의하면 팔레스타인자치정부PLO와 관계 맺는 것도 테러리즘방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하니 그 법이 얼마나 제 멋대로 인지 가늠할 수 있다. 테러리즘방지법이 독립을 외치는 팔레스타인 활동가를 가두는데 이용되는 걸 보면, 국가보안법 역사와 똑 닮았다. 국가보안법의 전신인 치안유지법이 일제가 조선의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걸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시민사회의 인도적인 지원 활동을 테러조직에 대한 지원으로 간주할 만큼 입맛대로 적용한다고 하니, 여전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올드 한 별명을 지닌 국가보안법의 이스라엘 판 같다. 심지어 테러리즘방지법과 국가보안법은 1948년 같은 해에 제정되었다.

 

시몬 페레즈 말처럼 정말 한국과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 역사 얘기를 잠시 해보자면,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배경에는 1923년에 시작된 영국의 팔레스타인 위임통치 즉 식민지배 성립이 있었다. 그리고 근대 팔레스타인 식민 지배는 같은 시기 조선이 겪었던 식민 지배와 연결되어 있다. 왜냐면 당시 팔레스타인과 조선을 식민지화한 두 제국 영국과 일본이 밀접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1902년 영국과 일본은 서로의 이익을 조율하기 위해 군사동맹인 영일동맹을 맺게 된다. 당시 일본은 중국(당시 청나라)의 동북부 지역 및 한반도에서 러시아와 제국주의 패권을 다투고 있었는데, 이 동맹은 일본에 힘을 실어 주게 된다. 실제 일본은 러일 전쟁에서 우위를 점했고, 영국은 일본의 조선보호권을 인정하게 된다. 이처럼 일본의 조선 식민지화 배경에는 영국의 뒷받침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일본도 영국을 뒷받침하는데, 그 무대가 바로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중동지역이었다. 그리고 일본은 영일동맹을 근거로 영국과 함께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이로써 종전 후 영국을 비롯한 승전국들의 이권을 조정하기 위해 열린 몇 가지 회의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19204월에 열린 산레모 회의(San Remo Conference)인데, 이 회의는 영국의 팔레스타인 위임 통치를 최종 결정한 자리로 알려져 있다. 이 회의에 참석한 6개국(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그리스, 벨기에)중 하나였던 일본은 이 위임 통치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며 영국을 조력했다. 이처럼 영국과 일본의 동맹은 공수동맹(攻守同盟)이었던 것이다.6)


조선은 1945년 연합국에 대한 일본의 항복 결과로 식민지에서 해방되었지만, 종군 위안부사안부터 친일파 청산까지 극복하지 못한 과제들이 산적해있고, 그건 지금 우리 사회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도 과거 청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역사적, 정치적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스라엘 건국 배경인 서구의 중동 분할과 지배를 불식시키지 못한 정치적 문화가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는 종주국인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형태로 팔레스타인 및 중동 지역에 대한 패권을 관철시키고 있지 않은가. 식민 지배를 벗어 난지 60년이 지났지만 과거 청산을 못하고 있는 한국이나 여전히 점령 상태의 삶을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이나 20세기 초, 식민 지배 유산이 지속되는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깝자면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관계가 그러해야 하는데, 한국은 이스라엘과 여러모로 긴밀하다. 예전에 한국에 사는 일본인 친구로부터 한국 서점엔 탈무드가 왜 이리 많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 비교 대상이 없으니 얼마나 많아야 많은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온라인 서점에서 탈무드로 검색을 해봤다. 교보문고에서 3,000여권, 영풍문고에서는 500여권이 검색됐다. 과연 많기는 많다. 단일 키워드로 저렇게 많은 책이 검색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이에 반해 일본 최대 인터넷 서점이라는 아마존 서점에서는 400여권이 검색되었고, 노쿠니야 서점에선 20여권이 검색되었다


