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임을 당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평화"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지난 18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종전과 철군을 향한 평화를 위한 난장’(평화난장) 행사가 열렸다. 고 김선일 씨 1주기를 앞둔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는 이라크 국제전범재판 참가단,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사회진보연대 등 반전평화단체 회원들을 비롯해 학생과 시민 1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평화난장은 각 단체들의 캠페인 및 전시회, 그리고 문화제와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문화제에 앞서 각 단체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전전과 서명전 등 반전평화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 이날 마로니에 공원 한 켠에는 고 김선일 씨를 추모하기 위한 단상이 설치되기도 했다.
한 어린이가 김선일 씨 영전에 향을 피우고 있다
사회당 노래모임 ‘꿈찾기’의 공연으로 시작된 문화제에는 ‘이대리’, ‘449프로젝트’, ‘별음자리표’ 등의 공연과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정화 전국학생연대회의 의장은 “한국정부는 파병할 당시 국익을 위해서라고 얘기했지만, 지금 우리에게 돌아온 국익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미국이 말하던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고, 기존 파병국들이 속속 철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장관은 파병연장을 운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고 김선일 씨를 기리는 추모글도 낭독됐다. 성균관대 앞에서 인문과학 서점 ‘풀무질’을 운영하는 은종복 씨는 추모글을 통해 “1년 전 한반도 남녘은 국가 이익을 들먹이며 이라크에 군인을 보냈고, 김선일을 죽게 만들었다. 나는 사람 목숨보다 국가 이익을 더 앞세우는 나라의 백성이 되었다. 그러니 나도 고인의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라크에 갔던 군인들은 하루빨리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죽어가면서 외쳤던 고인의 뜻이요, 이라크와 한반도 아니 세계가 진정으로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거리퍼포먼스의 한장면
1시간 가량 진행된 문화제에 뒤이어 ‘평화, 그 그리움으로’라는 주제로 거리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날 거리퍼포먼스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그리는 이들의 마음을 담았다. 연출을 담당한 예기 씨는 “이 거리극은 한 사람이 연출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예기 씨는 “평화가 그리운 사람들이 모여 다 같이 이번 거리극을 만들었다”며 “단순히 김선일 씨의 추모의 의미 혹은 우리나라 사람이 죽어서가 아니라 죽임을 당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평화, 그것을 담았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그는 이어 “특별히 누가 기획을 한 것이 아니라, 여기 평화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직접 행동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평화를 그리는' 마음으로 죽어간 이들 앞에 촛불을 놓았다
김선일 씨 영정 앞에 죽은 이라크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형상화 한 그림이 걸려있다. 뒤편으로는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인형이 보인다.
이날 평화난장은 대부분의 ‘난장’이 그렇듯 소박하고, 조촐했다. 미니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는 “민족과 국가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한국에서는 국가의 일은 우리일이 되고, 밖의 일은 남의 일이 된다”며 “그것은 운동진영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한국인들은 한국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갈 길이 먼 한국 반전운동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니 씨는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평화운동이 어려운 이유는 한국 내에 당사자가 없다는 것”이라며 “민족과 국가의식으로 똘똘 뭉친 이들에게 당사자도 없는 남의 나라 평화 얘기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출처 : 참세상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32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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뎡야핑
2005-06-20 17:2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