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곤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이-팔을 방문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평화적인 철수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한 것에 대해 ‘허울 뿐’이라는 지적이 높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18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는 8월로 예정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중동평화 로드맵’에 활력을 불어넣을 최선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20일 연달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면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는 “이-팔 당국은 (가자지구) 철수가 폭력 없이 부드럽게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가옥들을 철거하며 가자지구에 사람과 물품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만들어 그간 피폐해진 경제를 되살리도록 한다.”는데 양측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에 대해 “역사적 진전”이라고 높이 평가했으며, “철수가 평화적으로 완료된다면, 새로운 평화 구축을 위한 조건들을 창출해낼 수 있는 신뢰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의 이러한 자찬과는 달리 실효성 있는 철수가 될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목소리가 높다.
아흐메드 쿠레이 총리 등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철수 이후에도 육로와 해상 통로의 통제권을 보유하면 철수는 허울에 불과할 것이며, 철수정책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맥락에서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미국에 대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후 가지지구 국경을 개방하도록 이스라엘 측에 압력을 가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오는 8월 가자지구에서 병력을 철수할 예정이지만, 가자 남부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국경지역 라파의 통제권을 계속 보유할 계획이다. 또 팔레스타인 측에 가자지구의 공항을 다시 여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해안을 통한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가자지구와 연결된 해안에 수중장벽을 쌓을 것이라고 예루살렘포스트가 익명의 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철수로 인해 감시 시스템이 소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장벽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장벽은 처음 150야드는 모래 바닥에 묻는 시멘트 말뚝으로, 나머지 800야드는 물 표면 밑으로 떠 있는 6피트 길이의 펜스로 각각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에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내각장관은 “이스라엘이 지금 육지 위에 장벽을 가지고 있고 내일은 해상 장벽을, 그 다음날은 하늘에 장벽을 쌓을 것인지 아니면 모든 팔레스타인 개인이나 집 주위에 장벽을 칠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하며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군과 유대인 정착민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다 하더라도 가자지구에 대한 육․해․공 통제권을 쥐고 있을 예정이어서 가자지구 자체가 거대한 감옥으로 변할 공산도 크다.
또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철수를 통해 얻은 우세한 여론을 등에 업고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을 영구적으로 점령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지역에서의 고립장벽 건설, 고고학공원 건립 시도, 서안지구에서의 고립장벽과 계속적인 정착촌 확대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안에 대해 팔레스타인이 말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라이스 장관이 이스라엘로부터 가자지구의 평화적인 철수를 약속받았다는 말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도록 해야 하며,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의 고립장벽, 정착촌 건설 등도 아울러 중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1967년 ‘6일전쟁’ 당시 점령한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에 돌려주기로 지난 93년 약속했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며 이행을 지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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