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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3월, 제 머리도 봄맞이 할까 싶어 미장원에 갔습니다. 일하시는 분이 잠깐 앉아서 기다리고 하셔서 탁자 위에 있던 신문을 펼쳤습니다. 이 기사 저 기사 많았지만 제목과 사진만 보며 슬쩍 넘기다가 ‘메카’라는 글자가 눈에 크게 들어와 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동아일보 원문보기)

 

글을 쓴 작가 모린 다우드

 

뉴욕 타임스 칼럼리스트 모린 다우드라는 사람은 이슬람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었나 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 들어가 보고 싶었고, 이 과정에서 본인이 느끼기에 약간 귀찮은 일이 벌어졌나 봅니다. 글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아바야(아랍 여성들이 두르는 천)를 가면무도회에서 쓰는 검은 망토처럼 덮어쓰고 몰래 메카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궁극적인 ‘천국의 문’으로 돌진해 보고 싶었다... 나는 사우디에서 그보다는 조금 덜 은밀한 방법으로 이슬람 종교를 탐험해 보고 싶었다. 

 

작가에게 이슬람은 몰래 들어가 보고 싶은 것, 돌진해 보고 싶은 것, 탐험해 보고 싶은 것이었나 봅니다. 그만큼 작가에게 이슬람은 비밀스러운 것, 은밀한 것, 다른 이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나 보지요.

 
하지만 그동안 제가 봐온 이슬람은 작가의 말처럼 비밀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수많은 곳에 이슬람 사원과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슬람을 접하는 길은 아주 쉽습니다.

 

미국 백인들이 닿은 이상한 섬에서 싸우고 있는 공룡과 킹콩

 

설사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돌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집이나 다른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는 공간이 궁금하다고 해서 ‘몰래’ ‘돌진’ ‘탐험’ 해야 할까요? 영화 [킹콩]에서 미국 출신의 백인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섬에 닿자 그 섬 사람들을 무조건 잔인하고 두려운 존재로 여기며 쉽게 죽여 버립니다

 

콜럼부스가 아메리카에 닿자 아메리카 사람들은 유럽 백인들을 환영했지만 유럽 백인들은 그들을 죽이고 약탈했지요. 다른 세계를 만났을 때 누구나 가져야 할 이해와 관용의 태도는 없었습니다. 혹시 이 글의 작가도 자신에게 낯선 것을 쉽게 정복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9·11테러에 대한 미국인의 의식과 정면충돌하는 그들의 종교를 공부해 보고 싶었다.

 

이제 작가에게 이슬람은 낯선 것을 넘어 두려운 것 또는 9·11 같은 테러나 범죄와 연관된 종교입니다.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 연방청사를 폭파해서 168명을 살해한 티모시 맥베이라는 사람은 미국 출신 백인 기독교인이었습니다. 혹시 작가는 이 사건을 떠올리면서 테러를 일삼는 미국 백인의 기독교라는 종교에 대해서 공부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테러의 얼굴". 티모시 맥베이의 사진이 실린 타임 

 

티모시 맥베이가 폭파한 연방 청사 

 

혹시 작가는 티모시 맥베이 같은 미국 백인 기독교인의 행동은 개인이 우연히 일으킨 이상행동이고, 중동 지역 무슬림의 행동은 그들의 종교 속에 들어있는 분노·적개심 같은 집단무의식이 원인이라고 보고 계시는 건 아닌가요? 그래서 테러와 같이 문명인이 보기에는 아주 이상한 행동이 무슬림들에게는 아주 정상으로 여겨지는 원인을 더 깊게 찾아보고 싶으신 건가요?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해 미국이 주장하는 9·11을 일으킨 사람들 대부분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의 성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요. 사우디아라비아의 값싼 석유가 없다면 미국은 하루아침에 휘청거릴 겁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산 무기의 우수 고객이기도 하지요. 작가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이슬람뿐만 아니라 석유와 무기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유대인일 필요는 없지만 유대인이어야 합니다

 

바티칸에 가기 위해 가톨릭 신자가 될 필요는 없다. ‘통곡의 벽’에 가기 위해 유대인이 되거나, 달라이 라마의 연설을 듣고 그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불교신자가 될 필요도 없다. 최소한 기도 시간에는 이슬람 모스크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가 바티칸에 가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고, 통곡의 벽이나 달라이 라마와 관련된 얘기는 작가의 말이 맞습니다. 굳이 유대인이 되거나 불교인이 될 필요는 없지요.

 

19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정복했고, 거기에 있는 이슬람 사원 알 아크사의 한쪽 벽을 ‘통곡의 벽’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 이후 유대인들은 이곳을 유대인의 고대 역사와 관련된 곳이라 여기고 기도하는 곳으로 삼고 있습니다.

