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텔아비브국제LGBT영화제(이하 TLVFest)에서 상영 예정이었던 신승은 감독의 작품 <마더 인 로>의 상영철회가 결정되었습니다. 이는 신승은 감독과 배급사 인디스토리의 높은 연대 의식과 적극적인 행동으로 가능했습니다. 신승은 감독은 트위터를 통해 “팔레스타인 군사점령 주체인 이스라엘의 핑크워싱 전략에 반대합니다.”라고 밝히며 팔레스타인 퀴어들에게 연대의 뜻을 전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의 핑크워싱에 굴하지 않는 신승은 감독과 배급사에게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핑크워싱은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한다는 이미지로 군사점령과 인권유린을 눈가림하려는 것으로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국가 전략입니다. TLVFest는 핑크워싱 전략에 활용되는 주요 행사 중 하나입니다. 국가브랜드 홍보 캠페인 ‘브랜드 이스라엘’의 핑크워싱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이스라엘 정부 부처인 전략부(Ministry of Strategic Affairs)를 주요 후원자로 두고 있는 TLVFest는 이러한 행태를 숨기기 위해 홈페이지의 공식 후원 로고를 변경하고 종국에는 지우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러한 중앙정부 부처 및 지방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TLVFest는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인과 팔레스타인 퀴어들의 인권을 옹호한다는 거짓 선전까지 서스름 없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퀴어 정체성을 볼모로 첩자 활동을 강요하거나,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거짓 약속으로 괴롭히는 것이 이스라엘의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반대하는 것은 퀴어 해방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자국의 성소수자들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은 외면하고, 수 많은 퀴어들이 삶을 바쳐 일궈낸 성과들을 가로채, 이미지 쇄신에 정부 예산을 쏟아붓는 행위는 실로 성소수자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팔레스타인인은 성정체성과는 상관없이 억압하고, 차별하고, 착취하고, 살해하는 것이 바로 이스라엘 정부입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행사의 취지와 무관하게 이스라엘의 점령자 이미지를 지우는 데에 활용할 수 있는 행사에 후원합니다.

이토록 TLVFest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통해 이스라엘이 자국 이미지를 쇄신하려고 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반세기 넘게 이어온 팔레스타인 군사점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성소수자를 옹호한다는 이미지를 꾸며냄으로써 전 세계인들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는 것을 망각하게 하거나 오히려 정당화하는 도구로까지 사용합니다.

문화와 예술이 가진 힘은 실로 한 국가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납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BDS(보이콧, 투자철회, 제재)운동, 그 중에서도 문화보이콧 운동은 ‘나의 이름’을 팔레스타인 점령 현실을 가리고 정당화 하는 데에 이용 당하게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인정하며, 군사점령을 중단할 때까지 이스라엘의 만행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서약입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는 비폭력 저항 운동인 문화보이콧 선언을 결심하는 한국의 퀴어, 문화예술인 그리고 시민들이 더욱더 늘어나 나의 삶의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정의와 평화를, 또 진정한 퀴어해방을 앞당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0.11.7
서울인권영화제, 팔레스타인평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