그 일본인 친구의 질문을 듣고 떠올려 보니, 한국의 교육 관련 다큐에서 유태인의 교육방법 관련 인터뷰가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서 한국 교육의 롤 모델은 유태인 인 걸까라는 생각을 한적 있음이 기억났다나는 그 질문을 받은 이후 아이를 키우는 집을 방문하게 되면 책꽂이를 한 번씩 살펴보곤 했는데, 대부분의 집에서 탈무드 태교 동화라든가 유태인 식 교육법류의 제목의 책을 발견 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왜 한국에서 이런 현상이 생긴 건지 전혀 모르겠다. 막연한 짐작 중 하나는 한국의 기독교와 관련지어 본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이스라엘로 성지 순례를 가장 많이 가는 국가인데, 그들이 성지 순례를 통해 이스라엘에 의해 왜곡된 역사와 친이스라엘 정서를 담아오는 게 영향을 미치는 거 아닐까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사소한 예지만, 주변에서 성지 순례를 다녀온 절실한 기독교 신자 몇몇과 대화해 본적이 있었다. 그들은 기독교와 유대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나 이스라엘 유태인이나 모두 하느님의 자녀라는 강한 동질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과 현대 국가 이스라엘을 구분하고 있지 못했다! 물론 그들을 일반화 할 수 없고, 일부 기독인들의 이야기라고 말 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기독교인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정서는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매우 친이스라엘 적이었다. 동시에 반아랍(반 이슬람) 정서가 상당히 존재함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한국에 기독교인들이 왜 이리 많은지도 궁금했었는데, 한국인에게 기독교는 근대화를 수용하면서 일본화를 거절하는 선택이었을 꺼라는 일본 학자 우에노 치즈코의 글을 읽고 상당히 고개가 끄덕여졌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식민지 조선의 수탈을 위해 근대화가 필요했던 일제와 일본화를 거절하며 기독교를 통해 상당부분 근대화를 수용한 한국 사회가 그 여파로 친이스라엘 정서까지 갖게 된 것이라는 다소 거친 가설을 세워볼 수 있는 걸까?

 

이렇게 한국과 이스라엘의 닮은 점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아내서 연결해 보고, 두 국가의 관련성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이스라엘 사회를 살펴보는 것이 우리 사회에 매우 유용하고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자 함이다. 알다시피 일본 사회를 관찰하다보면 패션부터 운동사회나 역사까지 한국의 현재나 미래를 가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나는 그 이유 중 하나를 일본에서 만든 <캔디캔디><플란다즈의 개>, <독수리 오형제>를 일본과 한국의 유년들이 시차를 두고 함께 보며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적 있다. 그러니까 한국의 근대화 과정 그리고 친미 문화권 등의 공통된 뿌리가 두 나라 안에 여러 가지 경향이나 사회 현상을 시차를 두며 발생시키는 것 같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 얘기에 덧붙여, 이스라엘 사회를 관찰하다보면 군사화 된 사회부터 타자화 방식까지 한국의 현재를 해석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일본과는 조금 다른 각도의 거울이지만 한국 사회를 가늠하는데 참조할 수 있는 좋은 텍스트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과 이스라엘 정부 관계가 더욱 긴밀해 지고 있는 현실이 상당히 우려할만 하기 때문이다. 애초 한국은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고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 국가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걸프전과 한국의 UN가입 그리고 미국 시오니스트 로비스트들의 영향 등으로 한국은 이스라엘과 관계에 대한 입장을 전환하게 됐다. 1992년 한국에 이스라엘 대사관이 재설치 된 이후 양국의 정재계가 원했던 것은 양국이 전시체제 아래 있음을 근거로 육성해온 서로의 군사기술을 교류하는 것 이었다. 공조관계를 통해 군사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서로를 시장으로 삼음으로써 군수품 수요를 확대시키고자 한 것이다. 이는 1995<·이 방산군수협력 양해각서>를 맺음으로써 실현되었다.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상승하던 양국의 교역은 이명박 정권이후 수직적으로 상승하고,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이스라엘로부터 배운다며 지속적으로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0년대 초부터 한국을 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FTA 추진을 요청해 왔고, 현재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관계가 더욱 긴밀해 진다는 각 사회가 더욱 군사화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5년 전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즈가 방한했을 때, “군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학교다. 나는 군대에 훈련소와 대학을 모두 설치할 것을 제안 한다라는 인터뷰를 보고, 당시 이스라엘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하던 이명박이 그 말을 한국에서 실현하겠다고 할까봐 마음 졸였던 기억이 있다. ·FTA가 체결되면 우리 사회 어떤 변동을 불러 올까?


