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53년간 팔레스타인을 군사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이제는 유엔 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하며 서안지구의 영토병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가해 학살을 자행할 때마다 함께 규탄하고 거리로 나와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가자 학살이든 서안지구 영토병합이든 모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전역을 군사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앞으로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영토 병합으로 더 길고 불가역적인 고통을 받게 될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절실한 호소에 귀기울여 주시길, 연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이번 영토병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 의견 수렴 후 조금 수정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영토병합 규탄 및 군사 점령종식 촉구 기자회견]

– 일시 2020년 7월 1일 수요일 10시
– 장소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앞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영토 병합 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군사점령지 전역에서 즉각 철수하라

이스라엘이 군사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일부를 자국 영토로 병합하려 한다. 이스라엘이 점령지를 불법 병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1967년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골란고원을 군사점령한 뒤 1980년 동예루살렘을, 이듬해에는 골란고원을 불법 병합했다. 애초 이스라엘은 1948년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인종청소하며 빼앗은 땅 위에 건국된 나라다.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 민족’만을 위한 국가를 세운다며, 이스라엘은 강제 추방 및 토지 몰수를 통해 팔레스타인 민중의 땅을 조직적으로 빼앗아 왔다.

미국은 언제나 이스라엘과 이해관계를 같이 해왔다. 트럼프 정부는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예루살렘과 골란고원이 이스라엘의 영토라고 이미 승인한 바 있다. 더구나 이번 영토 병합은 미국이 올 1월 말 발표한 소위 ‘중동평화구상안’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불법 유대인 정착촌과 요르단 계곡을 비롯한 서안지구의 30%에 달하는 땅을 이스라엘 영토로 할당했다. 이는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이 국제법에 위배된다는 전통적인 미국의 입장을 폐기하는 것을 훨씬 넘어선다. 미국이 그려준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지도는 불법 정착촌으로 구멍이 숭숭 뚫리고, 유대인 전용 도로에 갈라져 조각나 있다. 팔레스타인에 주권 없는 반쪽 짜리 국가를 내밀며 미국이 약속한 대가는 10년에 걸친 500억 달러의 지원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것이 “역사적 기회”라며 곧바로 병합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현지에선 이미 병합이 시작됐다고 전한다. 군사점령과 식민화의 강도가 더욱 거세진 것이다. 불법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민중의 집과 농지에 불을 지르는 등의 공격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다. 이스라엘 군대가 마을의 집과 의료 시설 및 수도 등을 부수는 빈도도 늘어났다. 팔레스타인 마을을 알리는 표지판이 철거되고, 토지 몰수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대규모의 땅이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있다. 영토 병합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행위가 늘어나자 이스라엘군은 이를 빌미로 비무장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발포를 늘였다.

영토 병합은 정의상 강제적이고 일방적인 것으로, 무력에 의한 영토 획득을 금지하는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에 정면 위배된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미국의 안이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도 약속한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영토부터 병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에 어서 미국의 안을 받으라고 종용한다. 동시에 미국은 향후 10년간 이스라엘에 “군사 원조” 명목으로만 380억 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을 곧 통과시킬 예정이다. 미국이 말하는 중동 ‘평화’가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기존의 보수적인 국제사회가 유엔 결의안을 통해 약속했던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며 불법 유대인 정착촌이 철수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영토로 하는 국가였다. 700만 난민의 귀환 가능성이 차단되고, 이스라엘 건국 전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의 불과 22%만을 할당받는, 팔레스타인에 현저히 불리한 미래였지만, 이조차도 거부한 것은 이스라엘이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육해공을 14년간 봉쇄한 채 주기적으로 주민을 학살하고, 서안지구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드는 분리장벽을 건설해 팔레스타인 민중을 고립시켰다. 그리고는 이제 서안지구를 영토 병합하려 한다.

어느 것이나 온갖 국제법에 위반되고,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수없이 많은 규탄을 받아왔지만 이스라엘은 오히려 당당하게 법을 무시하기에 이르렀다. 말 뿐인 규탄 외에 실효성 있는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불법 행위를 규탄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동평화구상안’을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한다고 발표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전면 철수해야 하며, 팔레스타인 민중의 미래는 팔레스타인 민중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던 오랜 입장에서 후퇴했음을 암시했다. 한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철수하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할당받은 30%의 땅을 일거에 차지하지 않더라도, 군사점령이 계속되는 한 언제든 영토 병합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요구한다.

1. 이스라엘은 1967년 군사점령한 모든 땅, 즉 동예루살렘, 서안지구, 가자지구 및 골란 고원에서 철수하라.
1.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서안지구 영토 병합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
1. 미국 정부는 ‘중동평화구상안’을 즉각 폐기하고 예루살렘 대사관을 철수하라.
1.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포괄적 무기금수조치를 즉각 부과하라.

2020년 7월 1일

한국 시민사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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