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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0 16:21

홀로코스트 희생자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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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스라엘이 파괴한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공격과 학살이 벌어지면 많은 분들이 ‘저네들도 홀로코스트를 당해 놓고 지금은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있구나’라면서 분통을 터뜨리고는 하십니다. 저는 이분들의 말씀이 틀렸다기 보다는 이스라엘이 곧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라는 생각과 이스라엘이 홀로코스트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 지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 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누구나 잘 알듯이 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독일이 유대인을 대량학살 했습니다. 그런데 이 당시 독일이 학살했던 것은 유대인들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자·장애인·동성애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홀로코스트라는 말을 독일의 대량학살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다면 당연히 이들의 죽음도 함께 담겨야 합니다.

대량학살을 의미하는 홀로코스트가 유대인 학살만을 의미하도록 만들어진 것은 이스라엘과 시오니스트들의 정치적 힘 때문이고, 이들의 힘은 홀로코스트를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홀로코스트 또한 논쟁과 토론의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홀로코스트라는 말의 의미와 함께 중요한 것은 시오니스트들이 유대인 학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행동 했느냐는 것입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선언 이전에 시오니스트들에게는 국가 건설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두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땅과 인구 문제입니다. 20세기 초 팔레스타인 거주 유대인 인구수가 얼마 되지 않던 상황에서 시오니스트들은 국가 건설을 위해 러시아나 유럽 등지의 유대인을 팔레스타인으로 이주시켜 인구수를 늘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자발적인 이주 운동만으로는 유대인의 대규모 이주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시오니스트들은 유대인을 억압하고 있던 러시아나 독일과 서슴없이 협력하였습니다. 이들의 협력이 가능했던 것은 유대인을 추방하려는 러시아나 독일의 의지와 팔레스타인으로의 유대인 이주가 필요한 시오니스트 사이의 요구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학살을 피해 유대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은 사막과 황무지, 야만인의 땅으로 여겨지던 중동이 아니라 꿈과 희망의 미국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유대인들의 이주를 제한합니다. 그리고 시오니스트들은 난민 캠프에 있던 유대인들에게 난민 캠프에 계속 있을 건지 아니면 팔레스타인으로 갈 건지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물론 모든 유대인들에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이든 유대인들은 빼고 국가 건설에 도움이 될 만한 젊고 능력 있는 유대인들에게만 팔레스타인으로 가자고 유도합니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난민 캠프의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행을 선택하게 되었고, 시오니스트들은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시오니스트들이 유대인 구출보다는 이스라엘 건설만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었던 하임 바이즈만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6백만 유럽 유태인들의 희망은 이민으로 모아진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6백만 유태인을 팔레스타인으로 데려 갈 수 있습니까?’ 나는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정말 슬픈 일이지만 나는 팔레스타인을 위해 젊은이들을 구출하길 원한다. 나이 든 사람들은 곧 사라질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사라질 것이다. 그들은 이 냉혹한 세계의 먼지에 불과하다. 그들은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먼지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 오직 젊은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 랄프 쇤만, [잔인한 이스라엘], 미세기, 2003년, 80쪽

이스라엘 건국과 유대인 학살이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관계는 학살 위기에 처한 유대인의 구출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가 건설에 쓸모 있는 유대인의 이주를 통해 맺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유대인 대량 이주에 성공한 시오니스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추방하며 이스라엘을 건국하였습니다. 처음부터 이스라엘은 학살을 막고 피해자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유대인) 학살을 이용하거나 스스로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저지르면서 탄생한 국가인 것입니다.

홀로코스트와 이스라엘이 관계 맺는 방식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홀로코스트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지난 2008년 8월 조선일보는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와 인터뷰 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여기서 이갈 카스피는 ‘한국이 건국 직전에 일제 강점기를 겪은 것처럼 이스라엘도 홀로코스트를 겪었고, 두 나라 모두 건국 직후에 전쟁을 치렀다’며, 중동 지도를 펼쳐 보이고는 ‘이 넓은 땅에서 한 점(dot)에 불과한 이스라엘이 전쟁과 테러를 겪으면서도 한 나라로 인정 받고 세계적인 과학기술 혁신에 한 몫 하게 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라고 했습니다.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를 겪은 적이 없습니다. 이스라엘이 홀로코스트를 겪은 적이 없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구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냐구요? 아닙니다. 저의 말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는 홀로코스트 이후에 생겼으니 당연히 홀로코스트를 겪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또 어떤 사람은 이스라엘이 마치 홀로코스트의 결과인 것처럼 말하지만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시오니즘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탄생한 것입니다. 즉,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의 결과가 아니라 시오니즘 운동의 결과이며 홀로코스트는 시오니즘 운동 과정에서 존재했던 하나의 사건입니다.

이갈 카스피가 한국과 이스라엘을 비교한 것도 맞지 않습니다. 일제 강점기 이전 한반도에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었지만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1947년 이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일본이 조선을 강점 했던 것은 맞지만 이스라엘은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외부로부터 점령당한 적도 없고 오히려 이스라엘은 시오니스트들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해서 만든 국가입니다. 이스라엘은 일제 강점기의 한국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이갈 카스피의 얘기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앞에서는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말하고 이어서 주변국의 위협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의 전개 방식입니다. 이런 식의 전개 방식은 대중들에게 ‘유대인을 학살했던 홀로코스트’라는 이미지를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는 아랍 국가’라는 이미지로 바꿔 생각하게 만드는 말의 기술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아랍-이스라엘 전쟁에서 군사적 우위를 통해 상대방을 괴롭혔던 것은 주변 아랍 국가들이 아니라 이스라엘입니다. 시오니스트들은 건국 과정에서부터 유럽과 미국 등지에 퍼져 있었던 ‘학살당한 유대인’이라는 심리를 이용하여 국제 여론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홀로코스트와 반점령·반시오니즘을 동일시함으로써 대중들의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자신들의 점령과 학살을 정당화 하고 있습니다.

결론으로, ‘저네들도 홀로코스트를 당해 놓고는 지금은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있구나’라는 말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예전에도 홀로코스트를 이용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더니 지금도 여전히 홀로코스트를 이용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있구나’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인류 역사의 비극으로써 홀로코스트를 비난하고 싶다면 나치뿐만 아니라 나치와 협력했던 시오니스트들, 유럽 국가들의 배상금을 받아 챙기며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 대한 지원은 외면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함께 비난해야 할 것입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홀로코스트 산업 / 노르만 핀켈슈타인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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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뎡야핑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7-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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