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영토병합에 화난 시민단체와 개인들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모였습니다.

7월 1일로 예정된 이스라엘의 병합안 발표는 결국 미뤄졌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같이 만나 지도를 그려나갈 미국측 책임자와 만나지 못했다나요 어쨋다나요. 계속하는 얘기지만 어제 발표를 안했다고, 더 미뤄진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제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내용을 편집하여 팟캐스트로 전합니다. 현장 기기 문제로 녹음 상태가 훌륭하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어제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자아의 발언문도 공유합니다.


일주일 전 화요일, 27살 팔레스타인 청년 아흐메드에라캇이 서안지구 내 군사 검문소를 지키던 이스라엘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그는 베들레헴의 한 미용실로 여동생과 어머니를 데리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날 저녁은 에라캇의 여동생의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에라캇의 차량이 검문소 앞 도로 경계석을 잘못 들이받자, 이스라엘 군인은 “테러”로 규정하고 즉시 발포했습니다.
1시간 반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그는 천천히 싸늘하게 식어갔습니다. 그 또한 한 달 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습니다.

에라캇의 집이자 결혼식이 예정되었던 장소는 아부 디스. 동예루살렘과 맞닿아 있는 팔레스타인 마을입니다. 동생이 결혼식 준비를 하던 미용실은 아부디스와 10킬로 가량 떨어진 베들레햄. 둘 다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로 불리는 서안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마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인께 추모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질문합니다.

서안지구 내에서 같은 서안지구로 이동하는 길목에 왜 이스라엘 군사 검문소가 있어야 할까요. 동생의 결혼식이 열리는 아부디스는 얼마나 낙후됐길래, 미용실조차 없어 10킬로나 떨어진 베들레헴까지 갔어야 했을까요. 아부디스와 바로 붙어있는 대규모 상업지구 예루살렘으로는 왜 갈 수 없었던 걸까요.

동예루살렘의 중심부와도 불과 3킬로 떨어진 아부디스는 이스라엘이 세운 불법 분리 장벽에 의해 동예루살렘과 나뉘어 있습니다. 빙 둘러오는 여정이 길고 험해 자연히 발걸음을 안 하게 됩니다. 이동권이 제한됩니다. 군사점령의 모습입니다.

체크포인트라고 불리는 검문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연결하는 톨게이트가 아닙니다. 서안지구 내 검문소는 2017년 기준 집계만 해도, 아흔 여덟 개였습니다. 2018년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 따르면 서안지구 내 검문소를 포함해 팔레스타인인들의 도로사용을 제한하거나 통제하는 도로 울타리, 도로 출구 등인 공적인 장애물은 총 460개가 넘습니다.

이곳에서는 경찰이 아닌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신분증을 요청하고 몸을 수색할 수 있으며 특정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도 오랜 시간 대 기시키거나 통행을 금지할 수 있습니다. 등굣길, 출근길, 결혼식 혹은 장례식으로 향하는 팔레스타인들의 일상입니다. 군사점령의 모습입니다.

이 시각, 팔레스타인은 7월 1일 새벽 다섯 시가 좀 넘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영토 병합 안을 발표한다고 세계의 이목을 끈 날, 팔레스타인인들은 분노의 날이라고 명명한 그 날이 곧 밝아올 겁니다. 어제 늦은 밤까지도, 오늘 이스라엘이 취할 행동에 대한 온갖 추측이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생각보다 약한 수위의 병합을 할 것이다, 아예 날짜를 미뤄버릴 수도 있다.”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이스라엘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불법적인 영토병합을 자발적으로 만천하에 알리건, 그 병합 안을 어떻게 양보하듯 저울질하건 그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점령국이 피점령국의 땅을 자국 영토로 병합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라는 점, 이스라엘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 이스라엘이 1967년 동예루살렘을, 1981년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마찬가지로 병합했을 때 국제사회 아무도 이스라엘에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는 점, 실효성없이 그저 불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만으로는 극우 성향의, 백인 우월주의를 조장하는, 아파르트헤이트에 기반한, 정착민 식민주의를 완성해 나가고 있 는, 파시스트 정권을 결코 멈출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2018년 이스라엘 국회는 이스라엘을 유대민족국가로 규정하는 헌법적 위상의 기본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른바 유대민족국가법.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유대민족 국가이고, 오직 유대인만을 위한 국가”라 강조했습니다. 종교와 출신에 따라 한 나라의 국민이 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질 수도 아닐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내 사는 아랍계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이스라엘 내 비유대인 사회 2백만 명은 순식간에 2등 시민이 됐습니다. 새 기본법에 따르면 “자연권 및 문화·종교·역사적인 권리 측면에서 오직 유대인만이 이스라엘에서 배타적으로 자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에 법이 허락하는 차별을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이 법을 근거로 팔레스타인인에게는 신규 건설 허가를 내주지 않고, 주거지를 강제 철거하고, 결혼이나 유학 등 이유로 잠시 떠난 이들의 영주권을 박탈합니다.모든 방법을 동원해 “우리는 우리와 다른 당신이 이곳에 없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러한 메시지에 우리는 결코 침묵할 수 없습니다.

네타냐후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절친한 동맹 : 미국의 트럼프, 헝가리의 오르반, 필리핀의 두테르테, 인도의 모디, 사우디의 빈살만 등의 관계 근간을 묶을 수 있는 키워드는 이스라엘이 강조하는 유대주의나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척결해야 할 점령, 군사주의, 대량 감시, 부패, 혐오, 차별입니다.

이스라엘은 영토병합을 중단하십시오.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점령을 종식하십시오.

이제 곧 밝아올 팔레스타인의 아침을 향해, 해방의 구호를 소리 높여 외쳐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