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산위의 마을>에 기고한 글입니다.

1.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

“교황청은 팔레스타인인이 선조의 땅에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경을 가진 주권국가를 세울 권리가 있음을 지지한다 … 나는 여러분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 알고 있고, 내 마음은 집 없는 모든 가족들과 함께 있다 … 나의 마음은 전쟁으로 찢긴 가자지구에서 온 순례자들에게 다가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즉위 후 팔레스타인을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위로하며 전한 말이다.

팔레스타인은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약자)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동쪽으로 요르단강, 서쪽으로 지중해, 남쪽으로 이집트 시나이 반도, 북쪽으로 레바논과 시리아가 있고, 전체 면적은 26,000㎢에 이른다. 이 땅의 원주민인 아랍인은 이 땅을 로마시대의 호칭을 그대로 따서 아라비아식으로 ‘필라스틴Filastin(필라스틴 사람의 땅)’이라 부르며 팔레스타인은 필라스틴의 영어식 표기이다.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세계지도에 팔레스타인은 없다. ‘이스라엘’이라는 표기만 보일 뿐이다.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이 있기 전까지 팔레스타인은 MENA지역들 중에서 상당히 문명화되고, 인구가 밀집된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시온주의자들에 의해 팔레스타인 전역에 걸친 이른바 ‘유대인 국가 건설’, ‘유대군의 창설’등 미국 정부와 미국 내 유대인들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팔레스타인을 지구상에서 지우는 작업들이 추진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점점 강화되고 시오니스트들의 공격이 계속됨에 따라 1947년 영국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UN에 넘겨버린다. 이후 UNSCOP(United Nations Special Committee on Palestine, 팔레스타인에 관한 유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팔레스타인을 아랍인 국가와 유대인 국가로 분할하고, 예루살렘과 베들레헴 지역을 신탁 통치 지역으로 만든다는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 안은 1947년 11월 29일 UN총회에서 결의안 제 181호로 통과된다. 이 안에 따르면 UN은 전체 팔레스타인 땅의 56%를 당시 6% 남짓 소유하던 유대인에게 할당하고, 땅의 87%를 소유했던 아랍인들에게는 42%만이 주어졌다. 게다가 농작물 생산에 적합한 대부분의 땅들이 유대인에게, 산과 언덕 등 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땅들은 아랍인에게 주어졌으며, 이 불합리한 사항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강요되다 시피 하였다.

이렇게 미국과 UN의 공개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시온주의자들은 본격적으로 이스라엘 건국을 향한 팔레스타인 정복전쟁을 시작하였고, 1948년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설립한다. 휴전 이후에도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졌는데,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시리아를 기습 공격하는 ‘6일 전쟁’을 시작하였으며, 이 결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이집트 시나이반도, 시리아 골란고원을 점령하면서 영토점령을 대규모로 팽창하였고,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은 보다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해방운동이 점차 일어나기 시작하였으며, 그렇게 1987년 인티파다(민중항쟁)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촉발되었고, 해를 이어가며 계속되자 미국과 이스라엘은 1993년~1995년 사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와 오슬로협정을 맺는다. 그러나 협정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점령은 그대로 유지되었고, 이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절망감은 2000년 9월 ‘알 아크사 인티파다’항쟁의 계기가 되었다.

