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난지 약 세달 여 만에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요르단쪽 국경을 넘을 때 국경사무원이 물었다. 여권에 요르단 출국도장을 찍을 건지 아니면 다른 종이에 찍어줄 건지. 이 국경 도장이 여권에 찍혀있으면 아무리 이스라엘 입국 도장을 여권에 안 찍더라도 이스라엘을 들어갔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중동 몇몇 국가는 이스라엘 도장이 여권에 찍혀 있으면 입국을 거부하는 나라들이 있다. 레바논, 시리아, 이란, 이라크등 인데 만약 그 나라들과 이스라엘을 모두 여행하고 싶은 경우는 위의 나라들을 먼저 여행하고 이스라엘에 들어올 것을 많은 사람들이 권유한다. 이유는 이 나라들을 여행하고 이스라엘에 들어올 땐 많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거부는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잠깐 망설이고 있자 요르단측 사무원은 다른 종이에 도장을 찍어줬다. JET란 버스를 타고 이스라엘측 국경으로 이동했다. 요르단에서 유명한 버스라 꼭 타보고 싶었는데 마지막 국경에서 타게 될 줄은...잠깐 잘 가다가 거의 다 와 버스가 서서 움직일 생각을 하질 않았다. 밖을 쳐다보니 이스라엘 군인들이 거울로 앞 버스들 밑을 조사하고 있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폭탄에 대비한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되자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짐을 두고 내려야 했다. 그리곤 버스 내부를 조사했다. 조사가 끝나자 버스는 다시 이동 했다. 이스라엘측 국경에 도착하자 드디어 악명 높은 국경통과 절차가 시작됐다. 사복을 입고 썬글라스를 쓰고 총을 맨 이스라엘 국경경비들이 여느 중동나라들과는 전혀 다르단 느낌을 갖게 했다.
먼저 공항에서처럼 모든 큰 짐은 x-ray촬영을 위해 컨베이어에 올려야 했고 나와 나의 여행 동무들은 작은 가방만을 들고 들어가야 했다. 먼저 작은 가방은 작은 x-ray 검색대 위에 올리고 사람들은 금속 탐지기를 통과한다. 그리곤 정말 웃기는 일이지만 에어샤워기를 통과해야한다. 에어샤워기를 통과할 때 정말 기분 나빴다. 다른 중동국가를 갔다오면 더럽단 말인가? 에어 샤워기엔 카메라도 설치 돼 있어서 얼굴을 똑바로 들지 않으면 다시 통과해야 한다. 갑작스런 바람에 놀란 나도 살짝 얼굴을 숙였는데 찍힌 사진을 한참 쳐다보던 국경직원이 겨우 통과시켜줬다.
나와 내 길동무들은 시리아를 여행하고 왔다. 그 이유에서인지 이스라엘 측 국경사무소 내에서 4시간여를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가는데 -특히 미국인- 우리는 여권을 돌려주지 않고 계속 기다리게만 했다. 그리곤 짐 검사가 진행됐다. 옷 하나하나, 책 한장 한장...
일행이 있는 경우는 대표로 한 사람만 짐 검사를 한다. 가장 의심이 되는 사람. 우리 셋중에선 나이가 가장 많았던 언니가 뽑혔다. 여권도 두 권을 가지고 다녔고 -만료된 여권에 미국비자가 있었기 때문에-노트북도 가지고 다니고 가방도 가장 크고 아무튼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 한 것 같았다. 이 언니 안 그래도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엄청 났던 분인데 이날 한층 더 상승 됐다. 겨우 통과하여 짐을 찾고 나가려고 하는데 내 짐을 본 순간 너무 화가나서 욕이 나왔다.
“이런 썩을 것들!“
내 배낭이 열쇠로 잠겨 있었는데 내 배낭 안을 확인하기 위해 내 배낭 지퍼 한쪽을 망가 뜨려 놓은 것이다. 지금도 갖고 있는 그 배낭을 볼 때 마다 이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국경을 통과했다.
드디어 예루살렘에 도착을 했다. 도착하자마자 어떤 자식이 내 지갑을 털려고 했다. 엽서를 파는척 하면서 가방 지퍼를 열었다. 이번 여행에 카메라를 한번 털렸던 경험이 있는 나는 이번엔 그다지 당황하지 않고 그 놈한테서 내 지갑을 뺏었다.
“야! 죽을래?”
외국에서 한국욕은 잘 통하는거 같다. 여러 가지 일을 치루고 겨우 숙소를 찾아 짐을 풀었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첫날이 갔다.
그 후 며칠을 아무 생각없이 예루살렘 관광만 했다. 다른 중동국가에서 못 마셨던 맥주도 열심히 마시고 수시로 가방검사를 당하고, 길거리에서 팔레스타인 불시검문해대는 유대인들 욕도 하고 그 유명하다던 성지들도 보면서.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와 중동을 함께 했던 친구들은 이스라엘을 떠났다. 그리곤 나의 팔레스타인과 함께한 한달 여 시간들이 시작되었다.
::글_영선::
- 첨부
-
- SSL12831.JPG (41.3KB)
목록
제목 | 섬네일 | 날짜 | 조회 수 |
---|---|---|---|
팔레스타인에 대한 기억들 - 첫번째| 현지에서 3
|
2006-05-22 | 4307 | |
이스라엘에 도착하다| 현지에서
|
2006-05-17 | 4311 | |
중동을 시작하다| 현지에서 1
|
2006-05-03 | 4333 | |
평화난장에 참여해서| 거리에서
|
2006-05-17 | 4347 | |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위하여...| 만남
|
2006-05-08 | 4286 | |
이스라엘 상품 불매운동 펼치는 팔레스타인인들| BDS 2
|
2006-04-29 | 6781 | |
[지난알림]이스라엘 관련 상품 불매 운동을 위한 정보와 사람을 찾습니다| BDS 10
|
2004-05-28 | 9748 | |
[지난알림][P-navi]에 대하여| (구)P-navi 1 |
2004-06-07 | 4277 | |
[지난알림]화요캠페인 - “팔레스타인에 평화와 인권을!| 거리에서 10
|
2004-05-02 | 6953 | |
씨네큐브에서의 나른한 캠페인| 거리에서 3 |
2006-04-18 | 4324 | |
[re] 씨네큐브에서의 나른한 캠페인| 거리에서 2
|
2006-04-19 | 4372 | |
이스라엘 대사 망언에 부치는 물음| 연대행동
|
2006-04-14 | 6540 | |
미니, 팔레스타인에 가다 뒷얘기| 만남 10
|
2006-03-31 | 4302 | |
3월 18일 평화난장 넋두리..| 거리에서 4
|
2006-03-23 | 4477 | |
[미니,세계를 날다]황당했던 에레즈 체크 포인트| 현지에서
|
2006-03-01 | 4261 | |
[미니, 세계를 날다]하품소리가 가슴을 때리던 순간| 현지에서
|
2006-03-01 | 4269 | |
[미니, 세계를 날다]조금 열린 문| 현지에서
|
2006-02-26 | 4346 | |
[미니, 세계를 날다]친절한 아베드씨| 현지에서
|
2006-02-26 | 4263 | |
[미니, 세계를 날다] 열리지 않는 바다| 현지에서
|
2006-02-26 | 4282 | |
[미니, 세계를 날다]아무도 우리의 일상생활을 멈출 수는 없어요| 현지에서 |
2006-02-22 | 4275 | |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