 

통곡의 벽 앞에 서 있는 조시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먼저 통곡의 벽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경찰의 검문·검색을 거쳐야 합니다. 통곡의 벽 가까이 가면 옷을 단정히 입으라고, 특히 여성은 짧은 옷을 입지 말라고 표지판이 적혀 있습니다. 남성이 기도하는 곳과 여성이 기도하는 곳은 분리되어 있습니다.

 

남성이 기도하는 쪽으로 가면 입구에서 유대인들이 쓰는 모자를 나눠 줍니다. 통곡의 벽에 가까이 가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이 모자를 써야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유대인 모자를 쓰지 않은 사람은 통곡의 벽에 가까이 갈 수 없다는 거지요.

 

달라이 라마가 법문하는데 가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불교인은 아니지만 달라이 라마라는 유명한 사람이 법문을 한다기에 가 본 겁니다. 달라이 라마가 높은 단 위에 올라 앉아 법문을 할 때는 무슨 말인지 모르니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입 다물고 앉아 스님들이 주시는 따뜻한 버터차를 고맙게 마셨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때 제가 속옷만 입고 크게 노래 부르며 춤을 췄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난리가 났겠지요. 불교인들이 조용히 기도하고 말씀 듣는 곳에서 그 질서를 어지럽혔으니 말입니다.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

 

통곡의 벽이 그렇고 달라이 라마가 그렇듯이 제가 지금까지 겪은 이슬람, 가 본 이슬람 사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무슬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름의 절차를 거치고 질서를 지키면 누구나 이슬람 사원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비무슬림에게 이슬람을 전하고 싶어 하는 무슬림들이 왜 비무슬림들에게 철의 장벽을 세우겠습니까.

 

작가는 이슬람 사원도 아니고 ‘힐턴호텔에서 나는 비(非)무슬림은 사원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어이없어 했습니다. 사우디외교장관에게 따지자 ‘만약 사원에 가서 누군가가 출입을 제지할 경우 그 지역 수장에게 말하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지요. 하지만 작가의 분노는 멈추지 않습니다.

 

‘물론 전화할 수는 있겠지. 그 사람 전화번호나 나와 있으려나.’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앞의 말이 저에게는 ‘대한민국의 교통체계는 정말 엉망이야. 우리 집에서 지하철을 타려면 100m나 걸어가야 한다니깐!’처럼 들리는 것은 왜 일까요?

 

저는 작가 스스로 ‘서로 다른 종교끼리 좀 더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순간이었다’라고 하듯이 내게 낯선 문화를 나의 편리함이나 내가 가진 선입견을 기준으로 바라보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하나 더 불교식으로 말씀드리자면 마음 다스리는 법도 좀 배우시면 좋겠지요.

 

 서울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사원 모습

 

만약 작가의 글을 읽으시고 어떤 분이 ‘아... 역시 이슬람 사원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구나’라고 생각하셨다면 아니라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도 여러 곳에 이슬람 사원 있습니다. 이슬람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아무 걱정 마시고 이슬람 사원에 가 보세요. 남의 집에 들어 갈 때 들어가도 되는지를 먼저 물어 봐야 하듯이 사원에 있는 사무실에 찾아가서 이슬람에 대해서 알고 싶어 왔다고 하면 크게 환영 받을 겁니다. 물론 무슬림들이 기도하는 모습도 볼 수 있구요.

 

대웅전에 아무 들어갈 수는 있지만 불상에 함부로 손을 대거나 남들 기도할 때 떠들면 안 되듯이 기도하는 곳에 가서 꾸란에 함부로 손을 대거나 제 멋대로 떠드는 것은 실례겠지요. 그것뿐입니다. 당신이 이슬람에 대해서 모른다거나 무슬림이 아니라는 것은 이슬람 사원에 들어가 보는데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작가가 칼럼리스트라고 하니 세상을 좀 더 넓고 깊게 보고 글도 좀 더 잘 쓰고 싶어 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참에 에드워드 사이드가 쓴 [오리엔탈리즘]이나 [문화와 제국주의] 같은 책을 읽어 보시면 어떨까요? 책을 읽는 동안 때론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앞으로 글 쓰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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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미씨 2010.03.18 17:23 (*.192.219.175)
    모린 다우드의 깊이없는 칼럼을 받아 게재한 <동아일보>에 대한 비판이 덧붙여져야겠지요. 담당부서에 항의하는 것도 다음에 게재될 수 있는 이런 칼럼 수를 줄이는 작은 행동의 첫발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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