2.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의 공식명칭은 ‘OPT/oPt(Occupied Palestinian Territories)’즉, ‘점령당한 팔레스타인’이다. ‘점령당한’날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기준으로 보거나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기준으로 보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6일 전쟁 이후 서안지구와 골란고원의 합병과 정착을 선동하였으며, 점령촌의 수는 점점 증가하였다. 특히 이들은 팔레스타인 땅을 ‘약속의 땅’으로 믿는 ‘에레츠 이스라엘’ 운동을 지지하였고, 이를 토대로 점령촌을 지속적으로 건설하여 유대인의 땅임을 대내외적으로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이러한 점령촌을 건설하며 이스라엘은 점령촌과 이스라엘, 점령촌과 또 다른 점령촌을 연결하는 도로망 구축에도 열을 올렸는데,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을 통제하는데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인에게는 도로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의 거주 지역은 이 도로들로 인해 마구잡이로 분할되거나 막혀버려 고립되어 버리기도 하고, 목적지에 갈 때에도 도로를 빙 둘러 돌아서 가야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점령지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씩 검문소 앞에서 대기해야 하며, 이스라엘 군인들은 검문 시 팔레스타인인들의 짐을 뒤지거나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체포하고 감옥에 수감시켜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외부와 차단하여 고립시키고자 2002년부터 총 길이 약 720㎞, 높이 8m의 콘크리트와 철조망으로 세운 장벽을 설치하였는데,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노동과 이동을 방해하여 스스로 땅을 떠나게끔 유도하는데 숨은 의도가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05년 당시 팔레스타인을 방문했을 때에도 이 장벽을 지나 베들레헴 난민촌인 아이다 캠프로 갔었다.

점령군과 불법 정착촌 점령민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저지르는 범죄행위도 심각한데, 이들은 개인적으로 또는 무리를 지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총을 쏘거나 칼로 찌르는 등의 폭력을 행사한다. 서안지구 남부 지역 헤브론은 도시 한 가운데에 불법 정착촌이 있는데, 점령민들은 지나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돌을 집어던지거나 주변의 팔레스타인인의 집에 방화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폭력행위들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적인 삶을 파괴하고 있음에도 거의 처벌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점령군들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 정착촌은 그 존재만으로도 UN결의안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스라엘은 갖가지 이유를 들며 이를 무시하고 점령촌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불법 점령한지 어느덧 70년이 넘었으며, 이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활동 또한 계속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감옥에 점령 저항운동으로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 7천여 명 중 여성 수감자는 59명, 미성년자는 350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지난 10년 동안에만 해도 동예루살렘 지역과 서안지구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하였으며, 분리장벽을 서안지구 전체에 에워싸서 완전히 고립시켰다. 또한 12년 전부터 가자지구의 육해공을 모두 봉쇄하고 3차례의 대규모 침공으로 4천명이 넘는 가자의 주민들이 학살되었다.

현재 동예루살렘 지역은 이스라엘의 영토로 강제병합 되었고, 가자지구에서는 유대인 정착촌을 표면상 철수시킨 뒤 지역 전체를 봉쇄하고 국경통제 및 주기적인 침공으로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3. 군사점령을 멈추기 위한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활동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국내에서 일어났던 파병반대 운동과 반전운동의 움직임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민중이 자유를 되찾고 자신들의 땅에서 평화롭게 살기를 소망하는 사람들과 중동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다.

현재는 상근활동가 없이 생업이 있는 회원 7~8명이 주로 활동하고 있으며 후원회원을 포함한 회원은 120여 명 정도이다. 매주 정기모임에서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하는 주요 이슈들을 공유하고 대응 및 활동 방안을 연구하며 현지 활동가들과도 끊임없이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주로 팔레스타인의 현실과 긴급 뉴스들을 국내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반대하는 여론형성에 대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단체 홈페이지(pal.or.kr)에 소식을 공유하고, 2019년도부터는 팟캐스트『얄라 팔레스타인』을 진행하여 다양한 팔레스타인 이슈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이와 함께 단체 내 활동가들은 개별적으로 강연과 기고 및 번역, 저술, 영화제, 캠페인 활동 등도 활발히 하며, 언론에 잘못 보도된 팔레스타인 관련 뉴스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 및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한국에서 팔레스타인으로, 팔레스타인에서 한국으로 들려주고 싶어도 들려줄 수 없었던 이야기들,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 거짓된 말로 전하는 이면의 진실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과 한국 사이를 잇는 우리의 목소리만으로도 세상이 좀 더 나은 길로 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지속적인 연대활동을 통해 점령하의 팔레스타인인들의 인권이 보장될 때까지, 장벽이 무너질 때 까지, 난민들이 그들의 집과 땅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식민행위가 끝날 때 까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