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이라 불리던 지역에 이스라엘이 건국됩니다. 이스라엘의 건국 전쟁을 전후해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건국 후 이스라엘 군대의 모체가 된 유대 민병대에 살해당하거나 쫓겨나는 대재앙(나크바)을 겪었습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나머지 팔레스타인 땅, 즉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동예루살렘마저 군사점령한 이스라엘은 반세기 넘게 군사점령을 이어오며 팔레스타인의 땅과 자원을 빼앗고,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고,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차별정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2002년부터 자국의 안전을 위한다며 서안지구를 둘러싼 총길이 800km 이상의 ‘분리장벽’을 건설 중입니다. 그러나 이 장벽은 서안지구 영토를 깊이 침범해 지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땅과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적으로 병합하고 있습니다.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는 분리장벽이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UN은 유대인 정착촌이 제4차 제네바 협약에 위배됨을 근거로 모든 불법 정착민의 즉각 철수를 요구해왔습니다. 불법 점령을 끝내라는 국제 여론도 오랫동안 거세게 이어져왔습니다. 여러 UN 기구가 이스라엘의 수많은 불법행위를 적시하고 규탄해왔으며, 특히 UN 인권이사회 활동에서 이스라엘은 가장 많이 규탄 받은 나라입니다.

1987년 팔레스타인인들은 1차 ‘인티파다(민중봉기)’를 일으키며 비폭력 투쟁으로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맞섰습니다. 그 결과 1993년 소위 ‘평화협정’이라는 오슬로 협정이 체결됐으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었고, 2000년에 다시 2차 인티파다가 일어났지만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은 더욱 잔인해졌습니다. 이스라엘은 2007년 가자지구의 육·해·공을 전면 봉쇄했습니다. 이는 국제법이 금지하는 ‘집단처벌’에 해당합니다. 이스라엘은 근 10년간 가자지구를 시시때때로 폭격하고 있고, 이 중 세 차례 대규모 공습으로 수천 명을 학살했습니다. 사망자의 3분의 2 이상이 민간인이었고, 많은 어린이들이 숨졌습니다.

한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1945년 연합국에 대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의 결과로 조선은 일제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 영토 분쟁 등 여전히 청산되지 않는 식민시대 유산을 갖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가 여전히 계속 되는 것도 과거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역사적·정치적 산물입니다. 이스라엘 건국의 전사(前史)였던, 서구의 중동 분할과 지배를 불식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 등 서구 제국들은 예전과 같이 직접적인 식민 지배는 할 수 없어서, ‘종주국’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새로운 형태로 팔레스타인과 중동에 대한 패권을 관철시키고 있습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경제·군사·학술·문화적으로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8월 한국은 이스라엘과 FTA를 체결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식민화·인종 차별 정책에 공모하게 만듭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스라엘에 군사점령 및 불법 정착촌 건설에 필요한 상품을 수출하고, 불법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양국관계의 가장 큰 동력은 무기거래입니다. 방위산업을 포함한 이스라엘 대학과 공동사업을 진행하는 학술 기관들이 있으며, 한국 교회의 성지순례는 이스라엘의 주요 관광 수입원이기도 합니다.

일제 강점기를 경험했고,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식민시대 유산을 안고 있는 우리에겐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고, 20세기의 식민시대 유산을 함께 청산해 나갈 책임이 있습니다. 함께 팔레스타인 연대의 지평을 넓혀 나갈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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