마지막으로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건 팔레스타인 점령에 깊히 연루되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날 유럽등지에서 몰려와서는 그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우리는 너희에게 이곳에 집을 짓고 살 허가를 내준 적 없다며, 집을 부수고 그들을 난민으로 만들고 세운 나라 이스라엘. 그 이스라엘은 지난여름 가자침공으로 2,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학살한 것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그들을 집에서 내쫓고, 괴롭히고, 구금하고, 살해한다. 그럼에도 지난여름 가자 학살의 피비린내가 다 가시지도 않았을 때, 한국의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이스라엘 대사관 후원으로 이스라엘 영화 섹션을 구성하고,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생태계를 배워야 한다며 클래스를 편성했다


한국 시민사회는 즉각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보이콧 운동7)을 전개했고, 결국 영화제 직전 이스라엘 후원과 해당 프로그램이 취소되었다. 이스라엘이 영화제나 여러 문화행사를 후원하는 것은 학살 국가 이스라엘 이미지를 세탁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해 문화적인 민주국가라는 허구적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 점령 현실과 이스라엘의 범죄를 보는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우리가 현실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점점 한국과 긴밀해 지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경각심과 다각도의 이해가 필요하다.

 

끝으로 약간의 얘기를 덧붙여 보자. 며칠 전 이 원고를 쓰기위해 메모를 하다가 문득 한국과 일본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서로가 가진 운동의 위치성과 고민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눠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이따금씩 서로 활동 내용을 공유하거나, 몇 년 전 일본의 무인양품(無印良品, 일명 무지MUJI)8)이 이스라엘에 진출하려고 했을 때, 일본 팔레스타인 운동 진영 요청으로 한국에서 무인양품 보이콧 연대의 스크럼을 짰던 것 등의 단편적 연결이 고작이었다


나는 그날 도쿄의 팔레스타인연대운동단체 <미단>의 다나미 아오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우리가 각각 과거 식민지와 제국주의 경험을 한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하는 것의 의미와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그리고 이 연대 운동의 조심스러운 지점과 어려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 만나는 게 여의치 않기도 하고 급한 사안은 아니니 그 고민을 머금고 천천히 메일을 통해 글로 나눠 보는 게 어떻겠다고 말이다. 나는 그 메일에 첨부할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각자가 속한 사회에서 팔레스타인 운동을 함께하자고 말할 수 있는 좀 더 나은 언어를 찾고, 새로운 논리를 생산해 내는 시간이 될 꺼 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은 각자가 속한 사회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며, 우리의 운동 태도를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과 일본 사회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위와 같은 고민을 하는 건 우리를 해당 사회의 구성원으로 고정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뛰어 넘기 위함이다. 우리의 그 고민이 깊어지면 연대체를 꾸려 보고 싶다. 20세기 식민과 제국의 유산을 여전히 안고 사는 한국, 일본,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시민 사회가 과거와 현재를 어떻게 분절시키고 새롭게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공동행동을 할 수 있는 연대체 말이다. 빨리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이스라엘 병역거부자의 편지> 같은 책을 한국에서 읽고, 여성 징병으로 이 사회의 성차별이 해소 될 수 없다는 것을 논의 하고. 군사주의 문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한국과 이스라엘 시민사회가 서로로부터 배우고 적극적으로 전략을 공유하게 되는 것. 한이FTA체결을 한국과 이스라엘 시민 사회 뿐 아니라, 일본과 팔레스타인에서도 반대하고. 그리고 팔레스타인과 한국이 일본의 군사 재무장을 반대하는 공동행동을 하게 되는 날 말이다. 국경을 넘어 각 사회를 관찰하고, 서로로부터 배우고, 함께 행동하는 것 그게 바로 연대의 세계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

1) 이스라엘은 징병제 국가로서 여성과 남성 모두 병역의무가 있다. 여성은 18세부터 19개월간, 남성은 3년간 군복무를 해야 한다. 또한 한국과 달리 통상 2-4주에 한번 씩 주말에 귀휴를 한다.


2) “닮은꼴 역사 -이스라엘, 경제 협력 강화해야”,<<매일경제>>, 201063일자


3)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사람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아랍인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다나미 아오에,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 현암사, 2014, 26. 공식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아랍인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은데(중략)이스라엘은 어디까지나 현재의 거주지를 가리키고 신분증명서상의 귀속에 그치는 것으로 명시되는 것이다. (중략) 한편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표현은 피점령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의 연대의식을 보여주고 싶은 경우나 정치적 슬로건 안에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외부인이 아무 때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로 부르면 된다는 것은 아니다. 유대인 밖에 대표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정치문화에서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것을 의식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기보다는 아랍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4) 다나미 아오에,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 현암사, 2014. 128


5) 다나미 아오에,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 현암사, 2014. (아랍인 남성은)자신들에게는 입대할 기회가 없다는 불만도 있다. 이스라엘에 봉사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랍의 거의 모든 나라들도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남성이라면 한번은 맛보게 되는 군대 경험에 이스라엘의 아랍인만이 제외되어 있다는 것이 분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물론 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군대에 가지 않기 때문에 직업 선택에 제한이 있다는 현실이다. (중략) (아랍인에 속하는 두르즈나 베두인이 군에 입대하는 것에 대해)멸시의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다. 두르즈 남성의 병역은 법적 의무로 규정되어 있고, 베두인의 경우 그러한 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 지원이라는 형태로 군대에 간다.

 

6) 한국과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다음 참조.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한국과 이스라엘 관계 보고서>, 2012 (인터넷 다운로드 http://pal.or.kr/data/한국과-이스라엘-관계-보고서.pdf)


7)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참조. <문화 보이콧과 말걸기: EBS국제다큐영화제 보이콧 행동에 덧붙여>http://pal.or.kr/xe/302460)


8) 무인양품은 한국에서 무지MUJI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의류, 악세사리, 패브릭등 토탈 소품점이다. 2010년 이스라엘에 매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사회가 학살국 이스라엘 진출을 막는 연대 행동을 했고, 이후 무인양품은 이스라엘 진출 계획을 경제적 이유로 철회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참조. <무인양품, 혈인양품이 될것인가> http://pal.or.kr/xe/139518


  • ?
    얼짱명키 2015.12.10 22:01 (*.82.187.22)
    페이스북에서 지인분 소개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제 익스플로러 버전이 낮아서 그런건지 태그가 그대로 화면에 노출되어서 가독성이 떨어지고, 문단정리가 잘 안되서 편하게 읽어지기에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 ?
    얼짱명키 2015.12.10 22:14 (*.82.187.22)
    그래도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언급들이 많아서 도움 많이 받고 갑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글쓴이 조회 수
130 이스라엘 건국 70년, 팔레스타인 인종청소 70년 2018.05.15 뎡야핑 10
129 내가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 팔레스타인 여성 디나가 한국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file 2018.01.16 팔레스타인평화연대 6
128 트럼프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선언,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은 2018.01.05 뎡야핑 3
127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2018.01.05 뎡야핑 6
126 "48년째 '자백'을 강요 받고 있습니다" 2017.10.26 뎡야핑 2
125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선택인가 2017.10.24 뎡야핑 5
124 이스라엘의 큰 그림, '예루살렘 마스터 플랜' 2017.02.06 뎡야핑 4
123 다시, 또다시 난민이 된 난민들 2016.12.08 뎡야핑 4
122 이스라엘 점령 반세기에 다다른, 팔레스타인 2016.11.10 뎡야핑 2
121 사진으로 보는 팔레스타인 뉴스 2월 secret 2016.03.09 냐옹 0
120 강요된 선택,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몸이 무기가 되기까지 2015.11.14 뎡야핑 2
119 팔레스타인에서의 협박과 착취 2015.09.04 뎡야핑 3
118 [나비, 해방으로 날자] 연대발언 2015.08.12 뎡야핑 3
117 영화 <오마르>: 팔레스타인 사람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는 2015.02.13 반다 4
116 팔레스타인인들은 장벽을 넘을 수 있을까– 영화 오마르- file 2015.02.04 냐옹 3
115 팔레스타인에서 배우다 2015.02.23 뎡야핑 3
114 한국과 이스라엘 그 닮은 꼴 2015.07.19 반다 4
113 레일라 칼리드, 하이재커 file 2012.10.04 뎡야핑 3
» 한국과 이스라엘 그 닮은 꼴 2 file 2015.07.19 반다 4928
111 작가/활동가 폴린 (Pauline Park) 에 대한 싱가폴 시인 고 지롱 (Jee Leong Koh)의 소개 글 2015.06.25 odiflya 307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